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는 여왕의 유적지를 답사하고 왜 유독 신라시대에만 여왕이 존재했는지 그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고, 해남에서는 시인 고정희의 생가를 둘러보고 그녀의 삶과 시를 통해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에 가두어진 두 여성 예술가의 삶을 바라볼 예정이에요. 수덕사에서는 나쁜 여자 나혜석의 삶을 들여다보고 신여성과 오늘날의 여자들이 어떤 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부안에선 기생 매창의 시를 읽어 내면서 여성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구요.
최명희도 박화성도 이난영도 박경리도 그저 자기 앞의 생을 무연히 살아냈을 거야. 백제의 여자들도, 조선의 여자들도, 식민지를 살았던 여자들도 잠깐 펼쳐진 시공간 속에서 한마리 나비처럼 혹은 물고기처럼 미끄러지듯 유영하거나 춤추거나, 가끔 정자 씨 당신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서 말이야. 불안하거나 두근거리거나 침묵하거나 속삭이거나 뿌리없거나 날개 돋거나 그림자이거나 환이거나 오오, 용광로 앞의꽃 한 송이, 눈부신.
그런데 과연 그녀들은 거기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