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본드Michael Bond
《뉴사이언티스트》 수석에디터, 영국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저명한 저널리스트로 《네이처》 《프로스펙트》 《옵저버》 《데일리 텔레그래프》 《파이낸셜 타임스》 외 유수 저널에 기고해왔다.
그는 인간 행동에 깊은 관심을 두고서 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며 인간 본성의 비밀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감정 전염부터 군중심리, 집단사고, 동지애, 이타주의, 고독의 사회학까지 지난 수십 년 사회심리학의 성과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담아낸 《타인의 영향력》을 통해 말콤 글래드웰에 비견되는 저술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 같은 우리에게 알려진 악명 높은 심리 실험을 재조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위대·무장단체·극지 탐험가·참전용사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심층 탐구하면서 그들을 움직이는 힘이 우리들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히며 인간 행동에 관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전염되고 타인의 행동을 무의식중에 모방하는 사람들을 비합리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군중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광기가 아닌 온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힘은 무엇인지, 집단사고에 매몰되지 않고 편견에 맞서는 사람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 대규모 재난 혹은 사회적 고립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에 관한 그의 통찰은 대중을 읽는 힘과 더불어 영향력 있는 개인들의 연대와 역동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희망을 보여준다. michaelbond.co.uk
Copyright ⓒ Michael Bond 2014
All rights reserved.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15 by Across Publishing Company
Korean translation rights arranged with A. M. Heath through EYA(Eric Yang Agency).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EYA(Eric Yang Agency)를 통한 A. M. Heath와의 독점 계약으로 도서출판 어크로스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옮긴이 문희경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플로팅 시티》 《장사의 시대》 《너브》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유혹하는 심리학》 《공감의 뿌리》 《빅 브레인》 등이 있다.
종이책 발행 2015년 6월 22일
전자책 발행 2015년 7월 15일
지은이 | 마이클 본드
옮긴이 | 문희경
발행인 | 김형보
편집 | 서지우, 박민지
마케팅 | 이상호
발행처 | 도서출판 어크로스
출판신고 | 2010년 8월 30일 제 313-2010-290호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4길 29 영화빌딩 2층
전화 | 070-8724-0876(편집) 070-8724-5877(영업) 팩스 | 02-6085-7676
e-mail | across@acrossbook.com
한국어판 출판권 ⓒ 도서출판 어크로스 2015
ISBN 978-89-97379-68-2 0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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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편집 | 서지우
교정교열 | 김미경
표지디자인 | 오필민
본문디자인 | 성인기획
전자책 제작 | 이타래
출처를 따로 밝히지 않은 인용문은 모두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제시카에게
거짓 소문에 파산한 은행 | 과식의 이유, 카멜레온 효과 | 운동선수에게 승패보다 중요한 것 | 보톡스 시술이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 | 생산성은 휴게실에서 나온다 | 심리치료사도 면역되지 않는 타인의 감정 | 정보의 쏠림 현상
◆당신은 타인의 감정에 얼마나 민감한가?_ 감정 전염도 테스트
히틀러가 신봉한 ‘군중심리’ | 합리적 폭동 | 훌리건 속으로 뛰어든 괴짜 심리학자 | 집단행동에 더욱 가혹한 법정 | 제4의 구조요원 | 재난의 심리학 | 군중 속의 온기 | 변화가 일어나는 길
◆건물 안에 연기가 자욱하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_ 군중 비상사태에서 살아남는 법
세상에서 ‘가장 추운 여행’ 탐험대 | 심리검사는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 | 520일간의 고립, 화성 탐사 시뮬레이션 | 에베레스트 등반의 숨은 공신 | 금연 집단 치료 참가자들의 흡연이 늘어난 까닭 |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의 비결 | 추위보다 혹독했던, 아이스팀의 진짜 장애물
◆당신은 조직의 지배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운가?_ 집단사고의 8가지 증상
오합지졸 반란군을 승리로 이끈 것 | “우리는 행복한 소수다” | 신뢰가 무너진 군대의 최후 | 유대를 강화하는 의식儀式 | 폭격 속에 살아남은 일곱 명의 대원 | 뉴욕 소방국의 위대한 활약
세상의 아이히만들 | 밀그램의 복종 실험 | 흰 것을 검다고 우기는 사람들 | 루시퍼 이펙트, 스탠퍼드 감옥 실험 이후 | 자살 테러를 감행한 18세 소년 | 테러리스트 프로파일, 무엇이 다른가 | “자살이 아닙니다” | 지도자는 문화를 이용한다 |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
◆브레인스토밍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려면?_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 방법
저항의 원동력 | 이타심의 심리학 | 전쟁 영웅의 공통점 | BBC 감옥 실험이 보여준 새로운 연대 | 약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
와해된 협력 | 죽음의 공포가 불러오는 ‘홉스의 함정’ | 부시는 어떻게 90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나 | 경제가 심리에 끼치는 영향, 권위주의 증후군과 터틀링 현상 |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들 | 미디어가 세계를 왜곡할 때 |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법
중단된 눈가리개 실험 | “우리 몸은 친구를 만들어줄 방법을 고안한다” | 독방에 감금된 이들, 죄수의 시네마 | 무장단체 지도자를 꺾은 심문관의 심리전 | 군중 속의 고독 | 외로운 늑대 | 고립되지 않는 마음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주도한다고 여기지만 대개는 정반대다. 우리가 놓인 상황, 특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짐작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남에게 조종당한다. 타인은 우리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무엇을 먹고(그리고 얼마나 먹고), 누구에게 투표하고, 돈을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영향을 끼친다. 타인은 우리의 심리 상태, 곧 기분과 정서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 나아가 타인은 우리의 도덕관, 곧 선한 행동을 할지 악한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의식의 저변에 작용하는 집단 역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 덕분에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생각하듯 자율적인 무대감독이 아니다. 우리는 철저히 사회적 존재다. 이런 통찰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로운 통찰에서는 인격과 성격이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라고 제안한다. 나아가 인간 조건에 관한 몇 가지 난해한 질문을 던진다. 범죄는 심리 상태인가? 악이 악을 불러오는가? 영웅은 날 때부터 영웅인가?
이렇게 복잡한 속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례로, 2013년 7월 《롤링스톤 Rolling Stone》 표지에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과 헝클어진 머리에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해 보이는 보스턴 폭탄 테러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Dzhokhar Tsarnaev의 사진이 실리자 대중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살인 용의자는 록스타처럼 보이면 안 되고, 누군가의 아들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드러난 일화였다.
