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되고자 했던 그 사람이다"
세계 장애 운동의 리더, 주디스 휴먼의 삶을 담은 자서전이다. 장애가 친구들과 노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사회의 암묵적 배제가 자신의 새로운 일상임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 삶의 매 단계마다 만난 거대한 '댐' 같은 구조적 차별을 넘어선 이야기까지 생생히 담겨있다. 싸울 것인가, 싸우지 않을 것인가의 갈래에서 '싸울 것임'을 선택한 첫 투쟁 이후 그는 꾸준히 싸웠고, 많은 경우 이겼으며 결국 "나는 내가 되고자 했던 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 이 책에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계속 등장한다. 배제와 외면, 적극적 혐오는 늘 비슷한 모습이기에 휴먼의 삶에서도 매번 반복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지치지 않는 이유는 그가 가진 특유의 밝고 굳센 기운 덕이다. 그는 좌절을 내면화해서 절망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다. 막막한 벽을 만났을 때, 그는 잠시 울고 바로 다시 돌진한다. 휴먼은 사회가 원하는 위치에 스스로와 동료들을 가두어둘 생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의 태도는 독자에게 어떤 고무감과 조심스러운 희망을 선물한다.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상적인 단어 두 개를 꼽자면 '행운'과 '함께'다. 휴먼은 자기가 이루어낸 일들의 기록의 맨 앞장에 항상 이 두 단어를 가장 먼저 새겨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자신의 능력보다 행운을 앞세우고, 함께 싸워준 친구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보내는 그는 우리가 나아가기 위해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다. 그가 알게 된 것을 우리도 함께 들여다본다면 세상은 모두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