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vendedor de tiempo: una sátira sobre el sistema económico – © 2005 by Fernando Trías De Bes
Korean Translation © 2024 The Angle Books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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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레가스Rosa Regàs가
『도로테아의 노래La canción de Dorotea』로
스페인 최고의 문학상인 플라네타상을 수상했을 때,
나는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는 수상 소감에서
로가 레가스는 이렇게 말했다.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상금으로 시중에서는 살 수 없는 것,
바로 ‘시간’을 살 수 있겠군요.”
이 말을 들은 후,
나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시간을 사고팔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해 보았다.
그 상상의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읽기 전에|시간은 돈이다
C1누가 내 시간을 사 갔을까?
C2이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C35분의 자유, 단돈 $1.99입니다
C4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C5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할까?
C6이대로만 가면 백만장자?!
C71분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C8신상품을 발표하겠습니다
C9돈으로 자유를 살 마지막 기회!
C10누구도 시간을 빚지지 않았습니다
결말|새 화폐가 만들 두 가지 세상
인물 후기|어떤 나라의 보통 사람들
저자의 말|시간과 돈의 새로운 공식
역자 후기|여전히 시간을 빚진 사람들
읽기 전에
사람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읽을 시간도 없으니 글을 쓸 시간은 더더욱 없다. 이 이야기를 ‘축약판’으로 쓰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다. 축약판이 모두에게 보다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사전에서 ‘축약하다Abreviar’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그 정의는 이렇다.
축약하다「타동사」 간략하게 만들다, 짧게 하다, 시간이나 공간이 덜 들도록 하다.
다시 말해서, 축약 소설이란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을 덜 차지하도록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텍스트는 더 적은 종이를 차지해야 하고, 독자가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적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나는 ‘시간Tiempo’이라는 단어 대신 ‘T’라는 약자를 쓰겠다. 돈의 경우에는 ‘$’ 기호를 쓰겠다. 유로의 값어치가 더 떨어져서 유로 기호를 쓰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컴퓨터가 좀 구형이라 아직까지 유로 기호가 자판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게 더 간단해진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오래된 금언이 있다. 영어로는 ‘시간은 돈이다’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방금 고안한 새로운 형식을 빌자면 이 금언은 이렇게도 쓸 수 있다.
‘T는 $다.’
이제 축약할 준비가 되었으면 이 글을 마무리하고 1장Capítulo 1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독자 역시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테니, 1장은 줄여서 ‘C1’이라 표현하기로 한다. T여, 용서하기를.
지금 하는 이야기는 ‘어떤 나라Un Sitio Aleatorio’에 살았던 ‘보통 남자Tipo Corriente’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첫 글자를 따서 그의 이름을TC라 부르기로 하자. 하지만 그 나라의 이름에는 약자를 사용하지 않겠다. 그렇게 되면 그곳은 더 이상 그 어느 곳이라도 될 수 있는 ‘어떤’ 나라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TC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붉은 머리 개미(줄여서 ‘적두개미’)의 생식체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TC의 초등학교 과학 선생님은 자기가 살던 아파트 건물에서 승강기를 타고 있던 중에 5층에서부터 승강기가 뚝 떨어지는 일을 겪었는데, 그 바로 전날 포유동물이 어떻게 번식을 하는지 설명해 주셨다. 기적적으로, 선생님은 전혀 다치지 않았지만 그 일로 너무 놀란 나머지 황달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치유 불가능한 말 더듬 병이 생겼다.
선생님의 말 더듬는 증상 때문에 TC와 같은 반 아이들의 학습 진도에는 큰 차질이 생겼다. 1주일이면 될 학습 진도를 마치는 데 이제는 4주가 걸렸고, 당연하게도 전체 학습 진도를 맞출 T가 부족했으며, TC의 최대 관심사였던 적두개미의 생식체계를 다루는 장章까지 도달할 수가 없었다. 궁금증은 더욱 지대한 관심을 낳는 법, TC는 개미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주체할 수 없었고,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TC는 곤충의 몸과 영혼을 연구하는 헌신적인 생물학도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의무교육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학업 진도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물학과 진학 시점이 되었을 때 TC의 성적은 대학 진학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TC는 낙담하고 절망했으며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다. 마치 거인이 엄청난 괴력으로 TC를 쥐고 흔드는 것만 같았다. TC가 곤충의 세계를 관찰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라틴어, 그리스어, 수학, 문예사 따위의 성적에 좌우된다는 게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모든 일이 그렇게 진행되었다.
