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하여 세 권의 창작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발간했습니다.
2006년 〈『문예중앙』소설상〉, 2016년 〈한국 SF어워드 장편소설 대상〉, 2017년 〈황순원 소나기마을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2023년부터 ‘로희’라는 이름의 SF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렸어요. 노래를 좋아해요. 요리를 사랑해요. 단지 모두가 즐겁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말을 썼다는 사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5개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나이 든 남자의 편을 들고 있었다. 피셔로 하여금 아버지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하고 있었다. (……)
작년 겨울 강원도에 처박혀 소설의 절반가량을 다시 썼다. 아마도 아버지의 영혼이, 아니 내 무의식 속의 아버지가 의도했을 문장들을 지우며 나는 뭐랄까, 슬프다기보다는 아팠다. 심장을 수제비 반죽마냥 떼내어 한 조각씩, 뜨거운 물속에 던져 넣고 있는 기분이었다. 수십 개로 찢어진 채 끓고 있는 심장을 느끼며 새로운 마무리를 짓고 나자, 그 안에는 내가 그토록 거부했던 아버지가 아니라,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 오해했던 아버지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