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홍콩은 작품 속 1967년의 홍콩처럼 똑같이 괴상하다. 우리는 멀리 한 바퀴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2013년 이후의 홍콩이 1967년 이후의 홍콩처럼 한 발 한 발 올바른 길로 나아가 소생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강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용감하며 시민을 위해 온 마음으로 일하는 경찰의 이미지가 다시 확립되고, 홍콩의 어린이들이 경찰을 자랑거리로 생각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창작에 투신한 후 첫 10년간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를 단편집으로 내놓고 싶었다. ‘디오게네스 변주곡’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여러 단편을 한 권의 책에 밀어 넣는 허술한 방식이 아니라, 모음곡 형식으로 포장해 잘 갖춘 모습으로 세상에 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마다 클래식 음악처럼 순서를 정리하고 표제를 붙였고, 실제로 책 속의 몇몇 이야기는 서로 관련이 없으면서도 유사한 주제를 각기 다르게 ‘변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