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현되지 않은 그 새로운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소망, 그리고 그것을 위한 사랑의 욕망과 갈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쓰여지고 있는 성장소설들은 우리들의 숨겨진 희망의 암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성장소설이 환멸의 시대에도 절망하지 않고 '청년의 형식'을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부재와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오이디푸스 바깥에서의 사랑의 소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문화보관창고에 넣어두어야 할 폐물이 아니라 새롭게 다시 살펴보아야 될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소설과 서사장르는 삶의 근본적 이해에 연관될 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시대의 핵심적인 문화형식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소설을 보다 유연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서사형식의 한 종류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서사형식의 하나로서 소설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폐쇄된 칸막이를 넘어서서 다른 매체와 장르들에 연관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모든 논의는 경계선 만들기와 경계선 해체로 요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