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베니야마
옮긴이 서상원
펴낸이 김상철
발행처 스타북스
등록번호 제300-2006-00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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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977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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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ted in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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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
지금 세간에는 온갖 여행서가 가득하다. 그러나 거기에 나와 있는 설명은 극히 표면적인 것들뿐이다. 이를테면, 로마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는 큼직한 열쇠를 쥔 베드로의 상이 있고, 마룻바닥에도 큰 열쇠 무늬가 들어있다고 씌어 있기는 하지만 베드로는 어떤 인물이며, 예수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과 열쇠의 관계는 무엇인지, 왜 마룻바닥에까지 큼직한 열쇠 무늬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사실 이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더 흥미로운데도 말이다.
요즘의 여행 안내서란 그저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고, 어디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며 어느 숙박업소를 이용하면 조금 더 저렴하다는 식의 정보 나열에만 급급한 것이다.
《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은 단순한 정보만을 알려주는 여행 안내서를 탈피하여 지식과 즐거움, 역사와 유적, 축제일에 이르기까지 흥미와 정보, 지식을 더해주는 알찬 여행서로 꾸며졌다. 한마디로 겉만 핥고 마는 여행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분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상세한 안내와 그에 얽힌 유래, 사연과 더불어 생생한 사진은 이런 충족감을 더해 줄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대회로 전 세계는 뜨거운 6월을 보낸다. 언제나 그렇듯 월드컵에도 세계인의 관심은 유럽으로 집중되었다.
축구의 본고장이 유럽인 만큼 어느 때보다 유럽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유럽축구연맹(UEFA)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힘을 가졌을 정도로 유럽 축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유럽에서는 크게 월드컵 예선, UEFA 챔피언 리그 및 UEFA CUP, EURO CUP, 각 리그 및 컵 대회 등으로 나뉜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 스페인 프리메라리가(Primera Liga), 이탈리아 세리에 A(Serie A)는 3대 빅리그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랑스 르샹피오나(Le Championnat)와 독일 분데스리가(Bundesliga)도 명성이 높은 리그에 속한다.
유럽축구의 명성과 인기는 대단하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유럽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건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유럽의 큰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박지성 선수,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의 이천수 선수, 미들즈브러 FC의 이동국 선수, 폴햄 FC의 설기현 선수, 토튼햄 핫스퍼 FC의 이영표 선수 등 우리의 훌륭한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하여 유럽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월드컵 예선이 벌어지면 한 마디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4년에 한 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가려내기 위해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 전쟁에 참가한다. 2006독일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모두 8개의 조로 나뉘어 각조의 1위 8개국은 자동본선진출권을 따내고, 각 조의 2위 중 성적이 가장 좋은 2개국도 역시 따낸다. 나머지 2위 6개국은 각각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나머지 3나라를 가려낸다(2006년의 나머지 한 티켓은 개최국인 독일이 된 것이다). 월드컵 예선에서는 항상 이변과 충격, 새로운 강호의 탄생이 이어져 월드컵보다 더 어려운 것이 유럽 예선이다.
유럽의 시즌은 대부분 8월에 시작해서 5월에 막을 내리는 가을리그 형식이며, 이 사이에 1부 리그 하위팀과 2부 리그 상위팀이 바뀌는 강등제가 실시된다.
혼돈으로부터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그리스 신화의 주역들이 잇달아 등장
아프로디테와 비너스
서양의 그림이나 조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신은 여성의 미와 사랑을 상징하고 항해의 수호신이기도 한 아프로디테일 것이다. 나중에는 로마 신화의 여신 베누스와 동일시되어, 그 영어 이름인 비너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로마인은 선진 그리스 문화를 수용하면서 그리스의 신들을 성격이 비슷한 자기들의 신들과 동일시했다. 제우스와 유피테르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에는 많은 이설이 있다. 아프로디테의 탄생만 하더라도 제우스의 딸이라는 설도 있으나, 다수의 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되어있다.
