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 책은 목공 응용서이다
이 책은 가구 제작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응용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하라고 보여주는 책인 만큼 이 책에 나온 작품을 똑같이 만들거나 비슷하게 따라 해도 크게 상관없다. ‘가구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니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남의 것을 따라한다는 생각일랑 집어던지고 재미있게 목공을 즐기길 바란다.
늘 하는 말이지만, 목공 기술은 온갖 수련을 다해야 익힐 수 있는 심오한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한 길만 걸어온 목공 장인들의 공예를 가볍게 여겨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말하는 목공의 깊이는 목공 대중화 시대에 살고 있는 취미 목공 또는 현대 목공 기술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대 목공 기술은 도구의 기본 사용법만 잘 익힌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몇 가지 기본 지식과 기술에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을 맺는다. 가구 제작이라 하는 것은 응용의 폭일 뿐 그 폭이 좁다고 해서 목공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다시 말해 취미 목공과 목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기술은 그다지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그러니 목공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기본 기술 안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작업을 안전하고 빠르며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방법 중에 가장 빠른 것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벤치마킹하거나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다. 하여 이 책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가구 제작을 하면서 익혔던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을 쓰면서 고민했던 점은, 독립적인 스타일 또는 기술로 흡수될 수 있을 법한 가구 디자인의 전개와 제작 과정의 예시를 고르고 그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남들 다하는 뻔한 작업으로 페이지를 채운다면 이 책은 볼 가치가 없을 것이다.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이 책을 구입한 독자에게 돈만 낭비한 낭패한 헛웃음을 줄까 봐 사실은 조금 두려웠다. 그래서 이 책에서 보여줄 작업 예시물을 정할 때 이런 기준을 세웠다.
•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
• 평범한 가구가 아닌 삶으로 이어지는 가구
• 필요에 의해 기능이 결정되고 그렇기에 일반적 가치를 넘어 또 다른 가치가 창출되는 가구
• 너무 심오하거나 어렵지 않아 기계 목공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따라하고 자신만의 가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구
이런 가구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집중하니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의 생활 속 가구를 보여주면 그것이 답이 아닐까? 이는 ‘아트퍼니처’ 작가인 나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나다운 일이었다.
2019년에 출간한 《철학이 있는 목공수업》이 이론과 기본에 집중한 책이라면 이 책은 실기와 활용에 집중한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보기 전에 전작을 먼저 읽어 생소한 목공 기계와 용어들을 익히기를 희망한다.
목공을 가르치는 곳은 많다. 때로는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며 논쟁을 하기도 한다. 전작에서도 말했듯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목공에 정답은 없다. 작업을 올바로 이끌어갈 수만 있으면 된다. 다만 목공 용어와 사용법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이고 나는 그 의사소통의 방법으로서 전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다음 책인 이 책도 당연히 같은 언어로 소통하므로 전작을 먼저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기초적인 목공 지식과 용어 그리고 목공 기계의 사용법에 익숙하다면 이 책만으로도 작업을 진행하는 데 충분하다.