적두개미를 제외하면 아버지의 명대로 회계를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TC는 나이 고작 스물두 살에 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TC가 자격증을 따자, 아버지는 아들을 끌어안으며 어머니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 아들이 이제 사람 구실을 하는구려.”
TC는 두 가지 이유로 아버지의 말을 괘념치 않았다. 첫째는 어머니가 자격증을 보고 너무나 감격했기 때문이며, 둘째로 회계는 나중에 그만두고 개미 사육장을 짓는 일에 전념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개미 사육장 건설은 어려운 분야로, 전문가가 거의 없어 아주 유망한 직종이었고, 이 일을 하면 그가 어려서부터 늘 원했던 직업을 다시 찾을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TC와 적두개미 사이에 또다시 무언가 개입했다. 바로 결혼이었다.
TC의 신부에 대해서 T나 공간을 할애하는 일은 현명치 않다. 그럴 T가 없다. 그래서 TC와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한 묘사 역시 생략하겠다. 금발이든, 검은 머리든, 나이가 몇이고 직업이 무엇이든, 성격이 상냥한지 반항적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결과는 똑같다. 그녀를 TC의 아내Mujer de TC라고 부르기로 하자. 나는 이를 줄여서 MTC라고 하겠다.
좋다. 그러면 MTC의 어린 시절과 그녀가 TC를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함으로써 우리는 약 여섯 쪽을 절약했으며, 이 이야기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당분간은 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TC와 MTC는 매우 간소하면서도 친밀한 결혼식을 치렀고, TC의 초등학교 선생님도 결혼식에 참석하셨지만 여전한 말더듬증으로 축하 인사조차 끝맺지 못하셨다. 선생님의 말 더듬 현상은 승강기 추락사고 이후에도 계속 악화 일로를 걸었다. 덧없는 신혼여행이 끝나고 TC와 신부는 살 집을 찾으러 나섰다. 둘은 먼저 도심에 위치한 큰 아파트를 찾았다.
“가격이 얼마라고 하셨죠?”
그다음에는 도시 반경 안에 있는 중간 크기의 아파트에 가봤다.
“가격 좀 다시 말씀해 주실래요?”
그다음에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훨씬 더 작은 아파트를 보았다.
“그 가격이 확실한가요?”
신혼부부는 결국 교외에 24평 넓이의 아주 작은 아파트를 구했다. 물론 친구들에게는 32평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차 공간을 하나 더했지만 다락방까지 딸린 집은 구할 수 없었다. 그 후 첫 아들 TC-1이 태어났다. 5년 후 둘째 아들 TC-2가 태어났고, 4년 후 MTC는 남편을 절망스럽게 원망했다.
“다락방이 있으면 셋째 아이를 가질 수 있을 텐데, 이 상태로는 옷장이 너무 작아서 다섯 식구 옷이 집에 다 들어가질 않잖아. 이젠 농장 다락방도 모두 꽉 찼어. 이제 도리가 없어.”
아내는 구슬프게 울었다. TC는 고작 몇 평의 부족이 이토록 중요하게 될 줄은, 몇 년 후 한 생명의 탄생 자체를 아예 부정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일이 그렇게 돌아갔다.
가로세로 5미터 곱하기 12미터짜리, 이 조그만 면적에서 나오는 청구서 대금의 지불을 위해 TC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난센스International Business Nonsenses에서 일했다. 지금부터 줄여서 IBN이라 부를 이곳은 세계화, 분권화된 다국적 기업이었고, TC는 회계부에서 일했다.
그의 업무는 업체들에게 지불해야 할 청구서를 IBN의 캐비닛과 서랍 속으로 숨기는 일이었다. 청구서를 다시 보내도록 해서 지불 기한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TC는 열심히, 장시간 일을 했다. 늦게 퇴근하기 위해서 사무실에 일찍 도착하곤 했다. 차를 가져오지 않는 날은 기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기차로 출근하지 않는 날은 차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런데 그토록 바보 같은 업무를 하면서 왜 그렇게 종일 일을 했을까? 자발적으로 그렇게 헌신하고 몸 바쳐 일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TC가 IBN에 그토록 의존했던 가장 큰 이유는 10년 전 은행에서 ‘너그럽게도’ 빌려줬던 어마어마한 주택 융자 상환금을 매달 갚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금액에서 벌써 원금의 1퍼센트나 갚았다! 은행 지점장이 TC의 은행 잔고가 바닥났을 때마다 전화로 알려줬듯이, 원금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TC가 주택 담보대출을 신청한 은행의 이름은…. 아, 이름이야 알아서 뭐하겠는가! 은행들이야 어차피 다 같은걸. TC의 은행Banco을 그냥 Bco라 부르기로 하자. 그러면 적어도 한 단락은 또 절약할 수 있다.
