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일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이렇게 발끝을 들고 살짝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칠레는 한겨울의 정오이고 한국은 한밤중일 테지만, 우리 사이의 거리가 기쁘게 사라져버린 순간을 상상합니다.
이곳의 날씨는 춥지만 맑고, 저는 눈 덮인 안데스 산맥과 우리집 정원의 연못에 물을 마시러 왔다가 저 높이 포르를 날아가고 있는 새 두 마리를 보고 있습니다. 저도 저 새들처럼 성급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서 <빅토리아의 발레>의 책장을 넘겨 읽어줬으면 하는 조바심 때문에 말입니다.
저는 이 책에 담겨 있는 유머와 슬픔과 시들이 여러분들에게도 친숙한 것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음이 부풀어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 넓은 바다와 언어의 장벽이 가로놓여 있어도, 이 세상 모든 인간의 불완전하고 불확실하며 위대한 모험들은 닮은 꼴이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