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마지막 장을 쓸 때마다 내가 두고 온 인물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평온하기를 빈다. 나도 모르는 세계에 그들만 남겨두었다는 죄스러움을 사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삶이 마침표로 끝나지 않고 쉼표로 남아 오래 흐르기를 희원하기 때문이다.
『두고 온 여름』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하와 재하도 그럴 수 있기를, 그들이 살아갈 나날이 더욱 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곳에서 기하와 재하는 몇번의 여름을 맞을까.
몇번의 사랑을 하고, 또 몇번의 이별을 준비할까.
나는 어떨까.
이 소설을 읽는 당신은.
우리가 맞을 무수한 여름이 보다 눈부시기를.
어딘가 두고 온 불완전한 마음들도 모쪼록 무사하기를.
바란다.
부엉이는 성급히 날아오르지 않는다. 날갯짓을 하기 전 충분히 주변을 살피고, 신중히 방향을 정한 뒤 착지한다.
나 역시 예리한 발톱으로 문장을 낚고, 너른 시선으로 사회의 아픔을 포착하며 열린 귀로 멀리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까지 경청하고 싶다.
지금보다 묵직한 숨을 내쉴 때까지. 가까이서, 먼 곳에서 지켜봐주시길 바라며.
2025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