바다의 거품에서 미와 사랑과 항해의 여신 탄생
우주의 시초는 캄캄하고 질척했다. 그것이 어느 사이엔가 상하로 갈라져서 위는 아버지인 천공 우라노스, 아래는 어머니인 대지 가이아가 되었다. 우라노스는 자주 내려와서 가이아와 교접했는데, 그때마다 팔이 백 개나 되는 괴물이 태어나곤 했다.
우라노스는 태어나는 자식들이 모두 하나같이 보기 흉한 괴물인데 싫증이 나서 자식들을 대지 속에 가두어 버렸다. 대지 속에서 괴물들이 마구 설치는 바람에 가이아는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막내아들 크로노스에게 커다란 낫을 주며 “너는 착한 애니까, 아버지의 그것을 싹둑 잘라 버려라.”하고 부추겼다.
크로노스는 우라노스가 또 다시 검은 구름과 함께 내려와서 대지를 덮쳤을 때, 우라노스의 남근을 싹둑 잘라 바다에 내던져 버렸다. 가엾은 우라노스는 신음 소리를 내고 피 비를 뿌리면서 하늘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의 거대한 남근은 파도에 둥둥 떠다니면서 많은 정액을 흘리고 다녔고, 그것이 거품(그리스어로 아프로)과 어울려 세상에 더없이 아름다운 여자 아기가 태어났다. 이 여자 아기는 조가비 배를 타고 떠도는 동안에 수줍은 처녀로 성장하였으며 마침내 키프로스 섬에 도착하였다.
이리하여 미와 사랑과 항해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이 정경을 테마로 한 그림과 조각은 무수히 많은데,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국립 로마 박물관에 있는 석조상 ‘루드비시 옥좌의 비너스’는 특히 유명한 작품이다.
비너스의 탄생
(보타첼리, 1446~1510)
전신은 고대 오리엔트의 풍요의 여신
신화학자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고대 오리엔트에 여성미와 섹스와 풍요를 다스리는 아슈타르테라는 여신이 있었다. 여성의 섹스는 풍요, 곧 농작물이 잘 결실하고 가축이 증식하는 일의 주술 또는 상징으로서 동서를 통해 널리 여신 신앙과 결부되어 있었다. 아슈타르테도 그 일종이었다. 이 아슈타르테의 신앙이 선진 문화와 함께 오리엔트에서 그리스로 전해져 아프로디테가 되었다.
아프로는 그리스어로 거품을 의미한다. 이 아프로를 부회(附會)시켜 나중에 우라노스의 남근에서 흘러나온 정액과 바다의 거품이 하나가 되어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는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프로디테라는 신의 이름이 먼저 생기고 탄생 신화가 나중에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와 같이 명칭이 먼저 생긴 것과 나중에 유래가 붙여진 예는 많다. 이것을 신명설화(神名說話) 또는 지명설화(地名說話)라고 부른다.
크로노스, 잇달아 자기 자식을 삼키다
한편 아버지의 남근을 자르고 천하를 잡은 크로노스는 자기도 자식에게 지배권을 빼앗길까 겁이 나서 태어나는 아이를 잇달아 삼켜 버리고 말았다. 삼켜진 자식은 위에서 차례로 헤스티아 여신(가정의 화로의 상징), 데메테르 여신(곡물의 상징), 헤라(주부의 상징, 나중에 제우스의 아내가 된다), 그리고 남신 플루톤과 포세이돈이었다.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충격을 받고, 마지막으로 사내 아이 제우스가 태어났을 때는 참다못해 돌을 배내옷에 싸서, “이것이 이번에 난 아이에요.”하고 크로노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제우스를 크테타 섬에 있는 이다 산의 동굴에 숨겨놓고 님프들에게 양육을 부탁하였다.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
(프란시스 고야, 1746~1828)
거인족과 신들의 싸움 ‘기간토마키아’
크로노스는 배내옷에 싼 돌을 삼키고도 태연하였다. 레아는 어떻게든 크로노스의 뱃속에 있는 아이들을 구해내고 싶어 했다. 그러자 시어머니 가이아가 한 가지 계략을 일러 주었다. 크로노스를 속여서 강력한 구토제를 먹이게 한 것이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먼저 돌이 확 튀어나오고, 이어 포세이돈 등 아이들이 잇달아 튀어나왔다.
