<타인의 고통>은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깊이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를 냉혹하게 들춰낸다. 21세기를 관통하는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가장 날카로운 고전이다. 전쟁과 고통의 이미지가 우리의 연민과 도덕적 책임을 어떻게 마모시키는지 우리를 응시하게 하고 동시에 질문한다. “당신은 이 장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는 것’의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잃어버릴 것이다. 손택의 사유는 명징하고, 그 문장은 결코 무뎌지지 않는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그로부터 행동으로 나아가는 연대의 시작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필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