이 Bco는 TC의 장인 친구 중 한 분이 일하는 곳으로, 그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아주 좋은 융자 기회를 주는 거라고 했다. 너무 유리한 조건이니 그 조건은 비밀로 유지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상은 다른 금융기관의 조건보다 더 불리했지만 TC는 장인이 은행에서 몰래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MTC의 아버지는 매주 경마에서 어떤 말이 우승할 거라고 예측하고 돈을 걸어야 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장인은 자기가 예측하는 우승마에 걸어달라며 마권을 살 $를 그에게 주었는데, 그때 자기도 그만한 액수를 다시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TC는 마권 중개인에게 표를 한 번도 산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가족은 계속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산을 공정하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겠다. 마흔 살인 TC는 MTC의 남편이자 TC-1과 TC-2의 아버지이나, 다락방도 TC-3도 없고 IBN에서 마지못해 일하며,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인 적두개미를 위해 할애할 T가 없다. 소설 한 편을 이렇게 쉽게 축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문제는 TC가 라디오에서 말기 환자 전문의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시작되었다. 의사는 “모든 이들은 생을 마감할 때 인생을 결산해 본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TC는 매우 놀랐다. 그는 회계사라서 ‘결산’은 회사를 청산할 때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산은 매년, 그리고 같은 회계연도 중에도 여러 번 하게 된다. 삶을 결산하는 건 왜 달라야 하지? 왜 우리는 임종의 순간까지 인생의 결산을 미뤄야 하지? 이런 의문이 생기자, 생전에 인생을 결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떠올랐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회계에서 말하는 결산, 또는 대차대조표의 개념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결산이란 ‘자산Activo’과 ‘부채Pasivo’로 이뤄진다고 말해두겠다. 자산은 A로, 부채는 P로 축약되는데, 이건 내 말이 아니라 회계 전문가들이 정해놓은 약어다.
자산에는 한 회사가 갖고 있거나 소유하거나, 또는 청구 예정인 모든 게 포함된다. P는 빚지고 있는 모든 것, 즉 채무와 주주들이 회사에 예치한 자본을 포함한다. 대개, 모든 결산에서 A와 P는 같다. 즉 둘은 늘 맞아떨어지게 되니 갖고 있는 것과 빚지고 있는 것이 똑같다는 뜻이다. 이 말은 아무에게도 전혀 빚지지 않은 건 곧 가질 수가 없다는 뜻이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어쨌든 TC는 어느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자기 인생의 A와 P를 따져봤고, 그 결과 심장이 두근대고 울고 싶어졌으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그제야 자기가 어떤 난관에 처해 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아니, 온 세상의 TC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아니 더 정확하게는 인류가 던져놓은 엄청난 덫에 빠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 테다.
TC는 안절부절못하고 식탁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TC는 먼저 A, 즉 자기가 가진 것을 따져봤다. 32평, 아니 24평 크기의 아파트 한 채, 주차장 한 자리, 지금은 자기가 쓰고 있으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썼던 중고 자동차, 가구, 그리고 Bco에 예치해 둔 $3100, 침대 매트리스 아래 숨겨둔 $450가 다였다. MTC는 남편이 새벽 3시에 옆방에서 하고 있는 매우 괴상한 이 회계 연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를 숨겨둔 그 매트리스 위에서 평온히 자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게 이렇게 많군! IBN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는 이렇게 자문했다.
그리고 자답했다.
“아, 부채를 따져봐야지!”
처남에게 빚지고 있는 $1500부터 부채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처남은 세상의 다른 모든 처남들과 같았다. TC 자신의 처남이라는 점만 빼고는. 세상 모든 처남들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매우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건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다.
