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내게 박물관만큼 좋은 놀이터는 없었다. 박물관마다 진열된 유물들은 저 나름의 소장 내력을 품고 있었다. 그림이나 도자기 한 점을 손에 넣기 위해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솔깃해졌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경성미술구락부 언저리에서 벌어지는 골동품이나 소장자들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마음에 품은 물건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사람들과 빚을 지면서까지 물건을 사는 이들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까짓 그림이나 도자기 등이 무엇이기에 모든 것을 바치거나 빚을 내면서까지 사 모을까 싶었다.
무언가를 광적으로 모으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이 소설을 구상했다. 김종하와 강석초를 앞세우고 그들의 뒤를 밟았다. 인간은 욕망하기 위해 살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죽림한풍을 찾아서 사는 것은 아니라는 그 평범한 진리를 말하기 위해 너무 많은 종이를 낭비하고 말았다. 오늘도 나는 경성미술구락부라는 세상을 서성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내 깜냥으로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만 경매대에 올라와 있다. 손닿을 수 없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보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경매장에만 오면 그 사실을 곧잘 잊는다. 군침을 흘리고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면서 먼발치에 서서 경매대 위에 놓인 물건을 하염없이 본다.
소설을 다 쓰고 보니 미흡한 게 너무 많다. 독자들의 아량에 기댈 수밖에. 부족하나마 이 소설을 유물 보존을 위해 애 쓰시는 모든 분들에게 바친다. 아울러 이 소설의 출간을 위해 애써주신 윤한룡 대표님과 실천문학사 편집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