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성을 추천하는 이유
21세기에 새롭게 도래한 계엄의 날, 도처에서 경쟁하듯 ‘5.18 정신’을 소환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무엇일까. <광주, 여성>은 ‘5.18’이라는 역사를 단지 ‘총 든 남자들이 도청을 지킨 열흘의 시간’으로 축소해온 관성적 인식에 도전한다. 여성구술자 열아홉 명의 증언을 담은 이 책은 1980년 5월,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건네고, 시신을 수습하고, 헌혈에 동참하고, 항쟁 참여를 독려하고, 수감자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연락을 돌린 여성들의 다양한 실천을 조명한다. 그건 자연적인 것도, 예외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 실천들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억압적 노동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주체적 삶을 모색해온 여성들의 무수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가능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준엄한 심판대에 오른 오늘, 꼭 읽어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