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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신에게 닿으려 했던 한 천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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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즈 하루(萬春). 자신의 이름에 무수한 계절을 품은 독보적인 무용가이자 안무가. 세상을 가만히 관찰하며 일상을 보내던 어린 소년은 우연히 체조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자신의 몸속에서 무언가 딸깍, 하는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듣는다. 이를 계기로 하루는 마침내 발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발레 학교 시절 친구이자 동료 무용수 후카쓰 준, 그의 교양을 담당한 삼촌 미노루, 음악적 ‘뮤즈’이자 동료인 작곡가 나나세의 시점에서 하루의 유년기, 학생 시절, 프로 안무가로 자리를 잡고 활동하는 시기 등 발레의 신에게 가닿고자 하는 하루의 여정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그려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 드디어 하루 본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속을 알 수 없는 고독한 천재 안무가인 듯한 그의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가 드러난다. 춤을 통해 ‘이 세상의 형태’를 찾고자 하는 그의 길은 어디에 가닿을까.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소설가 온다 리쿠의 데뷔 30주년 기념작. <꿀벌과 천둥>으로 피아노 콩쿠르 무대의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그가 이번에는 발레 무대를 배경으로 또 한 번 천재 예술가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발레 장면을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제약은 작가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눈앞에 보이는 듯 묘사해 내는 문장은 그것을 읽는 행위 자체를 대단히 즐거운 일로 만든다. 작중에 등장하는 발레 작품 가운데에는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완성된 오리지널 발레 작품도 등장하는데, 소설 속에서 느껴지는 현장감과 생동감은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공연 장면만큼이나 생생하게 그려낸 작중 인물들의 입체적인 심리와 내면까지. 여러모로 읽는 행위의 즐거움을 새삼 일깨워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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