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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취미/실용/레저

이름:정진명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아산

최근작
2023년 12월 <어원으로 본 한국 고대사>

우리 시 이야기

저는 처음 세상에 시인으로 나섰습니다. 1987년에 이른바 시로 등단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사범대를 나온 까닭으로 교사가 되었고,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쓰는 것은 혼돈 속에서 새 길을 찾는 것이지만, 가르치는 것은 이미 찾은 길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것에 익숙해지면 쓰는 것으로부터 저절로 멀어진다는 점을 평생 경계하고 살았지만, 제가 경계한 그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제 시보다 잡글이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 본래 자리는 시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시인으로 보낸 평생을 헛된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 덕에 한창 자라는 젊은 아이들과 평생을 즐겁게 호흡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정리한 것은 제가 평생 학생들과 어울리며 느끼고 생각한 내용들입니다. 문예이론이 서구에서 흘러든 것들이 자리 잡은 현실에서 우리의 시각으로 시를 새롭게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보려고 한다고 해서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쓰는 방법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뜻하지도 않게 그런 기회가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그것을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시가 편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개구리 해부하듯이 시를 배우고 나면 그 시는 우리에게서 멀어집니다. 우리가 시를 버릴 뿐, 시는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시가 쉽게 쓰이고 쉽게 읽히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는 한 마디를 하려고 이렇게 긴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책으로 엮어준 학민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용박골에서

우리 활 이야기

개정판을 내며 1996년에 초판을 냈는데, 17년만에 개정판을 내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국궁 인구는 1만 명이 채 안 되는 현실이기에 활쏘기 책은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다행이 이 책은 재판까지 다 팔렸다. 활터보다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대중들께서 구했으리라고 짐작한다. 이 참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원래 이 책은 우리 활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통 활쏘기를 소개하려는 교양서로 썼다. 앞으로도 이런 목적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책 전체의 체제는 그대로 두고 틀리거나 어색한 부분만 조금 손질하는 선에서 개정을 했다. 가장 많이 고친 부분은 사법이다. 처음 이 책을 낼 때는 집궁 2년차의 애송이였다. 사법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쓴 사법론은 얼굴이 늘 화끈거리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을 고칠 기회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처음 활쏘기 책을 내려고 했을 때는 자료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불과 10여년 사이에 좋은 책들이 꽤 많이 나왔다. 뜻한 바는 아니지만, 『조선의 궁술』 이후 57년만에 처음으로 나온 활쏘기 책이라는 영예와 더불어, 활 책 출판의 물꼬를 트는 첫걸음을 찍게 되었다. 특히 그 사이에 국궁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인터넷이 그것이다. 1997년 이건호 접장이 처음으로 활쏘기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지금은 국궁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중요한 정보전달 매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렇게 책과 인터넷 정보가 많아지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불필요한 정보나 그릇된 정보는 오히려 올바른 길을 가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시간도 부족한 현대인들이 도대체 어떤 것을 보아야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게 된다. 그럴수록 좋은 안내서는 꼭 필요하다. 이 책을 개정하여 내기로 결심한 데는 이런 고민도 있다. 초판 낼 때는 김학민 사장님이 많은 조언과 배려를 해주었는데, 개정판을 내는 지금은 양기원 사장님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오도록 애써주신 두 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2013년 청주 용박골 사말 정진명 삼가 씀. - 머리글

한국의 활쏘기

개정판을 내며 초판이 나온 1999년 이후 두 번을 더 찍어서 3쇄까지 나온 것은, 동호인 수 1만 명이 채 안 되는 국궁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결국 이 책의 많은 독자는 활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 뜻이다. 삼가 소름 끼치도록 고마운 일이다. 처음 이 책을 낼 때만 해도 자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에도 없는 자료를 찾아야 했고, 짬만 나면 원로 궁사들을 만나러 전국을 떠돌아야 했다. 손이 아닌 발로 쓰다시피 해서 겨우 전통 활쏘기의 얼개를 엮었다. 하지만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쓴 내용들이 적잖이 허점을 드러내어 언젠가는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는데, 이제 14년만에 개정판을 냄으로써 한 시름 덜게 되었으니 천만 다행이다. 이 책이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그전에 참고했을 분들을 생각해서 크게 고치지는 않았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없애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 더 채우고,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바로잡는 선에서 그쳤다. 특히 가장 많이 손을 댄 사법 부분도 체계만 조금 바꾸었을 뿐 내용은 거의 그대로 두었다. 처음 이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성낙인 선생이었다. 그 분의 정확한 고증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활을 찾아 헤매는 내게 등대와도 같던 그 분이 2011년 겨울에 입산하셨다. 하늘이 무너진 듯 가슴 한 쪽이 허전하던 차에 유족한테서 고인의 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 대부분 성문영 조선궁술연구회장의 유품이었는데, 근대 국궁사의 중요한 매듭이 된 엄청난 자료들을 대뜸 받고 보니, 이 책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 될 것 같던 활 관련 글쓰기가 출발선으로 되돌아왔다는 암담함이 반가움에 앞선다. 성낙인 선생이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이 책이 나올 수 없었던 것처럼, 성문영 사두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전통 활쏘기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동안 이 책을 통해 보여준 독자들의 사랑과 영예는 마땅히 성씨 가문에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학정 성문영 사두와 성낙인 선생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학민사에는 너무나 많은 빚을 졌다. 이 책을 직접 만들고 꾸민 김학민과 양기원 두 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활쏘기의 지름길

활은 완성이 없는 것 같다. 완성할 수 없는 세계를 완성을 향해 열어놓은 것이 바로 전통 사법이다. 나는 그 동안 될수록 사법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는 사이 세상은 더욱 전통 사법으로부터 멀어져갔다. 이른바 반깍지 사법은 편법이지 정법이 아니다. 전통 사법은 『조선의 궁술』이다. 『조선의 궁술』은 활에 관한 경전이다. 나는 평생 이 책 속의 짧은 사법 부분을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살아왔다. 결국 이번에 책 한 권으로 풀어쓴 내용도 『조선의 궁술』을 내 나름으로 이해한 것들이다. 이 이해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허물로 돌리려 한다. 나의 25년 활 공부는 온깍지궁사회과 함께 했다. 여기에 풀어쓴 내용의 많은 부분이 온깍지궁사회 사계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임을 특별히 밝힌다. 아울러 비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계원들에게 이 참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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