책을 읽기 전에 독자에게 양해를 구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책에 쓰인 사진 해상도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글과 이미지를 통해 목공 기술 및 가구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함과 동시에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한다. 때문에 영상을 먼저 찍고 이후 이미지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책을 이어나갔다. 책과 영상은 콘텐츠의 특장점이 달라 같은 내용이라도 이해되는 수준과 활용도가 다르다. 책은 해당 내용을 찾아보기 쉽고 깊은 사색을 가능하게 한다. 영상은 영상대로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힌다. 따라서 가급적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방법이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목공은 이론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분야다.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디자인을 하는구나’, ‘이렇게 만들기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디자인으로 응용되어 마침내 여러분의 가구를 만들어내는 지침서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차 례
집사 소파 디자인 스케치
내 삶에 필요한 가구에 대한 생각
미리 보는 집사 소파
주름문(템버 도어)
주름문 디자인의 구현 방법
소파 전체의 중심 디자인
레일 디자인 고려 요소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 디자인
집사 소파 작업 스케치
부재 준비하기
설계 도면과 부재 준비표
측면 다리 프레임 가재단하기
측면 다리 프레임 정재단하기
측면 다리 프레임 도미노 작업하기
앞다리와 뒷다리 사선 가공하기
알판 및 알판 홈 가공하기
측면 다리 프레임 조립하기
등받이 및 좌판 프레임 작업하기
주름문 레일 홈 작업하기
측면 다리 프레임 모서리 가공하기
샌딩 및 전체 프레임 조립하기
45도 보강목 제작과 설치하기
주름문 만들기
주름문에 손잡이 달기
소파 프레임 최종 마감하기
패브릭 쿠션 만들기
슈러스 테이블 디자인 스케치
주문 가구가 작품이 되려면
서핑의 매력에 빠지다
슈러스 테이블 디자인 콘셉트
슈러스 테이블 주문 받다
슈러스 테이블 작업 스케치
부재 준비와 정재단하기
곡선 다리 부재 조립하기
곡선 다리 형상 가공하기
중앙 프레임과 곡선 다리 프레임 연결
직선 다리 프레임 가공하기
샌딩과 전체 조립, 8자 철물 작업
버블 체어 디자인 스케치
긴 터널 끝에서 벽을 깨고 나온 작품
버블 체어 디자인 콘셉트
버블 체어 작업 스케치
버블 체어 제작 준비하기
템플릿 가이드 만들기
버블 체어 뒷다리 작업하기
앞다리와 나머지 부재 작업하기
도미노 가공하기
다리 라인 작업하기
의자 구조 조립하기
등받이와 최종 그라인딩
의자 좌판 만들기
마무리 작업하기
리버테이블 블랙 디자인 스케치
새로운 기술이 뒷받침될 때의 공예
영감을 주는 자연의 패턴들
리버테이블 블랙의 시작
리버테이블 블랙의 다리 형상
리버테이블 블랙 작업 스케치
틀 만들기와 에폭시 작업하기
상판 평 잡기와 마감하기
다리 디자인과 다리 받침대 준비하기
다리 받침대 완성하기
다리 부재 준비와 원형 홀 작업하기
다리 조립하기
최종 조립하기
미니멀 소반 디자인 스케치
무거운 가구에 관한 가벼운 고찰
정말 미니멀한 접근, 띠열장
미니멀 소반 작업 스케치
상판 부재 준비하기
상판 판재 가공하기
띠열장 만들기
소반 다리 만들기
미니멀 소반 조립하기
우리 집 반려 묘들, 왼쪽부터 별이, 간짱, 간지
고양이와 놀고 있는 딸내미
내 삶에 필요한 가구에 대한 생각
집사, 그 즐거움과 괴로움에 대하여
나는 집사다. 집사가 된 지 벌써 19년째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스러운 반려 묘들이 주는 일상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갔을 때 은근슬쩍 다가와 안기는 작은 생명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는 법. 반려 묘와 살면서 얻은 행복의 이면에는 치러야 할 불편이 존재한다. 나에게 그것은 소파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나는 몇 번이나 소파를 버려야 했다. 그것은 세 가지 불편 때문이다.
첫째는 스크래치이다. 고양이들은 발톱을 간다. 시도 때도 없이 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사는 스크래퍼를 마련해주는데 스크래퍼 또한 그저 스크래핑 하는 장소 중 하나일 뿐 고양이들은 여기저기 손톱이 걸리는 곳은 모두 긁어 버린다. 특히 우리가 애용하는 소파는 고양이도 좋아하는 공간이기에 소파가 스크래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고양이의 발톱을 깎아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는 듯 싶었지만 우리집 막내, 젖도 못 뗀 상태에서 죽어가던 길냥이를 살려 강제 입양한 막내는 성질이 야생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부위에 손을 대면 수년간 키워준 은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할퀴고 물어버린다. 그 성격 탓에 녀석의 발톱만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통제 불가의 영역이 되었고 그 뒤 너덜너덜해진 소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까짓 거 집사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다. 소파가 보기 흉한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둘째는 털이다. 고양이가 있는 집안엔 언제나 털이 날린다. 특히 이불, 소파, 입고 있는 옷가지들은 언제나 고양이털로 범벅이다. 털갈이를 하는 시기에는 더하다. 하지만 그까짓 거 집사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다. 부지런히 청소하고 롤러를 손에 달고 살면 된다. 우리 애들 털인데 치우면 되지 무슨 문제란 말인가.
