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비슷한 책을 내고 싶었다.
산문집이면 산문집이지, ‘비슷한’이라니.
글의 깊이와 무게에 자신 없으니 해보는 소리이다.
우물이 깊어야 물맛이 차고 맑고 무겁다던가.
허나, 맨손으로 한 움큼 퍼 올려 마른 입술 잠깐 적시는
옹달샘 물도 반가울 수 있다.
새들과 네 발 가진 동물들이 편히 마시고,
벌과 뱀도 목마름을 달래고 가는 산속 숲속 작은 샘물.
그리고 그대와 나도 잠시 쉬어가는 것인데 이 책이 그렇다면 좋겠다.
어쩌다 작은 웃음보도? 더 바랄 나위가 없을 터이다.
샘으로 가는 길은 소박하고 외지며 때로는 거친 오솔길이다.
나무와 풀과 바람, 구름이 있는 풍경은 가볍다.
이 날까지의 글에서 추려 엮어보니 오솔길로 왔음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