물론 살인자는 어떤 모습도 가능하다. 불편한 진실은 어느 누구도 결코 겉으로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악당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주로 그들의 사교성과 강박적인 집단 성향groupishness● 때문이다.
● 집단에 소속되려는 인간의 본성을 뜻한다.
인간이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아주 허술한 기준, 예를 들면 머리카락 길이나 독특한 말투로 사람들을 분류한다. 인간 행동은 대부분 집단의 차원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1954년 터키계 미국인 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Muzafer Sherif가 ‘로버스 동굴 공원 실험Robbers Cave Experiment’을 통해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셰리프는 오클라호마의 로버스 동굴 주립공원에서 열린 여름캠프에 참가한 남자 청소년 22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경쟁을 조장해서 그들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했다. 소년들은 며칠 만에 부족 전쟁과 유사한 집단 경쟁에 돌입했다. 구성원의 배경과 나이는 거의 동일했다. 요컨대, 셰리프는 단지 모래밭에 선 하나를 긋는 방법만으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한 것이다.
그 후 몇십 년 동안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얼마나 손쉽게 ‘우리’와 ‘그들’의 서사를 만들고 얼마나 빠르게 편견을 가질 수 있는지를 여러 차례 증명해왔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눈동자 색깔, 셔츠 색깔, 특정 화가에 대한 선호도, 어떤 무늬에서 점의 개수를 많게 세는지 적게 세는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는지 뒷면이 나오는지에 따라 본능적으로 편을 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임의의 기준으로도 집단 정체성이 공고히 확립된다. 영국 엑서터 대학교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마크 레빈Mark Levine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의 미덕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면, 낯선 사람이 부상을 당했을 때 리버풀 셔츠나 일반 셔츠를 입은 사람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셔츠를 입은 사람을 도와줄 가능성이 세 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 뒤 반복 검증할 때는 전반적인 축구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자 낯선 사람이 어떤 셔츠를 입었든 — 축구 클럽 셔츠를 입었다면 — 기꺼이 도와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정체성은 가변적이면서 일시적이다. 게다가 본능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 … 세계의 모든 사람을 적대적 집단으로 구분하려는 충동은 인류의 존재만큼 오래되었다.” 역사가 데이비드 캐너다인David Cannadine이 《분리되지 않은 과거The Undivided Past》에서 한 말이다.1)
집단 성향은 진화적으로 일리가 있다.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는 자연선택으로 인해 서로 협력하고 친구와 적을 신속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집단을 이루고 살면 노동 분담과 포식자나 적으로부터의 보호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생존과 종족 번식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부족 성향tribal proclivity은 생리적으로 우리 몸에 새겨져 있으며, 경쟁 행동을 촉진하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내집단 內集團●에 대한 사랑(간혹 제기되는 것처럼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은 아니다)을 북돋워주는 옥시토신oxytocin 같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된다. 부족을 이루려는 기질은 사회적 연결에 대한 인간 본연의 갈증뿐 아니라 외로움의 고통스러운 영향도 설명해준다. 타인의 존재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우리를 훨씬 더 험한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
● 개인이 실제로 소속되고 구성원 간에 공동체 의식이 강한 집단.
우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근본적이고 극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위축되고 때로는 압도당하기도 한다. 자기 삶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삶의 방향타를 직접 잡지 못하거나 군중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숱한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진 사람들처럼 집단의 강요로 인해 인생을 망칠까봐 걱정한다. 이런 두려움은 대체로 근거 없는 믿음에서 나온다(사실 군중은 어리석지도 않고 광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문의 여지 없이 집단에 의지하는 성향 때문에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도 있다.
집단 성향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관대하게 포용하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집단 성향에 의해 협상보다 공격을 택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집단 성향은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집단 성향은 평범한 사람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잔인한 행동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집단 성향은 불만에 휩싸인 외로운 사람을 대량 학살자로 만들기도 한다. 집단 성향에 의해 극단적인 세계관을 취하고 모든 종류의 쟁점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집단 성향으로 인해 남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에 지나치게 휩쓸린 나머지 남이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때는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이것은 일부 사회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학과 과학 성적이 떨어지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들이 지적 능력을 평가받는다고 생각할 때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듯하다).2)
반면 집단 성향 덕분에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경지에 오를 수 있다. 20세기에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은 대부분 집단행동이었다. 영웅은 대개 비범하게 탄생한 것이 아니라 동포의 절박한 요구에 부응하여 앞장선 사람이며, 누가 영웅이 될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군대에서는 전우애와 연대의식으로 수적 열세를 보완할 수 있다. 연대의식은 또한 스포츠 성적에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극한 환경에서의 탐험과 생존이라는 놀라운 일을 가능케 한다. 군중은 흔히 묘사되는 모습과 정반대로, 사회심리학자 존 드루어리John Drury가 “제4의 구조요원”이라고 일컬었을 만큼 협조적이고 이타적인 성향이 강하다.
혼자 고립된 사람도 강렬한 사회적 유대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납치되거나 혼자서 탐험하는 사람은 눈앞의 한계를 한참 초월하는 추상의 세계로 도피해서 정신을 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욕구가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소득세 미납액을 회수하기 위한 ‘넛지nudge’ 전략 ●으로 체납자들에게 다른 대다수 국민은 제때에 세금을 납부한다고 강조하는 편지를 보냄으로써 납세율을 20퍼센트 정도 끌어올렸다. 이렇듯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거의 모든 차원에서 우리에게 중요하다.
●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리처드 탈러 & 카스 선스타인).
이 책 《타인의 영향력》 에서는 독특한 사례부터 일상의 사례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앞으로 우리는 전쟁 영웅과 극지 탐험가, 런던 폭동 참가자와 ‘아랍의 봄’ 시위자, 미국의 독립운동가, 산악인,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 뉴욕 시 소방관, 우주비행사, 자살 테러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유대인을 구조한 영웅들,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 프로 사이클 선수, 납치된 사람들, ‘슈퍼맥스supermax’ 교도소●●● 재소자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실험과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힘에 관한 우리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가자의 난민촌에서 카이로의 거리까지, 관타나모 만에서 버몬트의 수풀 우거진 계곡까지 돌아볼 것이다.
●● 전문 테러리스트 단체의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테러범.
●●● 미국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교도소로, 주로 흉악범이나 테러범을 수용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사회적 충동과 취약성을 다스리고 목적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이를테면 군중을 따를 때와 자기만의 길을 갈 때를 알아차리는 법, 대규모 비상사태에서 살아남는 법, 자기 인식이 편견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되는 기제, 브레인스토밍을 잘하는 비법, 외로움과 소외감에 직면하는 법, 집단사고groupthink●의 위험을 피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대안 분석이나 이의 제기를 막고 간단히 합의에 도달하려는 심리적 경향.
