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끼리 똘똘 뭉친 여섯 고양이와 살고 있다. 오랫동안 온몸에 붕대를 감고 살았기에 구조한 나를 원수로 알거나, 비슷한 사정이 있는 녀석들이다. 시집으로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 주지 않는다』 『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 『생의 빛살』 『옆 발자국』이 있다.
어쩌다 보니 원하지 않았던 삶을 십 년 넘게 살아냈다. 원하지 않았지만, 가장 치열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 책은 그것에 관한 글이다. 어두운 듯하지만 밝고, 얼음장 같으나 근원적 온기가 넘치는 이야기.
이 시기에 나는 환상을 가지고 대하던 인간들에 관한 시선을 성큼성큼 조정해야만 했다. 오래 몰입했던 문학을 통해서도 이처럼 큰 진보인지 퇴보인지를 경험하지 못했다.
나는 이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다. 만만찮은 내 나이를 생각하면 더 일찍 이 말을 해야만 했다.
“내 삶에 훈수를 두지 마세요.”
십 년 넘도록 ‘선을 넘은’ 나에게 여러 번 경고했던 사람들을 위해 이 통쾌한 말을 한 번 해볼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나의 역설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는 꽤 재치 있고 너그러운 사람일 터이다.
2022년 가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