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이 책에 박힌 ‘소설’이란 글자가 머쓱하게 다가온다. 막연히 나는 꿈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다. 오랫동안 꿈 일기를 써왔고 몇몇 꿈은 내 시의 모티프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데가 있었다. 꿈을 글감으로 삼는 대신, 꿈을 꿈으로서 존중하며 이쪽 세계로 옮겨와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아직 954개의 꿈을 더 모아야 하니 목표까지는 한참 멀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담긴 건 고작 해몽전파사의 프롤로그일지도 모른다. 여하간, 가게의 문을 열고 말았다. 나는 내가 쓰지 못한 이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앞으로 모일 954개의 꿈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또 진주씨의 건강과 해몽전파사의 밝은 미래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진다. 이 책과 인연을 맺는 분들도 진주씨의 쾌유를, 설아씨와 삼월씨와 내가 천개의 꿈을 다 모으는 날을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꿈을 꾸었다.
못을 뽑았다. 못함의 못을. 꿈이 아닐 수 없는 꿈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