햇빛을 보게 된 자식들은 야만적인 아버지 크로노스와 그 형제들인 거인 삼촌들에게 도전하였다. 이것을 기간토마키아(거인들의 싸움)라고 하며, 군상(群像) 조각의 테마로 흔히 이용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 안에 옮겨 놓은 제우스 제단의 웅대한 고부조(高浮彫)인데, 원래 소아시아의 페르가몬에 있었던 것이다. 기간토마키아는 야만성에 대하여 문명이 승리한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기원전 2세기에 페르가몬 왕 에우메네스 2세가 침입해 온가리아인을 물리친 기념으로 이것을 만들었다. 고부조는 반 입체적으로 둥그스름하게 판 부조를 말한다.
세 형제가 각각 하늘·바다·저승을 지배하고
이 거인과의 싸움은 10년이나 계속되었으며 간신히 젊은 세대의 승리로 끝났다. 거인족을 땅속에 가두고 젊은 세대의 천하가 시작되었다.
여섯 가운데 셋은 여신이었고, 큰아들 플루톤, 둘째 아들 포세이돈, 막내아들 제우스 이 세 형제가 제비를 뽑아 각각 저승, 바다, 하늘을 지배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늘을 지배하는 제우스가 결국 땅까지 지배하는 결과를 낳았고 막내이면서 천상천하의 주인공이 되었다.
삼지창을 손에 쥐고 해마가 끄는 수레를 몰면서 위풍당당이 등장하는 바다의 신
분수와 샘을 장식하는 조각군의 스타
저승의 신 플루톤 하면 불길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에서 그에 대한 신전이나 신상이 남아 있는 예는 극히 드물다. 이에 비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그리스인이 흔히 해상에서 활약한 민족이었던 탓도 있고 하여 각 처에 신전 유적이라든지 신상이 남아 있다. 또 분수나 샘을 장식하는 조각군의 주역이 되는 일도 많아 관광과 인연이 깊다. 로마 신화의 넵투누스와 동일시되고 있으며, 영어로는 넵튠이라고 부른다.
포세이돈의 주거는 에게해 깊숙이 황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궁전이었다. 거기서 해마가 끄는 마차를 타고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해마는 물론 상상의 동물이며, 상반신은 말, 하반신은 돌고래 같았다. 샘의 조각이나 모자이크에 잘 등장하는데, 유명한 곳으로는 ‘트레비 샘’의 해마가 있다.
포세이돈은 언제나 손에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이 창을 아래로 향하게 하면 바다가 거칠어져서 격랑이 일고, 위로 돌리면 조용해지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었다. 삼지창은 포세이돈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으로 이것을 쥐고 있는 상은 포세이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포세이돈
바다의 거칠음을 상징화한 신
제우스가 쓴맛 단맛을 다 겪은 원만한 영감님 같은 성격을 가지고 대립 항쟁의 조정 역을 잘 해냈는데 반해, 포세이돈은 무모하고 거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한번 사나워지기 시작하면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바다의 거칠음을 상징하는 그런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에 대한 방법도 다르다. 제우스는 무언가로 모습을 바꾸어 교묘히 여성에게 접근하거나 부드럽게 설득하려고 하지만, 포세이돈은 완력으로 무지막지하게 약탈해 버렸다. 옛 시대에 어느 민족에나 있었던 약탈혼의 습관이 이와 같은 신화의 형태로 남은 것 같다고 한다.
