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과학자 특유의 자만심을 고수할 생각이다. 도시가 기능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변화, 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자연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나와야 하고, 그런 통찰을 바탕으로 테크놀러지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누군가가 농작물을 심거나 가축을 길러 식량을 공급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도시는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증기기관, 자동차, 컴퓨터도 관습적 규범, 기존의 경제 위계, 국가간 경계를 초월하여 도시를 형성해 왔다. 사회적 제약은 단기적으로는 도시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학과 테크놀러지에 의해 이루어졌다.
(...) "규칙은 몸통이 정사각형이든, 노란색이든, 모자를 썼든, 노란 깃발을 들었든..."
이런 식으로 기계가 복잡한 규칙을 줄줄이 내뱉었기 때문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규칙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내가 철저하게 낯선 지적존재의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 섬뜩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나는 우리 모두가 쌓아올렸던 이성과 문명의 탑이 무너지면서 원초적인 공포에 굴복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나는, 내가 갑자기 무엇인가의 면전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