셋째는 토사물이다. 사실 소파를 버리고 새로 장만하게 되는 것은 결국 이 문제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한다. 온종일 혀로 털을 고르며 몸단장하듯 자신을 돌본다. 그루밍을 하면 필연적으로 털이 입 안으로 들어가고 일정 시기가 되면 구토를 하여 먹은 것을 토해내어 삼킨 털의 일부를 뱉어낸다. 고양이의 일상으로 보자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리 집사라도 이것은 좀 힘들다. 바닥이나 이불에 토하면 치우거나 빨면 되지만 소파에 토하면 치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아무리 깨끗이 닦아낸다 해도 쿠션 사이사이로 스며든 토사물은 흔적이 남기 마려이다. 식구들이 깨어 있는 시간대는 별 문제가 없지만 모두가 잠든 사이, 혹은 외출한 사이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깊게 스며든 토사물 냄새를 지워내기가 참으로 고약하다.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소파 위에서 딸내미와 반려 묘들이 자는 모습이 보일 때쯤이면 우리 집 소파는 수명을 다한 것이다. 소파 없이 살아본 적도 있지만 그 불편함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소파를 들이곤 했다.
이런 이유 끝에 오랜 기간 고민하다 만든 것이 ‘집사를 위한 소파’다. 짧게 줄여 ‘집사 소파’라 칭했다. 콘셉트는 반려 묘와 사람이 함께 쓰는 위생적인 소파다. ‘어디에 구토했는지 몰라 청소도 못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지 말자’가 주테마다.
스크레칭으로 엉망이 된 소파
엉망이 된 소파에서 반려 묘와 함께 자는 딸내미
미리 보는 집사 소파
신박한 디자인 따위는 없다. 대부분의 가구 디자인은 철저하게 프로세스를 가지고 탄생한다.
‘집사 소파’ 역시 소파라는 기존의 소파 디자인을 기본으로 두고 기능성에 역점을 두어 디자인했다. 필요를 구현하는 기술적 요소들을 검토하고 채택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다 보니 최종적으로 디자인이 완성된 것이다.
즉 소파라는 전제 위에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분석하면서 어떤 기능을 넣을지 혹은 뺄지를 가감한다. 그리고 그중 무엇을 메인 디자인으로 할지 선택하여 대략적인 스케치를 한다. 그런 다음 이를 구현할 기술적인 요소들을 검토하여 좀 더 효과적이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설계에 공을 들인다.
설계는 현대 목공의 필수 요소다. 설계만 보아도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이니 제작보다는 설계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집사 소파 디자인의 메인 콘셉트는 ‘문을 닫는다’이다. 영업시간 끝난 가게가 셔터 문을 닫듯 우리집 소파도 영업시간이 끝나면, 즉 외출이나 잠자리에 들 때면 문을 닫고 싶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생길 수 있는 비위생적인 상황을 예방하고 스크래치로 인한 소파의 흠집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물론 가족과 고양이가 함께 있을 때는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소파여야 한다.
주름문(템버 도어)
‘문이 닫히는 소파’를 메인 콘셉트로 잡았으니 이 콘셉트에 맞는 기능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먼저 소파의 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때 구조상 중요한 점은 소파를 사용할 때는 문이 걸리적거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소파를 사용할 때 불편함이 없다. 또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완벽하게 닫혀야 한다. 이런 기능성을 구현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주름문’이다. 주름문은 다른 말로 ‘템버 도어’라고도 한다.
‘주름문’ 하면 잘 모를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혹시 텔레비전이 마을에 한두 개밖에 없던 시절, 부자 집에서만 볼 수 있던 TV장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텔레비전을 보면 문짝이 달려 있는데 그것이 주름문이었다. 기능으로만 보면 옆으로 밀면 말려 들어가 문이 사라지는 형태로 공간 활용도가 높다.