네투노(포세이돈) 분수
포세이돈과 트리톤
(베르니니, 1598~1680)
아들 트리톤은 분수 조각에 인기
에게해 순항 관광에서 흔히 들르는 미코노스섬 남쪽에 낙소스라는 섬이 있다. 옛날에 이 섬에 네레우스라는 영웅이 살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딸을 여럿 두고 있었다. 하루는 딸들이 바닷가에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포세이돈이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피트리테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파도 사이에서 해마를 타고 느닷없이 나타나 강제로 끌어안고 달아나버렸다.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과 교접하여 아들 트리톤(이탈리아어로는 트리토네)을 낳았다. 트리톤은 하반신이 물고기(또는 뱀)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소라고둥을 쥐고 있다. 트리톤의 구실은 아버지 포세이돈의 조수 같은 것으로서 원래는 다른 계통의 해신이었는데,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위치가 주어진 모양이다.
어디서나 분수의 조각에는 트리톤이 잘 이용된다. 소라고둥이 물을 분출시키는 데 편리하고 하반신이 물고기라는 것도 조형적으로 재미있으며 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로마의 바르베리니 광장에 있는 ‘트리토네 샘’은 특히 유명하다.
트리토네 샘
바르베리니 광장을 상징하는 분수. 반신반어의 해신 트리톤, 조개 위에 끓어 앉은 트리토네와 4마리의 돌고래를 배치했다. (베르니니, 1643)
구름을 끌어 모아 천둥을 울리고 고마운 단비를 내려주는 수호신
먼 옛날 말자(末子)상속제의 잔재인가?
크로노스나 제우스나 모두 막내아들이 뒤를 잇는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제우스의 경우, 신화에서는 제비뽑기로 결정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옛날의 말자상속제의 반영이 아닌가 하는 설이 있다. 맏아들이 성년이 될 때, 아버지는 아직도 한창 일할 나이라 아들들에게 땅과 가축을 나누어 주고 분가를 시킨다. 그러다가 막내아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는 아버지도 이제 어지간히 나이를 먹어 쇠약해지므로, 일체를 막내아들에게 물려주고 선수 교대를 한다는 것이 말자상속제이다.
신화는 그것을 만든 인간 사회의 반영 바로 그것이므로, 먼 옛날의 말자 상속제가 이런 데에 나타나지 않았느냐 하는 이야기다.
제우스는 인구어족(印歐語族)에 공통하는 하늘의 신
그리스신들에게 일정한 수식어가 잘 붙는다. 이를테면, ‘멀리 활을 쏘는’이라고 나오면 반드시 ‘아폴론’이 이어진다. 제우스의 수식어는 ‘구름이 몰려드는’, ‘천둥을 울리는’, 혹은 ‘비를 내리는’ 등이다. 또 제우스의 무기는 벼락이며 벼락을 쳐서 적을 무찌른다는 이야기가 잘 나온다.
신화학자에 의하면, 제우스는 본디 천공을 지배하는 신이었다. 삼형제의 막내였는데, 제비뽑기로 우연히 천공의 지배권을 쥐게 되었다는 것은 나중에 만들어진 신화이다. 제우스의 기원은 매우 오래 되었으며, 인구어족에 공통하는 하늘의 신으로, 이를테면 인도 신화의 디야우스와도 어원이 같다.
로마 신화의 유피테르와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다. 유피테르란 이우 페테르(아버지 이우)라는 뜻이다. 그리스에서도 제우 파테르(아버지 제우스)라고 불렀다. 이우와 제우는 어원이 같을 뿐 아니라 신으로서의 성격도 매우 비슷했다. 로마인이 제우스와 유피테르를 동일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우스 신전
그리스 남부의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쪽 앨리스 지방에 있다.
비를 내려 주는 고마운 신
그리스에는 수량이 많은 강이 적어서 농업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천수답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여름에는 비가 극히 적게 왔다. 그래서 구름을 모아 벼락을 치고 소나기를 뿌려주는 제우스는 무엇보다도 고마운 신이었다.
