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고 답답하고 무료하고 울울할 때, 나른하여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무엇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할 때, 억울하고 분하여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싶을 때, 온 세상으로부터 배신당했다는 감회가 밀려올 때, 그리하여 아무도 대면하고 싶지 않을 때, 사람들이 극도로 경멸스러운 미물로 보일 때, 그 미물들을 맹독성 농약으로 깡그리 박멸하여 쓸어내야겠다는 참담한 망상이 꿈틀거릴 때, 한 마디로 삶을 지속하기가 몹시 힘겹게 느껴질 때, 이 책에 실린 실없는 농담들 중 하나가 우리의 가슴을 잠시나가 가볍게 건드리고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점잖은 분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하거나 누가 그것을 입에 담더라도 눈살을 찌푸리며 듣는, 소위 '실없는 이야기'가 객담이다. 하지만, 고통과 시름에 짓눌린 사람들에게는 객담만큼 큰 위로도 별로 없을 것이다. 깊은 근심에 사로잡히신 늙은 어머니를 곁에서 뵙다 못하여, 실없는 이야기로 어머니의 주름살을 잠시나마 펴드리려는 어린 아들의 서툰 객담으로부터, 원인 모를 쓸쓸함과 허전함에 잠 못 이루는 임금님을 위로해드리던 어전광대의 객담에 이르기까지, 모든 객담은 인간의 숙명적인 시름들 달래주는 묘약이다. "패설은 숱한 고통과 슬픔과 시름을 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