이 책은 직원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어울리게 하는 방법이 직원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함께 나설 때 반대 의견을 내기가 훨씬 수월해지며(영웅적 행동은 집단행동이기도 하다), 신문을 잘 팔리게 하는 선정주의는 세계관과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올스타 팀이 거의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는 이유, 자살 폭탄 테러범들 가운데 단독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 똑똑한 사람조차 동료의 압력을 받으면 단순한 질문에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집단행동의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조명하고, 집단행동이 우리의 모든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는 데 있다. 사회심리학은 우리 자신에 관해 풍부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이 없다면 우리가 진실로 서로를 이해하기를 바랄 수 없을 것이다.
특정한 나이대의 영국인 대다수는 1997년 8월 31일 아침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자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한다. 그때가 영국인에게 JFK 순간●이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사건 이후에 벌어진 상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더 기묘했다. 수많은 사람이 마치 개인적으로 다이애나를 알았던 양 슬퍼했다.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밤새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전 앞에 줄지어 서서 조문록에 서명했다. 약 100만 명이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긴 장례 행렬을 이루었다. 켄징턴 가든에 있는 다이애나의 자택 대문 앞에는 조화弔花가 높이 쌓여서 밑바닥에 깔린 꽃은 썩기 시작했다.
● 미국인들이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순간에 자기가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 선명하게 떠올리는 현상.
그때 나는 켄징턴 근처에 살고 있었다. 마침 일요일이던 다이애나의 사망 당일에 나는 공원을 거닐다가 사람들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서 문 앞에 쌓인 조화들 위에 직접 준비해온 꽃다발을 내려놓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조금 전만 해도 일종의 경악만 불러일으키던 그곳에서 나까지 슬퍼지려 했다. 동시에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안아주었다. 텔레비전의 몇몇 아나운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작가 카먼 칼릴Carmen Callil은 그때의 광경을 뉘른베르크 전당대회●에 비유했다.1) 말하자면 이런 광적인 애도의식에는 단 하나의 감정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 1934년에 시작된 나치당의 연차대회로, 히틀러가 주요 연설을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한다. 생각 없이 기분과 감정에 동조하는 현상이 집단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에도 대중매체에서 사건을 무분별하게 다루면서 촉발된 현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감상적인 실황 방송을 내보내고 원래 산발적으로 슬퍼하던 분위기에 지나치게 주목하면서 전국적인 현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문화연구가 제임스 토머스James Thomas의 말처럼 “지배적 의견이 대중적 장면을 독점한” 사건이었다.2) 그러나 감정 전염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필연적인 결과다.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인간은 자동으로 모방한다. 모방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전에 먼저, 한 공동체에서 감정이 — 아래 사례에서는 공포가 —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얼마나 극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를 살펴보자.
감정 전염
타인의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하는 경향을 뜻한다. 2014년에는 페이스북의 감정 조작 실험 결과가 밝혀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감정의 전염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30년 12월 10일 수요일, 뉴욕의 한 상인이 브롱크스 프리먼 가街에 위치한 상업은행인 미합중국은행Bank of United States 지점에 들어가서 자기가 그 은행에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점장이 건실한 투자라면서 처분하지 말라고 만류하자, 은행을 나온 그 상인은 업계 동료들에게 그 은행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몇 시간 만에 수백 명이 프리먼 가 지점으로 몰려들어 예금을 인출하려고 했다. 은행이 문을 닫는 오후 8시 무렵에는 인파가 2만 명으로 불어났다. 고객 3000명이 200만 달러를 인출했고, 그중에는 겨우 2달러를 인출하려고 2시간 동안 줄을 선 사람도 있었다.
미합중국은행은 두 번 다시 문을 열지 못했다. 소문이 퍼져서 다른 지점들에서도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졌고, 임원들은 이튿날 군중이 대거 몰려들어 은행 돈을 다 쥐어짤까봐 겁을 집어먹었다. 목요일 아침 일찍, 그들은 전 지점을 폐쇄하고 보유 자산을 뉴욕 주 은행감독관 조지프 브로더릭Joseph Broderick에게 넘겨 안전하게 보관해달라고 요청했다. 옳은 결정이었다. 오전 9시 30분, 흥분한 고객 8000명이 빗속에서 프리먼 가 지점 앞에 서 있었고, 그 밖에도 브롱크스와 브루클린, 맨해튼의 58개 지점으로 수천 명이 더 몰려들었다. 5번가 535번지의 미합중국은행 본점 앞에서는 기마경찰들이 급히 벽에 붙어서 군중을 막아야 했다.3)
그 무렵 미합중국은행은 미국 역사상 도산한 상업은행 가운데 예금 보유액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었다. 미국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미합중국은행의 몰락은 검은 화요일Black Tuesday●이라 불리는 월스트리트 대폭락 이후 1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이 사건이 은행의 위기를 가속화하여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적 불황이 대공황으로 번지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4) 그해가 저물기 전에 은행 300개가 더 문을 닫았다.
● 1929년 10월 29일 화요일의 주가 대폭락.
미합중국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는 해당 은행에 지불 능력이 없을 거라는 공포가 전염되면서 악화된 사건이었다. 모든 예금 인출 사태와 마찬가지로 은행 제도의 운영 방식과 신용credit — 라틴어 cred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 의 가치에 대한 집단의 믿음이 무너진 것이다. 이와 같은 공포는 처음에 불안을 촉발한 소문의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기 충족적인 예언, 곧 어떤 은행도 예금을 전액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굳어진다. 집단적 공포는 무시하기 어려우며, 이런 양상은 대공황 이후 여러 번 반복해서 나타났다. 최근의 사례로는 2007년 9월,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영국의 노던록은행Northern Rock Bank 앞에 걱정에 휩싸인 고객 수천 명이 줄을 서서 예금을 인출하려 한 사건이 있었다.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에서 이미 노던록은행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남들이 예금을 인출하려 한다는 신문 보도와 블로그 게시물을 읽고 몰려나온 것이다.
●● 영국의 중앙은행.
