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책이 좋다. 긴 것이나 짧은 것, 딱딱한 것이나 부드러운 것, 독백이나 대화, 그 외에 다양한 재료를 패치워크처럼 이어붙인 책. 그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을 훌훌 넘겨보는 것이 좋다.
그런 이유로 내 자신이 그와 조금은 비슷한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치만, 너무 안이한 거 아냐? 이런 지리멸렬한 걸로 괜찮니?" 원고를 읽은 친구 중의 한 사람이 그렇게 말헀다.
당치도 않다. 그렇기는커녕, 될 수 있으면 더 지리멸렬하게 해도 끼워넣어서 오히려 아직까지는 너무 틀이 잡혀 있어서 같은 논지의 반복도 많다. 결점은 그쪽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문장에 대해서는 이전 작품 <구조와 힘>과 마찬가지로 굳이 무전략을 고집하여 탁 털어놓고 노골적으로 쓰기로 했다. 여러 가지 유보하고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낙천적으로 돌파하는 쪽을 택했다. 그 이유는 이 책 속에 몇 번 씌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