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앎과 즐거운 삶 사이에서"
인류 역사에서 세계의 구성 원리와 존재 근거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정답을 찾았다 착각하며 지내기도 했고,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아 좌절에 빠지기 일쑤였고, 때로는 물음조차 잊고 생존에 열중하기도 했지만, 철학, 과학, 종교, 예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류의 의미와 각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왔다고 대략 평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질문의 방향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정답이 있을 테니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서, 정답은 가능하지 않으니 가능한 다수의 답을 찾아보는 방향으로 생각과 실천의 틀을 바꾼다면, 정답에서 영영 멀어져 모든 게 혼란에 빠지고 말까, 아니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까. 이 책은 후자를 증명하며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 훨씬 다양한 존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정확한 앎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삶에 다가설 수 있는 독자적인 철학의 가능성이 장쾌하게 펼쳐지니, 일단 즐겁고 다음은 놀랍고 드디어 정확한 앎에도 다가서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2017.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