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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보로 이루어지고 정보로 여겨지는 오늘날, 정보의 역사를, 정확하게 말하면 정보로 역사 전체를 돌아보는 시도란 얼마나 무모한가. 게다가 정보처럼 흔하게 쓰이면서 막상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도 드문 터라, 이런 시도는 정보의 개념을 정의하는 데서 시작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고 이를 줄기로 역사 전체를 꿰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걱정이 앞서지만, 다행히 이번 시도의 주인공은 <카오스>로 널리 알려진 저술가 제임스 글릭이다. 그는 질서와 혼돈을 오가며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명쾌하게 전한 솜씨를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예상대로 이야기는 정보의 정의에서 시작한다. 인지할 수는 있지만 감각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가 비트라는 측정 단위 위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의미의 축은 한둘이 아니다. 에너지량와 물리량뿐 아니라 생명의 조합까지 정보 위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나아가 우주까지 아니 결국에는 우주 자체도 정보의 모습으로 이해되는 데 이른다. 물론 인류가 정보를 기록하고 전파하기 위해 만들거나 사용한 각종 도구와 기술도 빠지지 않는다. 인간과 역사, 기술과 과학을 시공 위에 입체적으로 그려낸 빼어난 저작이자, 인간과 정보가 만들어갈 미래를 무척 기대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