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공학적 발전이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오랜 기간 진행돼 성과가 나온 연구 분야로 양자 컴퓨테이션이라는 재밌는 주제가 있다. 컴퓨터 과학과 물리학의 융합인 양자 컴퓨테이션은 간단한 생각에서 나왔다. 정보는 물리적이라는 인식이다. 즉, 정보는 물리적 매체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고, 처리될 수도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양자 컴퓨터는 이론적 구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소한 일부 상황에서는 양자 컴퓨테이션으로 고전 컴퓨터보다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증명됐다.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면 유명한 쇼어 인수분해 알고리즘을 이용해 현재 데이터 보호에 널리 사용하는 암호화 시스템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양자 정보 처리 시스템은 다른 어떤 시스템으로도 할 수 없는 입자 상태의 순간 이동, 깰 수 없는 암호 시스템 구축 등의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음의 이유로 완벽하지 않다. 우선 이 책은 주로 두 부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첫 번째 대상은 물리학, 수학,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다. 학부생에겐 양자 컴퓨테이션 및 정보 과학의 표준 표현 방식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은 학부생이 표준 형식을 좀 더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간극을 메워주고, 양자 정보 과학의 여러 기본 개념을 이해하도록 돕고자 한다.
두 번째 대상은 다른 전공 분야에 경력 있는 전문가다. 공학, 화학, 생물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종사자가 해당될 것이다. 이들에게는 양자 컴퓨테이션 전공자 수준의 물리학 및 수학의 배경 지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책은 양자 컴퓨테이션의 기본 사항과 실제 필요한 계산 방법을 익히는 데 있어 좀 더 '손에 잡히는' 접근 방식을 사용해 거리감을 좁혀주고자 한다.
또한 이 책은 양자 컴퓨테이션 강좌를 수강하는 물리학 및 컴퓨터 과학 대학원생에게 필요한 교과서 및 강의록을 보완하는 계산 중심의 보조 교재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초심자에게 양자 컴퓨테이션을 소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반적인 양자 컴퓨테이션 전공 서적보다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양자 컴퓨테이션 개념 학습에 필요한 표현 방식을 간단히 제시하고, 명확한 예제를 통해 개념 동작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대학원 수준의 양자 컴퓨테이션 교과서에서 접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과 일부 주제는 과감히 생략했다. 그러나 단열 양자 컴퓨테이션이나 클러스터 상태 컴퓨테이션 같은 깊이 있는 주제는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완벽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자 컴퓨테이션 분야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양자 컴퓨테이션 이해에 필요한 기초 사항을 전달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양자 컴퓨테이션에 대한 개요를 여러 측면으로 제시하려 했지만, 물리학적 관점을 많이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