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집을 지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서구 건축 식견에서 해답을 구해 한국 정서와 동떨어진 건축을 현대 건축이란 이름으로 서슴없이 조영하였다. 그래서 현대 건축은 서양 건축 방식에 따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고층 빌딩 숲을 대견해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런 건축물에 한국적 분위기가 없으며 전통을 계승한 건물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 풍토에 순화된 한옥을 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땅에 남아 있는 한옥을 재조명하여 오늘의 우리 집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길을 찾자는 생각이다.
대대손손 사는 고장을 우리는 고향이라 부른다. 타향에 갔다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 주는 다정한 얼굴들로 해서 언제나 다정한 곳이 바로 고향이다. 낯설지 않다는 데 편안함이 있다. 따로 만나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다. 늘 그렇게 이웃에 있다는 사실로 해서 함께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것이 역사를 이루고 그 역사의 기반에서 다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 땅은 그런 의미에서 한옥의 고향이 된다. 이 지역의 풍토가 형성한 기반도 한옥에서 보면 고향의 훈기가 된다. 이 강역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존재도 한옥에서 보면 고향의 심성이 된다. 한옥은 그래서 산하에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에 속한다. 이 땅에서 순화된 삶의 터전이 되면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그 삶의 터전에서 우리들의 관습이 자라고 문화가 피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