이렇게 무리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조롱하기 쉽지만, 겉보기만큼 그렇게 무분별한 행동은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은행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은 모습을 발견하면 투자한 자금을 신속하게 인출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행동의 근거가 빈약해도 은행이 신용을 잃으면 도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가 원하는 무언가 — 또는 원한다고 여기는 무언가 — 를 좇을 때도 마찬가지로 무리를 따르기 쉽다. 2012년 1월, 애가 닳은 고객 수백 명이 베이징의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 몰려들어 소동이 벌어지자 애플 사는 “안전상의 이유”로 중국에서 최신 아이폰 출시를 연기해야 했다.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재정적 파산의 공포만큼이나 강렬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1930년 12월 미합중국은행 앞에 모여든 빗속의 군중
공포의 전염이 불러온 집단행동은 비합리적인 것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끌어낸 감정을 느끼고, 우리가 믿는 대로(또한 믿지 않는 대로) 선택한다고 여긴다. 대부분 착각이다. 지난 40여 년간 인간이 어떻게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적 영향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다. 사실 인간은 은둔자처럼 혼자 살아본 경험이 부족해서 사회적 영향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다(그리고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고립되어 산다고 해서 사회적 영향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왜 그런지 이해하기 위해 먼저 전형적인 사회적 의식儀式으로 한 끼 식사를 살펴보자.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느끼는 본질적인 인류애를 음식에서 느낀다.” 베트남의 격언인 이 말은 최근 룰 헤르만스Roel Hermans가 이끄는 네덜란드 행동 연구팀의 연구에서 과학적 신빙성을 얻었다. 헤르만스 연구팀은 네이메헌의 라드바우드 대학교 실험실에 실험용 식당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는 동안 상대에게 먹게 만드는 정도 — 행동 기준 — 를 알아보았다. (이것은 심리학을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학과로 만들어주는 유형의 실험 설계다.) 연구팀은 작은 테이블에 접시와 날붙이, 유리잔과 냅킨을 놓고, 의자 두 개를 서로 마주 보게 놓았다. 근처 램프에 CCTV 카메라를 숨겨놓고 옆방에서 연구자들이 식사하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게 해두었다. 다음으로 젊은 여성 70쌍에게 저녁식사를 차려주고 한 사람이 먹는 양, 다시 말해서 음식을 입에 넣는 횟수와 음식을 먹는 시간을 정확히 기록했다.
연구팀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3888번 관찰한 뒤 각 개인이 상대의 먹는 양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확인하고,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식사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달리 말하면 참가자들은 특히 식사를 시작할 때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동시에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는 경향을 보였다.5) 연구팀은 사회적 모방social mimicry, 곧 한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버릇을 흉내 내는 흔한 현상의 고전적인 사례라고 판단했다. 카멜레온 효과Chameleon Effect로 알려진 이 현상은 의사소통을 향상시키고 친밀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헤르만스는 카멜레온 효과를 통해 우리가 흔히 사람들 앞에서 더 많이 먹는 이유6)와 함께, 술을 마실 때는 특히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에 주목할 경우 상대방과 동시에 술잔을 드는 일이 잦은 이유7)를 비롯해 사회적 식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가상의 상호작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앞으로 술을 마시면서 영화를 볼 때, 얼마나 자주 화면 속 배우들과 동시에 술잔을 드는지 관찰해보라.8)
이런 유형의 행동 통합은 의식적으로 자각되는 차원보다 한참 아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음식을 입에 넣는 과정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유독 어렵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나 대중적 애도처럼 과잉 음식 섭취도 전염성이 있다. 헤르만스는 “사람들은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것보다 식사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내가 그에게 이런 성향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생각 없이 먹는 습관을 줄이세요!” 말은 행동보다 쉽다. 온전히 생각하면서 먹으려면 — 다른 건 다 배제하고 음식의 모든 풍미를 음미하려면 — 혼자 먹어야 한다. 헤르만스는 무엇보다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남을 모방하려는 본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모방 본능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치료자들에게 그렇게까지 하라고 조언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식사 행동 연구는 인간의 모방 본능에 관해 답해줌과 동시에 여러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헤르만스의 실험에 참가한 여성 참가자들은 평균 나이가 21세이고 ‘정상’ 체중이고 서로 모르던 사이였으며, 식사 시간의 마지막 10분에 비해 처음 10분 동안 세 배 더 많이 상대를 흉내 내는 경향을 보였다. 참가자들의 나이가 더 많거나 남성이거나 실험실의 식탁 앞에 마주 앉기 전에 친구였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또는 연령이나 성별이나 체중을 혼합해서 짝을 지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식사 중에 서로 대화하지 못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는 알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 모방한 것은 참가자들이 상대와 어울리려는 무의식적 노력이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이런 행동이 일반적인 특성이라면, 서로 잘 아는 가족끼리의 식사에서는 모방 행동이 적게 나타나고 사업상의 점심식사에서는 모방 행동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스를 만나고 얼마 후 나는 일 년쯤 얼굴을 보지 못한 동료 기자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나는 우리의 식사 행동이 서로 동작을 맞추는 홍학의 화려한 짝짓기 춤과 비슷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로 각별히 신경 써야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 동료는 음식을 흡입하다시피 해서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식사하는 내내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지 걱정했다. 다만 아직 모방의 심리에 관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서 당장 그렇게 씁쓸한 결론에 도달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는 무척 배가 고팠을 수도 있다.
내 동료가 그저 몹시 이기적인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기적인 사람은 대개 타인에게 맞춰서 행동할 줄 모른다. 애버딘 대학교에서 사회인지를 연구하는 조앤 럼스덴Joanne Lumsden은 사람을 만날 때 자기에게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데 목표를 둔 사람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 견주어 상대의 행동을 절반만 모방한다는 결과를 얻었다.9) 럼스덴은 서로 조화를 이루려면 상대에게 집중해야 하고, 자기만 들여다보면 상대에게 덜 집중하게 된다는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다고 말한다.
모방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호흡과 같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모방하는데, 모방하지 않는다면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항상 같이 있는 사람의 표정과 자세, 말투와 그 밖의 특이한 습관을 무심코 따라 한다. 그것도 놀랄 만큼 빠르게 모방한다.
1966년 피츠버그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21밀리초● 만에 상대의 동작을 모방한다고 밝혀졌다.10) 인간의 평균 반응 속도 — 깜빡이는 불빛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 — 가 그보다 10배 정도 느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모방은 결코 의식 수준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방은 원초적이고 선천적인 반응이다. 다시 말해서,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엄마의 표정을 따라 하는 갓난아기를 비롯해 모든 영장류에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사회적 만남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영상을 느린 그림으로 돌려보면 두 사람의 동작과 자세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발레처럼 우아해 보이고, 또 그렇게 보일수록 두 사람 사이에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헤르만스가 관찰했듯이 식사처럼 기계적으로 보이는 행동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 1000분의 1초.