그러나 햇빛은 언제나 남아돌 만큼 있었고, 바짝 마른 밭이나 목초지가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는 것은 오히려 해롭기까지 했으므로 태양은 그리 고마운 존재가 아니었다. 태양을 신격화한 헬리오스(흔히 아폴론과 동일시되었다)가 별로 중시되지 않은 까닭은 이런 데 있다.
게르만 신화의 도너르와도 친척
게르만인은 도너르 혹은 토르라고 부르는 천공신을 숭배하고 있었는데, 이 신의 무기도 벼락이며 역시 풍우신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인은 이 도너르 또는 토르를 유피테르와 동일시했다.
게르만인이 로마인의 칠요신(七曜神)을 도입했을 때, 로마인이 ‘유피테르의 날’이라고 부르던 목요일을 ‘도너르의 날’또는 ‘토르의 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독일어의 ‘도너스타크(Donnerstag)’, 영어의 ‘서스데이(Thursday)’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독일어에서는 지금도 ‘도너‘라고 하면 ‘벼락’을 가리킨다.
회화나 조각에 생생함을 더해주면서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갖가지 신화들
제우스는 가장, 헤라는 주부의 상징
제우스는 신들의 가장이자 인간 사회의 가장권(家長權)의 상징이기도 했다. 제우스의 아내는 헤라이며 로마 신화의 유노와 동일시되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헤라는 크로노스의 셋째 딸이며 제우스의 친누님이었다. 아무튼 천지 창조 후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신들의 숫자도 매우 한정되어 있어서 형제가 서로 결혼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헤라는 주부의 자리를 상징하는 여신인데 대단히 질투심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제우스도 이 명실상부한 누님이자 아내에게는 끽 소리를 못했으며 언제나 바람을 피우다가 꼬리를 잡혀서는 닦달질을 당하곤 했다. 가장권이 강대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도 역시 주부는 은연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제우스의 외도는 대단했다. 신, 거인족, 인간 할 것 없이 예쁜 여성만 보면 당장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스 신화가 세계에 유례없는 인간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재미있는 신화라 일컬어지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아름다운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서 제우스는 이런 수법 저런 수법, 온갖 비술을 다 동원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그림이나 조각에 잘 등장하는 이야기 몇 토막을 소개하기로 한다.
제우스와 헤라 여신
남편의 모습으로 변해 유부녀에게 접근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의 정숙하기 짝이 없는 아내 알크메네에게 반했을 때의 일이었다. 웬만한 수법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제우스는 그 남편이 전쟁에 나갔다가 개선해 오는 전날 밤에 남편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알크메네를 찾았다. 신이었으므로 남편과 똑같은 모습으로 둔갑하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어머, 일찍 돌아와 주셔서 정말 기뻐요!”하고 아내는 반가이 남편을 맞이하고, 그날 밤 두 사람은 실컷 즐겼다.
그런데 이튿날, 또 한 사람의 남편이 싸움터로부터 먼지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문답이 오간 끝에, 마침내 간밤에 찾아온 것이 제우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이 차서 알크메네는 쌍둥이를 낳았다. 신성(神性)이라고 반드시 우성 유전을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쌍둥이의 하나는 신성을 갖추었고, 하나는 인성(人性)을 갖추었다. 신성을 갖춘 쪽이 나중에 그리스 신화 최대 영웅으로 부각된 괴력 무쌍의 헤라클레스였다.
흰 수소의 모습이 되어 처녀를 유혹
때는 봄, 제우스가 여느 때처럼 올림포스 산 위의 궁궐에서 무료하게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페니키아(레바논)의 바닷가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처녀가 혼자서 들꽃을 꺾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올림포스 산에서 레바논까지는 1,200킬로미터가 넘지만 신은 시력이 좋았다.
