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추천하는 이유
작가는 작품을 필요로 한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 작가가 되어 가며, 작품으로 인해 작가일 수 있게 된다. 거듭되는 시작 앞에서, 작가는 아직 실재하지 않는 작품을 불러들여 대상의 자리에 두려 한다. 미술가 김범의 책 『눈치』는 언어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작품이라는 결과로 전환해 가며, 작품을 읽는 이가 과정 속에서 각자의 심상을 작품의 결과로 마주해 나가도록 이끈다. 어떤 이에게 부탁을 받아 어떤 개를 소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나’는 쓴다. “우리는 이제 그 개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우리는 개를 만나게 된다. 만나게 된 개는 다 다른 모습이겠지만, 개의 이름은 같다. 그 이름은 ‘눈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