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삼천포로 가는 기차가
저희 마을을 아래뜸, 위뜸으로 나누었다는 정도를 특별한 점으
로 꼽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기차를 한 번 타보기도 전에 기차
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철길은 그 후로 꽤 오랫동안 남
아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철로 위를 균형 잡고 걷기도 하고, 침목 두 개씩 건너뛰기, 가
위바위보를 하며 누가 멀리까지 가나 시합도 했습니다. 염소
풀 먹이러 다닐 때도 철둑길로 다녔고, 버스비를 아끼려 읍내
까지 걸어가기도 했습니다.(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100원어치
풀빵을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찻길이 되어 사납게 달
리는 차들뿐이지만 그땐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었
습니다.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던 까만 기차, 머리칼이 쭈뼛해지는 엄
청난 소리와 땅으로 전해지던 진동, 그리고 저 멀리까지 이어
지던 오래토록 비었던 철길이 생각납니다.
그땐 시시한 하루하루였습니다. 농사일 돕고 학교 다니고 매
일이 비슷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저 멀리 이웃마을 모
퉁이를 돌아 달려오던 기차처럼 모든 것들이 저를 가슴 뛰게
만듭니다. 보리밭 위를 달리던 바람, 여름과 겨울, 우리들의 놀
이터였던 냇가, 장독대 아래 채송화, 타작하는 날 짚단 나르며
맡았던 가을 냄새도요.
동시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마터면 이토록
고맙고 신기한 것들을 놓칠 뻔 했으니까요.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첫 동시집을 내놓습니다. 단 한 줄이라
도 우주 친구들의 마음을 살랑 흔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
씨앗을 주신 부모님, 첫 독자 역할을 해준 민우와 민준, 오래
함께한 글동무들 고맙습니다. 보드라운 발바닥으로 자판을 눌
러 준 구름이와 노을이한테도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제
부족한 글에 해설을 덧붙여준 김준현 선생님과 그림으로
생기를 불어넣어준 신은숙 선생님, 저의 첫 작품집을
다듬어준 브로콜리숲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