부인 헤라에게는 “잠시 산책을 하고 오겠소.”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제우스는 하늘을 날아 곧장 레바논의 해변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처럼 흰 수소로 둔갑하여 어슬렁어슬렁 처녀에게 다가갔다. 처녀는 보기 드문 수소에 흥미를 느껴 꺾은 꽃을 주었다. 수소는 기쁜 듯이 눈웃음을 치며 다가와 처녀에게 몸을 비벼댔다. 처녀는 그만 마음을 놓고, 흰 수소에 올라타고는 봄의 해변을 산책하였다. 수소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가를 걸어가다가 별안간 맹렬한 기세로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처녀는 파도를 헤치고 돌진하는 수소에서 안 떨어지려고 뿔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이 정경은 매우 동적이라 옛날부터 많은 화가나 조각가들에게 영감을 준듯 여러 가지 작품에 묘사되어 있다.
에우로페의납치
(루벤스, 1577~1640)
처녀의 이름이 ‘유럽’의 어원
처녀는 크레타 섬으로 끌려가 그 곳 산 속에서 제우스와 친숙해졌다. 그녀가 낳은 세 아들 가운데 하나가 나중에 크레타 왕이 되는 미노스다.
처녀의 이름은 에우로페(Europe). 여기서 유로파(Europa)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전설이다. 그러나 사실은 거꾸로다. 유로파라는 지명이 먼저 있었고 나중에 에우로페라는 처녀의 이야기를 창작하여 인연담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한다. 이른바 지명설화라는 것이다.
외동딸 다나에를 탑 위에 가두었지만
이야기는 바뀌어 무대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옮겨 간다.
아테네에서 일일 관광 여행으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가면 점심을 흔히 나브플리온에서 먹게 된다. 이 나브플리온에서 약간 미케네 쪽으로 간 곳에 티린스라는 유적이 있다. 거석을 쌓아올린 훌륭한 성곽이 남아 있는데 미케네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들 가운데 하나다.
우리들이 잘 아는 고전이나 고대에 앞서서 미케네 문화라는 특이한 문화가 그리스 땅에 번창했던 시대를 미케네 시대라고 말한다. 기원전 1600년경에서 기원전 1100년경까지 해당한다.
그 옛날 이 티린스에 아크리시오스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다나에라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신탁을 물어 보니, 다나에가 낳은 아이가 장차 자기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나왔다.
크게 놀란 왕은 높은 탑 위에 청동으로 살창을 둘러친 방을 만들어, 다나에를 그 속에서 살게 하고, 남자는 일체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
다나에는 매우 아름답고 과년한 공주였다. 그러나 그만 창살 안에 갇히어 고민에 찬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다나에
(클림트, 1862~1918)
제우스, 황금의 빗방울이 되어 살창 안으로
어느 날 저녁에 다나에가 창살 사이로 바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구름이 뭉클뭉클 모여들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것은 단순한 소나기가 아니라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이기까지 하였다. 굵직한 빗방울이 창살 사이로 들날려 들어왔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모두 황금의 빗방울이었다.
놀란 다나에의 눈앞에서 황금의 방울은 사르르 한데 모이더니 한 사람의 미남자로 변했다. 따분해서 죽을 지경이었던 다나에는 꿈만 같아 사나이의 늠름한 가슴에 몸을 내맡겼다. 황금의 빗방울로 변하여 창살을 빠져 들어온 것은 제우스였다. 이 정경도 옛날부터 많은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손자 페르세우스가 조부를 살해하다
아크리시오스 왕이 이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어 다나에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차마 외동딸과 손자를 죽일 수는 없어 왕은 그들을 나무 상자에 담아 공기구멍을 뚫어서 바다에 띄웠다. 상자는 파도에 실려 세리포스 섬까지 표류하였다.
피레우스에서 배를 타고 미코노스 섬으로 가는 도중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세리포스 섬이다. 그 손자, 페르세우스는 이 섬에서 자라 용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상한 운명의 장난으로 외조부 아크리시오스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레다와 백조에서 태어난 미녀 헬레나
레다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인기척 없는 숲 속의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고운 백조가 한 마리 다가왔다. “어머나, 귀여운 백조!”하고 말하면서 그 백조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실은 그 백조는 제우스가 둔갑한 것이었으며, 곧 레다는 아기를 가졌다.