약 4년 전 TC가 그의 여동생과 결혼했을 때 처남 부부는 TC부부보다 사정이 훨씬 나았다. 처남이 가진 모든 것이TC의 것보다 더 컸다. 자동차, 집, 텔레비전, 저축액이며 자존심까지. 그 $1500는 커튼 사건 당시에 처남이 빌려준 돈이었다. TC는 직접 커튼을 설치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는데 커튼에 봉에 끼울 구멍이 이미 나 있다는 건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커튼 봉과 커튼을 연결해 줄 고리용 구멍을 만든답시고, 커튼 안쪽을 펼쳐서 드라이버와 전정가위로 구멍을 냈다. MTC는 남편을 못 미덥게 바라봤지만 하지 못하게 말릴 수가 없었다.
결국 커튼은 위아래 양쪽에 모두 구멍이 나서 버려야 했고, MTC는 매우 불안해했다. 그날 밤에 TC의 상사Jefe, 즉 J 부부가 오기로 되어 있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커튼을 달아야 했다. 하지만 커튼을 다시 살 $가 없었다.
MTC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빠는 한 시간 내에 커튼 전문가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1500에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TC는 이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액수를 청산할 만큼 여유가 있던 적이 없었는데 멍청한 처남은 집에 찾아올 때마다 얄밉게 비꼬면서 말했다.
“커튼 참 예쁜데 그래.”
하지만 그게 부채의 전부가 아니었다. 커튼 때문에 생긴 $1500 외에도, TC는 $35만 5000를 Bco에 빚지고 있었다. 지구 위 고작 24평의 면적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려야 했던 대출금에서 아직 갚아야 할 금액이었다. 이렇게 해서 TC의 P 총액은 $35만 6500였다.
TC는 P를 살펴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게 바로 내가 지고 있는 빚인가? 아니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인생을 좀 더 깊이 있게 결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TC와 아내의 소득을 합하고 지출, 그러니까 교육비, 자동차 연료비, 기차 요금, 식료품, 피복비, 별로 보장해 주는 것도 없는 보험료, 전기, 가스, 수도 요금, 토요일 영화 관람 비용, 토요일 영화 관람 때마다 드는 팝콘 값, 그 팝콘으로 생긴 엄청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토요일 영화 관람 때마다 지출하는 음료수 값을 제하고 나면 딱 $1400가 남았는데, 그중에서 정확히 $1366.22가 매월 말에 융자금 상환을 위해 Bco에서 자동 인출되었다. TC는 이 금액을 외우고 있었다. 벌써 120개월 동안이나 매월 자기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일천삼백육십육 달러하고도 이십이 센트였다. 달리 말해 도저히 저축할 여력이 없었다.
TC는 이날 밤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Bco에 진 빚을 모두 갚으려면 35년이 걸릴 터였다. 그러니까 그가 진 빚은 $의 빚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시간의 빚이었다! 참, T라고 해야 하지. 어쨌든 싫든 좋든 그게 현실이었다.
정리해 보면 이랬다.
달리 말하면 평생 갚아야 하는 주택 담보대출금은 결국 인생을 저당 잡힌 결과라는 게 자명했다. TC는 자신이 가진 T를 모두 팔아버린 것이다. 그는 그와 같은 다른 보통 남자들이 모두 그렇듯, ‘T를 파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그의 의식에 무거운 바윗덩이가 떨어진 듯했다. 그는 언젠가는 때가 오리라 생각하고 적두개미를 일단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야 너무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적두개미를 위해 할애할 T는 평생 없을 것이며 적두개미 생식체계의 미스터리는 평생 못다 한 숙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그의 마음에 늘 남아 있을 거라는걸. 생의 마지막 순간, 죽음의 문턱에서 그는 손실로, 지급유예로, 완전 도산으로 생을 결산하게 되리라는걸.
TC는 그럴 수는 없다고 중얼거렸다.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그럴 순 없어.”
회계 전문가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숨 막히는 결산이 나올 줄 몰랐단 말인가? 체제의 문제일까? TC는 이와 관련해 한 줄기 희망의 서광이라도 비칠까 하며 체제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았다.
“체제는 내 T의 거의 전부를 소유하고 있지만 내게 빚진 건 아무것도 없어.”
TC는 혼잣말을 했다. 이 대차대조표는 매우 간단했다.
이 점을 깨닫자, 좀 전보다 더 질식할 것만 같았고 처남과 커튼쟁이, 장인과 Bco 지점장, J와 그 부인, 과학 선생님 등을 죽여버리고 싶은 끔찍한 충동이 들었다. MTC를 깨워야만 했다. 그는 아내가 자고 있는 침실로 달려갔다.
“여보, 여보! 일어나 봐!”
아내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사랑하는 MTC, 나는 일흔다섯 살까지는 내 인생을 적두개미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