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딴생각이다. 단어마다 字字, 어룽거린다. 당신은 당신의 당신과 당신을 당신이 당신에게 당신까지 당신한테 어떻게든 달라붙는 운명 같은 것. 그러나 그것들은 당신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자를 뒤흔드는 중일 텐데.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다른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 사이가 아득히 멀다. 자자, 이제 그것에 대해 써보자 하는데 또 쓸데없는 것을 쓴다고 근심하는 당신에게 써야지. 쓸모없음을 사랑해요, 나는 당신의
2020년 가을
살았던 생을 다시 사는 것 같습니다. 같은 경험과 같은 실수에도 번번이 놀라고 실망하면서요. 그렇게 조금씩 잘하게 되는 거라 기대하면서요. 오늘 밤 초승달 곁에서 빛나는 저것은 금성, 처음인 듯 아름다워서 두근두근. 이 행성이 맹렬히 돌면서 달려나간다는 것, 똑같아 보이지만 다른 지점을 향한다는 것. 우리의 삶도 이 시집도 그와 같다는 생각에 또 두근두근, 그러다가 이내 고요해집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여름
김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