아래쪽 사진은 오래 전 어린 딸아이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제작한 TV장이다. 주름문을 이용하여 텔레비전을 완전히 감출 수 있었다. 이 주름문은 TV장은 물론 다른 가구를 만들 때도 자주 사용했다. 이번 집사 소파의 문도 ‘주름문’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주름문은 필요한 경우에는 문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으므로 소파를 사용할 때 문짝 때문에 소파 사용이 거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름문으로 만든 TV장
주름문 디자인의 구현 방법
소파에 문을 달고 그것을 메인 콘셉트로 하겠다고 결정했으나 디자인 설계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시안을 그리던 중 다시 막힌 부분은 문이었다. 제작하고자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소파였고 소파는 꽤 덩치가 있는 가구인 만큼 그곳에 문을 단다면 ‘어떻게 열어야 할까?’ 하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
옆으로 밀어서 열까?
위로 올려서 열까?
아래로 내려 열까?
여러 시안을 놓고 생각해보았다. 각 방법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주름문은 레일을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여는 방식에 따라 레일의 형태가 결정되어 각각의 디자인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시안 중 나는 위로 올려서 문을 여는 형태로 결정했다. 목공에 정답은 없다. 어떤 시안도 제작이 가능하므로 작업의 편리성과 기능의 충실성을 판단해 각자 선택하면 된다. 검토한 시안의 장단점은 이러했다.
옆으로 밀어 여는 주름문
장점 | • 내구성 면에서 가장 좋다. 문의 쳐짐이 발생하지 않는다. • 문의 열고 닫음이 가장 부드럽고 좋다. |
단점 | • 이 타고 갈 레일 자체가 소파 기능에 방해 요소가 된다. • 소파를 사용하려면 문을 옆으로 밀고 다시 레이판 및 뚜껑을 위로 들어 사용해야 한다. • 불필요한 동작이 많아 디자인 및 설계가 복잡해지고 내구성이 떨어진다. |
아래로 내려 여는 주름문
장점 | • 적은 힘으로도 열기에 좋다. • 레일 구조가 간단해 제작하기 편하다. • 소파 사용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
단점 | • 문을 위로 올려 닫을 때 무게를 사람이 고스란히 져야 해서 힘이 든다. • 문의 무게 때문에 문이 저절로 열릴 수 있다. • 문의 길이(폭)가 길기 때문에 문의 중간이 쳐질 수 있다. |
위로 올려 여는 주름문
장점 | • 문을 열 때 쉽게 열린다. • 문을 닫을 때 무게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도르래 원리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레일 구조가 간단해 제작하기 편하다. • 닫힌 문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 소파 사용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
단점 | • 문의 길이(폭)가 길기 때문에 문의 중간이 쳐질 수 있다. |
옆으로 밀어 여는 주름문
아래로 내려 여는 주름문
위로 올려 여는 주름문
어느 방향이든 주름문을 밀어서 열려면 문이 타고 갈 레일이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했던 방식은 옆으로 미는 주름문이었는데 여러 디자인에 적용해보았지만 레일의 존재가 소파 사용을 방해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레일이 나왔다 숨었다 하는 디자인도 고려해보았는데, 이는 심플하게 풀기 어렵고 내가 지향하는 디자인과도 맞추기 힘들어 일단 배제했다.
올리거나 내리는 주름문으로 선회해 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문의 무게이다. 주름문은 가볍지 않다. 약 5~6mm의 얇은 졸대들이 모여 완성되는 문짝이라 보기에는 가벼워 보일지 모르지만 생각 이상으로 무겁다. 그래서 주름문은 옆으로 밀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올리거나 내리는 문은 하중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을 올리거나 내릴 때 무게에 의한 중력을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감당해야 한다. 그럼 각각의 주름문은 어떻게 힘을 받을까?
