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매처럼 지내 온 친구가 저에게 두 개의 어휘가 결여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맙다와 미안하다. 열일곱 살 때부터 모든 일을 홀로 결정하고 책임져 왔던 저는 누구에게든 세상의 그 무엇에든, 고마울 것도 미안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세상의 수많은 존재에게 빚을 지게합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저에게는 갚을 길이 없습니다. 별 쓰임새 없이 비루한 제 소설이 읽는 이에게 잠시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