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산 아래 휘어져 도는 길모퉁이에 오래전 내린 눈이 남아있었다. 축복처럼 내려 쌓이던 눈송이들이 어느 결에 성가신 짐이 되어 변두리로 내몰려 있었다. 나는 흙먼지에 뒤덮여 볼품없이 변해버린 눈더미를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누구에게나 축복이었으나 어느덧 짐이 된 존재들, 붙잡고 있을수록 누추해지는 빛나는 순간들이 있으리라. 햇살이 닿지 않는 곳의 저 눈더미처럼 녹아 없어지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무력하고 아픈 시간들이 있으리라. 그것은 마치 나의 시 같았다. 반기는 이가 없어도 쉼 없이 내리던 눈송이들이었다. 순수한 눈의 나라 열정의 꽃잎들이었다.
누가 뭐래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