숲 속의 호수, 벌거벗은 나무와 백조, ‘아슬아슬한 관능적 장면’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인지 이 이야기도 대단히 많은 그림과 조각의 테마로 선호되고 있다.
레다는 사람의 여자인데도 제우스가 백조로 화한 영향 때문에 갑자기 난생변이를 일으켜 두 개의 알을 낳았다.
그 하나에서는 카스토르과 폴리데우케스라는 쌍둥이 사내아이가 태어났고 나머지 한 개에서는 헬레네라는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자라면서 헬레네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 일컬어졌으며 스파르타의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헬레네는 성 안의 재물을 몽땅 가지고 파리스와 달아나는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레다와 백조
(판토르모, 1494~1557)
민족의 이동과 정복의 역사를 반영하여
그 밖에도 제우스는 각지에서 많은 미녀들을 차지하여 아이를 낳게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어째서 이 같은 신화가 생겼을까? 학자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인의 조상은 먼 옛날 발칸 반도의 오지에서 몇 차례에 걸쳐서 남하하여 현재의 그리스 본토와 에게해의 여러 섬에서 소아시아의 해안에 이르기까지 점령하여 정착했다. 당연히 그 각각의 토지에는 옛날부터의 토착신들이 있었고 현주민들의 신앙을 이어받고 있었다. 또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오리엔트와 접한 결과 여러 가지 오리엔트 계통의 신들에 대한 신앙도 들어왔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토착계 및 외래계의 갖가지 신들을 배척하지 않고, 제우스를 정점으로 하여 자기들 본래 신들의 체계에 편입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하여 제우스가 여기저기서 여신이나 거인의 딸들과 교접하여 아이를 낳게 했다는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뒤섞이는 토착계와 외래계의 신들
이를테면 그리스의 신들 가운데서도 특히 잘 나타나 있는 아폴론이나 아테나는 제우스의 자식으로 되어 있지만 실은 그리스인의 침입 이전부터 있었던 토착의 신일 것이라는 것이 학자의 생각이다. 아프로디테가 오리엔트계의 외래의 신인 것 같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아무튼 신이나 제우스의 형제자매, 친자식 혹은 손자라는 관계를 조성함으로써 여러 신들에 대한 통일된 설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제우스를 이용한 선조의 권위 부여
다음은 생명을 가진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그리스 각지에 할거한 호족들은 모두 자기들이 제우스의 사생아의 자손인 것으로 하여 혈통에 권위를 달고 싶어 했다. 제우스가 에우로페에게 낳게 한 아이가 티린스의 왕가의 조상, 데다에게 낳게 한 아들이 스파르타 왕가의 조상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이렇게 하여 속속 만들어졌다.
왕가의 선조를 신에서 구하는 데 그치는 이야기라면 세계 각지에도 있지만,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여자들의 교접이 인간적이고 생생하며, 더욱이 기상천외한 의외성에 차있는 것이 특징이다.
태양, 음악, 시, 청춘의 고뇌 상징, 미래 예언, 또한 질병과 의술의 신
‘달과 사냥의 여신’과는 쌍둥이 사이
아폴론은 젊은 남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이다. 또 태양신 헬리오스와도 흔히 동일시되었다. 하프, 활과 화살, 또는 월계수 가지를 들고 있을 때가 많으며, 그 젊은 힘에 넘치는 모습이 제작 의욕을 돋우기 때문인지 그림과 조각의 테마로 잘 다루어지고 있다.
