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아의 구원인 소설이라는 배낭을 짊어지고 이런 여건 속에서 긴 여행을 해왔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동인 활동으로 시작한 소설쓰기의 출발이니, 이제는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런 문학적 도정에서 나는 소설집으로 여정의 이정표들을 세워왔다. 그렇다고 그 이정표의 위치에 안주할 집을 짓지도 못하고 나는 늘 새로운 길 떠남을 했다. 그것이 목표를 향한 도정일 수만은 없다. 방황일 수도 있고, 방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탈이라 할지라도 궁극적 자아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도정인 것은 분명하다.
나는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이 소설집을 이정표로 세워놓고 또 배낭을 지고 길 떠남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