그러나 모방이 신체 언어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모방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 나타난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과 역사적인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감정과 기분 — 우리의 내면세계를 이루는 요소 — 까지도 ‘따라 할 수 있다.’
전염성 있는 감정을 연구한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셰필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피터 토터델Peter Totterdell이 있다. 토터델이 처음부터 전염성에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간호사와 경찰관 같은 교대 근무자의 일주율日周律●을 연구하면서 근무 시간 중에 심리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근무자들의 기분이 서로 비슷한 주기로 변화하여, 마치 한 사람처럼 감정의 기복이 일어나는 양상을 발견했다. 그 뒤 토터델은 회계사와 경비원, 교사, 생산 라인 근로자, 고객 서비스 직원과 크리켓 프로선수에게서도 똑같은 양상을 관찰했다.
● 대략 24시간 동안 변하는 행동과 생리 과정의 일상적인 주기.
크리켓은 경기 방식이 난해하고 유난히 긴 시간을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는 탓에(닷새가 걸리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몹시 짜증 나는 스포츠다. 이런 이유에서 토터델에게는 크리켓이 동료 — 여기에서는 같은 편 선수들 — 관계의 기복을 측정하는 데 적절한 환경으로 보였다. 그는 잉글리시 카운티 선수권대회English County Championship●●에서 맞붙은 두 프로팀 선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선수들에게 포켓 컴퓨터를 나눠주고 경기 도중 여러 시점에서의 기분과 느낌을 기록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 결과 어느 한 시점에서 각 선수의 행복감은 경기가 팀에 유리하게 돌아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팀 동료들의 행복감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었다.11) 모든 선수가 거대한 물담뱃대를 물고 함께 연기를 들이마시듯 집단의 기분을 마시는 것 같았다.
●● 영국과 웨일스의 퍼스트클래스 크리켓 대회.
감정 전염은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보인다. 2008년 사회학자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Nicholas Christakis와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는 매사추세츠 주 프레이밍햄에 사는 친구와 친척, 이웃과 직장 동료 수천 명의 사회적 관계망을 조사했다. 이곳 주민들은 1948년 이래 역학자疫學者들이 다세대 심장 연구의 일환으로 추적조사해온 사람들이기도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았을 뿐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 행복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2) 크리스태키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가 많은 사람이 당연히 더 행복하다고 여기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행복한지 여부다.”13)
인간이 분노나 불안 같은 감정과 기분, 또는 만족감이나 슬픔처럼 더욱 지속적인 심리 상태를 전염시킨다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30년도 더 전에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한 실험에서는 소규모 집단을 2분간 말없이 마주 보고 앉아 있게 한 결과, 모든 구성원이 가장 표현이 풍부한 사람 — 표정과 몸짓, 동작을 통해 감정을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내는 사람 — 의 기분을 따르는 현상을 발견했다.14) 그 밖의 여러 연구에서도 일상의 다양한 환경에서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가벼운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한 공간에서 지내면 함께 사는 기간이 길수록 점점 더 우울해질 위험이 커지는데, 그 사람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기 때문이다.15) 마찬가지로 은행 창구 직원과 소매점 점원은 손님에게 방긋 웃어주고 간단히 인사를 건넴으로써 손님의 기분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손님이 친절하게 응수하면 좋은 기분이 다시 점원에게 전이된다.16) 그러면 서로 기분 좋게 화답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나아가 은행이나 상점 주인 입장에서는 매출 증대 효과도 볼 수 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이런 효과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고급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프레타망제Pret a Manger에서는 직원들에게 활기찬 태도를 보이고 ‘진정한 행복’을 발산하기를 주문한다.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는 이런 감정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이될 뿐 아니라 친구와 직장 동료의 사회 전체로까지 전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7)
대체로 감정은 우리에게 직접 벌어진 사건에서 발생한다. 봄 햇살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곧 다가올 프레젠테이션을 생각하며 초조해하거나, 세상을 떠난 친구를 추억하며 슬퍼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생긴 감정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와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에게 감정을 나눠줄 가능성도 크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어떤 구체적인 감정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의식 차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직장 내 행동을 연구하는 스테판 코테Stéphane Côté는 이렇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깊은 행동deep act’이 있다고 말한다. 깊은 행동에는 과거의 경험에서 진정한 감정을 느꼈던 상황을 떠올리는 방법이 있다.18)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자기 나름의 감정으로 인물에 몰입할 때 쓰는 기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새 직장에 지원해서 합격했거나 뜻밖의 순간에 친구가 칭찬해주었거나 학교에서 상을 탔던 기억을 떠올려보라. 양보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다면 관심 있는 누군가와 마음 깊이 공감하면서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라.
● 러시아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체계화한 극사실주의 연기법. 이전의 과장되고 상투적인 연기를 극복하고 배우가 극중 인물과 동일시되어 맡은 배역의 내면을 진실하게 드러내도록 한다.
그럼에도 가장 전염성이 강한 감정은 솔직한 감정이다. 본능에서 나오는 거침없는 감정은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폐회를 축하하는 승리의 퍼레이드가 열렸을 때, 나는 수천 명의 군중 속에서 트라팔가 광장에 서서 넬슨 기념탑 아래 설치된 대형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배구선수 마틴 라이트Martine Wright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그녀는 런던이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바로 이튿날인 2005년 7월 7일에 발생한 런던 폭탄 테러에서 두 다리를 잃고 혈액의 80퍼센트를 흘리는 부상을 당한 뒤 어떻게 시련을 이겨냈는지 들려주었다.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그녀의 슬픔이 화면을 바라보던 수백 명의 얼굴에 고스란히 전해져 거의 동시에 감정이 전염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런 감정에 전염되지 않기란 쉽지 않았다.