아폴론의 어머니는 거인족의 딸 레토였다. 대단한 미인이었으므로, 제우스가 눈독을 많이 들였고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여 이윽고 잉태하였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이것을 알고 노발대발하였고, 방방곡곡에 사신을 보내어 “레토에게 산실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레토는 울며불며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었는데 포세이돈이 에게해의 작은 섬 델로스에 헤라의 눈을 간신히 속여 레토를 숨겨 주었다. 그녀는 달이 차서 쌍둥이를 낳았다. 한 사람은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로마 신화의 다이아나), 또 한 사람은 아폴론이었다.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인 아폴론
올림프스 12신 중 하나.
아폴론의 성지 델로스 섬
델로스 섬은 미코노스 섬 바로 가까이에 있으며 에게해의 순항 여행 때 흔히 들르게 된다. 고대에는 아폴론의 광대한 신역이 있었고 중계무역으로 번창한 항구 도시도 있었으나 지금은 관리인밖에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이다.
아폴론은 이와 같이 제우스의 아들이고 델로스 섬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신화학자의 해석은 다르다. 그는 아마도 소아시아 기원의 신일 것이며, 그리스인이 도래하기 전부터 에게해의 여러 섬과 그리스 본토의 주민들에게 추앙받았던 신이었을 것으로 본다.
아폴론 신전
이 신전에서는 화살을 쏘는 모습으로 서 있는 아폴로신과 사냥의 여신 디아나를 모신다.
음악, 시, 그리고 청춘의 고뇌의 상징
그리스 신들은 모두 일정한 관할 사항을 가지고 있는데 아폴론의 경우는 그것이 매우 다양하였다.
먼저, 아폴론은 하프를 잘 타는, 그러면서 음악과 시작(詩作)의 수호신이었다. 하프를 가지고 있는 아폴론의 상이 매우 많다. 이와 같이 음악을 잘 하고 미남인데다가 독신 청년인데도 어째서인지 아폴론은 아름다운 여성을 짝사랑하다가 거절당하는 이야기가 많다. 제우스가 처자를 가진 장년의 몸이면서도 여성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과는 정황이 매우 다르다. 그 때문에 아폴론은 청춘 고뇌의 상징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아폴론의 여러 실연담 중에서도 그림과 조각의 테마로 잘 등장하는 것이 다프네에 대한 짝사랑이다.
잠든 에로스
(카라바조, 1571~1610)
애욕의 신을 깔보았기 때문에
이야기는 아폴론과 에로스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연애와 사랑을 다스렸다. 그 황금의 화살에 맞은 자는 당장 애욕에 몸을 불사르게 되고, 그 납의 화살에 맞은 자는 상대편을 끝까지 싫어하게 되었다. 에로스를 로마 신화에서는 구피트라고 불렀으며, 이것이 영어의 큐피드, 애칭 큐피트가 되었다.
그런데 ‘멀리 활을 쏘는’이라는 수식어로도 알 수 있듯이 아폴론은 활의 명수였다. 하루는 꼬마 에로스가 활과 화살을 들고 다니는 꼴이 가소로워서 “이봐, 꼬마야, 활은 어른 용사가 갖고 다니는 물건이야. 어린애 장난감이 아니란 말이야.”하고 놀렸다.
에로스도 지지 않았다. “비웃지 말라고요. 내 화살도 굉장한 힘이 있단 말예요.”하고 대꾸했다.
아폴로와 다프네
(티에폴로, 1696~1770)
처녀로 있고 싶다
며칠 후 에로스는 숨어서 황금의 화살을 아폴론의 가슴을 향해 쏘았다. 동시에 하신(河神)의 아름다운 딸 다프네의 가슴에는 납 화살을 쏘았다. 순식간에 아폴론은 가슴 속에 사랑의 불길이 타 올라 다프네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아폴론을 몹시 싫어하게 되었다. 아무리 구슬려도 말을 듣지 않으므로, 아폴론은 그만 이성을 잃고 힘으로 뜻을 이루려고 다프네를 쫓았다.
그녀는 아버지인 강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아났지만, 남자의 발걸음에 이기지 못하여 이윽고 붙잡힐 지경에 이르렀다. ‘아버지, 살려주세요!’
하신은 딸의 소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