모방 덕분에 사회적 어울림이 가능하지만, 사실 모방은 그보다 더 깊은 어딘가로 들어가는 문이다. 모방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해준다. 우리는 누군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모방하면서 표정 이면에 숨은 감정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1872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출간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에서 관찰한 현상이다. 다윈은 얼굴 근육을 조작하면 우리가 느끼는 방식의 깊은 차원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10년 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감정이란 몸에 나타난 변화를 마음에서 지각한 결과라는 이론을 내놓았는데, 바로 최근에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와 연구자들이 발전시킨 이론이다. 다마지오는 어떤 감정의 신체 감각 — 이를테면 맥박이 빨라지고 근육이 수축되고 동공이 커지는 현상 — 이 뇌의 표상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19) 한마디로 우리 몸의 생리가 감정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는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과 월리스 프리즌Wallace Friesen이 얼굴 표정을 분류하기 위한 기법을 개발하던 중 우연히 증명되었다.20) 두 연구자는 안면 근육이 표정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만 가지 근활동 조합을 이용하여 얼굴을 직접 일그러뜨리면서 그 모습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았다. 나중에 에크먼은 그때의 기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으면 강렬한 정서 감각에 사로잡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냥 아무 표정이나 지은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프리즌에게 같은 현상을 경험했는지 묻자 그는 자기도 어떤 표정을 지으면 감정이 느껴지고, 대개는 썩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라고 말했다.21)
배우들이 간혹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 안에서 길을 잃는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커크 더글러스Kirk Douglas는 1956년 영화 <열정의 랩소디Lust for Life>에서 연기한 빈센트 반 고흐에게 위태로울 정도로 밀착되었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나는 도를 넘어서, 반 고흐의 피부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외모만 반 고흐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살했을 때와 나이도 같았다. 가끔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무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미쳐가는 것이다.22)
굳이 배우나 실험심리학자가 되어야만 어떤 사람의 겉모습을 모방하면서 그 사람의 심리 상태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의 자세와 움직임과 발성으로 손쉽게 감정을 만들 수 있다. 슬픔을 만들어보자. 화창한 아침의 기쁨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으려면 구부정한 자세로 미간을 살짝 올리고 입꼬리를 아래로 내린 채 비틀스의 <엘리너 릭비Eleanor Rigby>를 흥얼거리면서 방 안을 어슬렁거리면 된다.23)
이러한 감정의 과잉 자극에 대한 현대판 해독제가 있다. 보툴린 톡신-A, 즉 보톡스다. 강력한 신경독nerve poison인 보톡스를 얼굴의 특정 근육에 주입하면 피부 주름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안면 근육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보톡스가 감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
2010년 위스콘신 - 매디슨 대학교의 심리학 연구팀이 보톡스 시술로 안면 주름을 줄이려는 여성 집단을 대상으로 위의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보톡스 시술 전에 여성들을 실험실로 불러 컴퓨터 모니터에서 정서를 유도하는 다양한 지문을 읽히고 반응 시간을 쟀다. “당신은 연인의 아파트를 향해 계단을 뛰어올라간다”(행복한 기분을 느끼도록 설계된 지문), “생일에 이메일의 받은편지함을 열었는데 새 메일이 한 통도 없다”(슬픔), “고집불통에다 옹졸한 작자와 싸우다가 화가 치밀어서 차 문을 쾅 닫는다”(분노). 그리고 2주 뒤 여성들은 눈썹 안쪽 끝의 눈썹 주름근이 일시 마비된 상태로 다시 지문을 읽었다. 보톡스는 행복한 지문에 반응하는 속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슬픔과 분노에 반응하는 속도는 늦추었다.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얼굴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뇌에서도 이런 감정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얼굴을 찡그리지 못하면 실제로 인지도 느려지는 것처럼 보였다.24)
이와 같은 실험 결과는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법(fMRI) 연구에 의해 입증되었다. 독일의 연구팀이 안면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여성들에게 화난 표정을 지으라고 요구하자 정서에 중추적인 뇌 영역인 편도체 활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25) 이 실험의 중요한 메시지는 보톡스의 미용 치료 효과보다는 감정 표현과 모방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당신의 얼굴 표정이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상대는 당신이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아가 당신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데이비드 하바스David Havas는 실험을 통해 보톡스가 미세 표정을 만드는 능력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보톡스를 맞은 사람들은 호감을 덜 살 것”이라고 보았다.26)
감정 전염은 대중적인 애도 현상, 예금 인출 사태, 연료난, 건강 불안증과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행동에 끼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감정 전염은 집단 내부의 협력을 강화한다.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할 때와 같은 심리 상태라면 자신의 행동을 더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피터 토터델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화합이 주는 혜택에 관해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간역동실험실의 컴퓨터 과학자 앨릭스 펜틀런드Alex Pentland와 동료들이 꽤 효과적으로 입증했다. 펜틀런드 연구팀은 ‘현실 마이닝reality mining’ 기술을 개발하여 휴대전화뿐 아니라 블루투스 위치 추적기와 가속도계 같은 특수 전자장치 데이터를 토대로 사람들의 행동과 움직임, 대화 양식과 그 밖의 상호작용을 추적 관찰했다. 펜틀런드는 현실 마이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실 마이닝은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일정한 양상을 찾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측하고 이해하는 데이터 마이닝과 똑같다. 다만 이미 디지털화한 텍스트와 웹페이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정한 양상을 찾으려 한다. [이런 방법으로] 사람들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디에 가는지, 누구와 어울리는지, 심지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27)
사업체와 그 밖의 여러 조직에 관한 가장 가치 있는 관찰 중에는, 사무직 근로자 간의 응집력과 소통 — 동료들끼리 대화하고 어울리면서 공유하는 정도 — 이 생산성을 예측하는 강력한 요인이라는 결과가 있다. 시카고의 어느 IT 회사에서는 집단 응집력 면에서 3위 안에 드는 직원들의 생산성이 평균보다 10퍼센트 이상 높았다. 그리고 로드아일랜드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콜센터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상담원은 동료들과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었다. 펜틀런드는 “직장에서 유능하고 생산적으로 일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가 주로 회사 휴게실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28) 실적이 좋은 부서에는 활기찬 분위기 — 말 그대로 왁자지껄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 — 가 있었다. 여기서 핵심은 직원들이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있다.29) 펜틀런드가 직접 수집한 연구 자료를 근거로 팀을 꾸리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어보자. “각 개인의 추론과 능력은 흔히 기대하는 것보다 팀의 성공에 기여하는 정도가 훨씬 적다. 좋은 팀을 꾸리려면 구성원을 선발할 때 각자의 두뇌나 실적이 아니라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봐야 하며 성공적인 의사소통 양식을 따르게끔 이끌어야 한다.”30) 펜틀런드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라고 조언한다. 같은 이유에서, 개인의 동기를 끌어 올리는 데 목적을 둔 성과급제도는 동료들 사이에 경쟁을 부추기고 한 팀으로 일하는 방식의 장점을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자리에 나오지 않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다고 해서 일이 잘 진척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 알고 이왕이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어울리는 가운데 동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0년 3월과 2011년 6월 사이에 펜틀런드의 실험실에서는 ‘친구와 가족’이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MIT 인근 주거지역의 성인 130명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는 피험자의 위치, 움직임, 다른 사람들과의 근접성, 대화 양상, 온라인 앱 사용과 같은 휴대전화 기반 데이터와 함께 페이스북 활동, 재정 상태, 피험자가 직접 보고한 하루의 기분과 수면 양상 따위의 다양한 추가 정보를 수집했다. 물론 이런 노골적인 사생활 침해는 전적으로 피험자의 동의 아래 진행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피험자들은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같은 모바일 앱을 쓰는 경향이 있었다. 인센티브 제도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혜택(여기서는 소액의 금전적 보상)을 나눌 때 참여도가 높았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좁은 사회 집단에서 적은 사람들과 어울렸다(펜틀런드가 설명하듯이, 부유할수록 자유로이 탐색하게 해주는 호기심도 클 것이다).31) ‘친구와 가족’ 연구에서 관찰된 변화는 주로 감정과 행동의 전염, 곧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성향에 기인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고 펜틀런드는 말한다.
모방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기제다. 소셜네트워크 전문가 던컨 와츠Duncan Watts는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은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한 개인이 혼자서 문제를 풀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사회 환경에서 부호화한 정보에 의존한다.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남들은 알 거라고 가정한다.” 우리가 군중 앞에서 잘 속는 경향을 설명해주는 말로, 1969년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우리의 이런 속성을 훌륭하게 실증했다. 밀그램은 동료 연구자들을 번잡한 뉴욕 거리에 세워놓고 6층 창문을 올려다보게 하고는 덩달아 쳐다보는 행인의 수를 셌다. 그 결과, 거리에 처음 세워둔 연구자가 많을수록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같이 쳐다볼 가능성이 높았다.32)
이런 설득은 저항하기 어렵다. 당신이라면 그냥 지나가겠는가?
일레인 해트필드Elaine Hatfield는 감정의 전염성에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는 연구자다. 해트필드는 40년 동안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 친밀감을 연구했으며, 30년 넘게 하와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재직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예민한 감성이 무뎌진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 해트필드는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내담자가 그녀에게 서서히 ‘복잡한 감정 반응’을 불어넣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담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해트필드와 남편은 그 지역 예술가 부부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식사 중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있기 힘들 만큼 졸음이 쏟아졌다. 나중에 주인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고, 예술가 부부는 곧 해트필드 부부를 다시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해트필드는 30분 동안 식사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녀는 역시 심리치료사이던 남편과 그 문제를 상의했고, 부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냈다.
수전은 활기 넘치는 — 그리고 불안한 — 사람이다. 수전의 이야기는 해묵은 불만과 불평으로 넘쳐났다. 그렇다고 아예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다. 수전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만 했다면 저녁식사는 잘 풀렸을 것이다. … … 수전의 남편 해리도 따로 떼어놓고 보면 비록 우울증이 심하고 말을 한마디도 안 하긴 하지만 역시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 부부는] 온종일 우울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그저 그의 삶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둘이라는 데 있었다. 일레인은 히스테리의 스킬라Scylla●와 우울한 카리브디스Charybdis●● 사이에 끼여서 — 양쪽의 모순된 감정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느라 바빠서 — 잠이 드는 수밖에 없었다.33)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메시나 해협 암벽에 산다. 허리 위로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고, 밑으로는 여섯 마리 개의 머리와 열두 개의 다리가 붙어 있다.
●● 바닷물을 들이켰다가 뱉어내면서 하루에 세 번 산처럼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켜 배를 난파시킨다는 괴물.
해트필드 부부는 이 문제에 단호히 대처했다. 다시는 그 예술가 부부의 초대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유독 주변 사람들의 기분에 잘 휩쓸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친구가 기분이 좋으면 같이 들뜨고 친구가 우울해하면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는 경향이 남보다 심한 편이다. 대개 여자가 남자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감정 전염이 잘되며, 또 남녀를 막론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지금 소통하는 상대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 내향적인 사람과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느라 어느 정도 스스로를 격리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기분에 민감한 정도는 그 사람과 맺는 관계의 성격에 크게 좌우된다. 중요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하는 말과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더 많이 개입하거나 관심을 쏟기 때문에 그 사람의 분위기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엄마는 자식의 감정에 매우 취약하고,34)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연인의 감정에 취약하다. 해트필드의 예처럼 전문 치료사조차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감정 전염은 오랜 세월 함께 산 부부들이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더 많이 닮아가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부부가 서로의 표정과 버릇을 자주 따라 해서 비슷하게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물의 감정을 살펴본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와 그 주인에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실 모방은 아첨의 한 형태다. 예를 들어 결혼한 부부에 관한 어떤 연구에서는 은혼식 무렵까지 외모가 가장 비슷하게 변한 부부가 가장 화목한 결혼생활을 해왔다는 결과를 얻었다.35)
사람마다 기분과 행동을 흡수하는 정도가 제각각이듯이 어떤 사람은 남에게 감정을 잘 퍼뜨린다. 분명 누구나 이런 사람을 알 것이다. 이들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활기차고 얼굴과 자세의 표현이 풍부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기란 쉽지 않다. 적절한 예로 존 F. 케네디, 마틴 루서 킹,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이 있다.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길 위에서On the Road》에 나오는 비극적 주인공 딘 모리어티Dean Moriarty도 마찬가지다.
딘의 지성은 모든 면에서 격식이 있고 반짝이고 완전하면서도 따분한 지식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범행들’은 부루퉁하게 경멸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식 기쁨을 요란하게 긍정하는 분출이었다. 그것은 서부적인 것,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대평원의 송가, 새로운 무엇, 오래전에 예언되고 오래전부터 다가오던 무엇이었다(딘은 단지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서 차를 훔쳤다). … … 딘은 그저 세상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빵과 사랑을 갈망할 뿐, 이러든 저러든 개의치 않았다.36)
감정에 전염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 기분의 구름에 방패를 들 수 있을까? 그 만남에 온전히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을 덜 주거나 거리를 두거나 정서적으로 멍해지면서 물러서는 방법으로,37) 바로 해트필드가 다소 극적으로 표현했듯이 “공포에 직면해서 사색에 잠기거나 몽상에 빠지는” 방법이다. 또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자신의 감정 반응을 추적하고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무례하게 비칠 위험이 있다(보톡스 효과를 생각해보라).
반면에 일부러 모방 행동을 과장해서 감정이입하거나 사회 결속력을 강화하려고 시도하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얼마나 빨리 모방하는지 생각해보자. 어설프게 흉내 내려고 하면 진실하지 않거나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프랭크 베르니에리Frank Bernieri는 동시 동작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과 얼마나 상관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토론이나 대화나 인터뷰 중에 소통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서 분석했다.38) 베르니에리는 자세를 모방하는 것은 “혈압이나 심장박동과 같은 자동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증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대화 중에 일부러 상대를 모방하면서도 상대에게 들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상대가 느끼는 친밀감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직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억지 모방은 실제 모방과 동일한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데이트나 면접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감정 전염은 사회학에서 ‘정보 쏠림information cascade’●이라고 일컫는 현상이 변형된 개념이다. 정보 쏠림이란 — 아무런 성찰 없이 자동으로 — 모방하는 경향에 의해 다수의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 쏠림은 우리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으로 일어난 애도 열풍이라든가 2005년 12월 체첸공화국 셸콥스크에서 교사와 학생 수십 명이 신체 장기에 아무런 이상 없이 발작과 호흡곤란, 경련을 일으킨 집단 히스테리를 생각해보자. 정보 쏠림 현상은 일상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를테면 어떤 음악을 들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전화기를 살지, 어떤 유튜브 동영상을 볼지, 어느 자선단체를 후원할지, 어떤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를지에 영향을 준다.
● ‘정보 폭포’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지면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처음 몇 명이 내린 결정에 다수가 추종하게 되는 쏠림 현상을 가리킨다.
더욱 중요하게는 어떻게 투표하는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선거를 순차적으로 치르는 국가 — 대통령 예비선거를 치르는 미국 — 나 일부 지역의 투표가 다른 지역보다 먼저 끝나는 지역에서는, 특정 후보가 이미 경쟁 후보를 따돌렸다는 정보가 나돌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려던 유권자까지도 우세한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39) 사람들은 쉽게 설득된다. 어떻게 뉴햄프셔(미국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첫 번째 예비선거 지역)의 유권자 9만 5000명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선거운동 기간에 발표하는 여론조사도 비슷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영국과 독일은 투표소 문을 닫기 전에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출구조사 자체를 금지해왔다. 나아가 프랑스와 이스라엘, 이탈리아, 러시아는 선거 며칠(이탈리아에서는 꼬박 2주) 전부터 일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정보 쏠림 현상은 정보를 토대로 하지만 감정에 좌우된다. 던컨 와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 집단의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문화적으로 공통된 참조 대상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같은 노래와 영화, 스포츠, 책을 좋아하면 이야깃거리가 생길 뿐 아니라, 나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사람과 발맞춰 나가면 충만한 감정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틀린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은 불안할 정도로 크다. 혼자서 사회적 영향의 지배로 들어갈 때는 각자 독립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문 앞에 놓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집단에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지 않으면 의사결정의 수준은 집단이 커질수록 떨어진다. 순전히 수가 많아서 정보 쏠림이 그럴듯해 보일 수 있어도, 실제로는 장님이 장님을 이끄는 격일 때가 적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사건으로 지목한 미국의 투기성 주택 거품을 예로 들어보자.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주택의 실질가격은 전반적으로 85퍼센트나 올랐다.40) 같은 기간에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주택 구입자에게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모기지 거래 시장의 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까지 증가했다.41)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 다수가 주택을 안전한 장기 투자로 생각하면서,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주택 소유는 금융 담보나 그 이상을 보장해준다는 낙관적인 정보 쏠림에 휩쓸렸다. 아직 이런 낙관주의가 팽배하던 2005년, 예일 대학교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와 그의 동료 칼 케이스Karl Case는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구입자들에게 주택의 가치가 얼마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지 물었다. 평균 기대치가 1년에 14퍼센트였는데, 이는 금융권의 분위기가 괜찮은 시기에도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응답자의 3분의 1 정도는 터무니없이 과도한 기대를 품었고, 그중에는 연간 50퍼센트씩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어떤 근거에서 이렇게 전망했을까?” 실러는 이렇게 물었다. “유의미한 가격 상승을 관찰하고 그런 상승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들은 것이다.”42)
●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은 줄곧 이런 종류의 전염성 있는 생각에 취약했지만, 오늘날에는 점점 더 심하게 휘둘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보와 감정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왜곡하는 (그리고 우리가 위험에 대해 합당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생생하고 감정적인 영상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43)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뒤 1년 동안 많은 미국인이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믿고 비행기 대신 자동차로 여행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에 자동차 사고로 1600명이 더 사망했는데, 이는 비행기 납치로 죽은 희생자의 6배에 이르는 수치였다.44) 위스콘신 대학교의 심리학자 코린 엔라이트Corrine Enright에 따르면, 사람들은 9·11 추모행사를 다룬 뉴스를 시청하기만 해도 다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45) 공포와 분노가 언제나 이성을 앞서고, 생생한 언론 보도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얼굴들을 자꾸 보여주면서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직감을 충족시킨다. 작가이자 확률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우리는 언론에 노출되기에는 충분히 이성적이지 않다”고 말했다.46)
물론 정보 쏠림 현상이 바람직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동유럽에서는 공산주의를 몰락시켰으며, 환경에 대한 의식을 주류로 끌어냈다. 그렇지만 정보 쏠림이 파괴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주는 예도 지나칠 정도로 많다. 강력한 주장이 급속도로 확산될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미 그 순간의 감정에 빠진 사람들이 스스로 무엇을 하는가를 알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들이 벌써 알고 있거나 독립적으로 얻은 지식을 활용하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말을 경청할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아니면 그들이 그저 감정에 휘둘려서 무리를 좇아 행복한 결말을 향해 뛰어가는가? 그렇다면 사람이 많을수록 안전하다는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정보 쏠림과 감정 전염은 군중의 광기와 그들을 휩쓸었던 무지에 관한 뿌리 깊은 불안을 상기시킨다. 다음 장에서는 군중에 대한 두려움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돌아보고, 군중을 분해해서 그것의 실체, 곧 정치적으로 편리한 거짓 신화를 밝히려고 노력해온 현대 심리학자들을 만나볼 것이다. 사람들은 군중 속에서 기이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은 아니다.
이 척도는 당신이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헤아리는지 보여준다. 15개 문항의 점수가 높을수록 더 민감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감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과 같이 답하라.
4 - 항상 그렇다
3 - 자주 그렇다
2 - 거의 그렇지 않다
1 - 절대 그렇지 않다
1.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가 울기 시작하면 내 눈에도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