아래로 내려 여는 주름문
레일이 소파 하단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열려 있을 때는 문이 소파 하단에 숨게 된다. 그래서 문을 닫으려면 소파 하단에서부터 들어올리는 문의 무게를 사람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또한 레일의 끝이 소파의 등받이 상단에서 끝나므로 상단 디자인을 잘못하면 문의 무게 때문에 문이 자동으로 열릴 수도 있다. 고양이들이 문에 올라타 무게를 더하는 경우에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 열 때는 편하지만 닫을 때는 불편한 구조다.
위로 올려 여는 주름문
문을 열었을 때 소파 등받이 부분에 문이 숨는다. 문을 닫을 때는 소파 앉는 부분 끝에서 레일이 끝난다. 따라서 문을 닫고 나면 문의 무게 때문에 열리는 일은 없다. 고양이가 올라타도 마찬가지다. 문을 열 때는 문의 무게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들 수 있지만 반쯤 열리면 도르래의 원리로 문이 뒤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열린다.
위와 같은 각각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보니 위로 올려 여는 주름문이 가장 실용적이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해보여 이를 최종 결정했다. 소파의 폭만큼 주름문의 가로 길이가 길어야 해서 문 중간이 처질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구조적으로 간단하고 문을 여닫기 편한 구조이다.
소파 전체의 중심 디자인
집사 소파 전체 디자인을 보면 주름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 경우 소파의 측면마저 디자인에 힘을 주면 자칫 소파 전체 느낌이 무거워 보일 수 있다. 하여 측면 다리는 디테일을 살려 재미와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소파 측면 디자인과 결과물
위 도면과 사진은 최종 결정한 소파의 측면 다리 프레임을 보여준다. 소파 측면을 디자인하고 보니 테슬라 사의 사이버 트럭을 연상케 하는 사선 라인이 되었다. 이렇게 디자인을 한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만약 소파 윗부분이 박스형 구조라면 고양이가 그 위에서 놀고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올라가 노는 건 좋은데, 혹시라도 문이 아래로 쳐지면 주름문이 레일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생긴다.
사선으로 된 문이라면 올라간 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수 있고, 제작 과정이 까다로운 주름문의 레일 길이를 조금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목공은 장기와 같다.”
전체 공정을 파악하고 어떤 수를 먼저 둘 것인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를 예측하고 작업해야 하는 것이 목공이다. 굳이 목공이 아니더라도 이런 과정을 항시 생각하는 것이 일머리를 잡는 것이다.
문의 형태를 결정했고 소파 측면 다리 디자인의 가닥이 잡혔다면 이제 주름문이 움직일 레일을 설계해야 한다. 여기까지 했다면 기능적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요소와 디자인은 80% 가까이 끝냈다고 볼 수 있다.
빨간색 선이 주름문이 타고 움직일 레일 디자인이다.
레일 디자인 고려 요소
레일을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간섭, 라운드 값, 길이 3가지다.
간섭
레일이 지나가는 길에 걸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등받이와 좌판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간섭을 피해 레일이 지나가야만 기능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된다. 이 점은 측면 다리 프레임을 디자인할 때 미리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소파의 측면 : 등받이와 좌판의 조립 도면
위쪽 그림은 소파의 측면 도면이다. 등받이와 좌판이 어떻게 붙는지를 알려준다. 도면을 보면 알 수 있듯 등받이와 좌판을 피해 레일이 지나가야 한다.
디자인에 대해 순차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등받이와 좌판 디자인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못했지만 옆의 도면과 같은 형태로 다리가 제작되려면 등받이와 좌판이 어떤 형태로 결합될지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그 결과가 디자인에 반영된 후에라야 간섭 없이 레일이 지나갈 길을 결정할 수 있다.
도면의 빨간색 부분이 등받이와 좌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등받이와 좌판이 알판이 들어가는 자리를 가운데 두고 결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등받이와 좌판이 결합된 결과물을 보면 측면 다리 프레임의 라인이 단순히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의자에 앉았을 때 기능하게 되는 의자의 각도에 맞추어 디자인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측면 다리 프레임은 이 의자를 사용할 사람이 어떤 각도로 앉을지, 등받이가 등의 어느 부분까지 커버할지, 엉덩이와 무릎 사이의 좌판은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휴먼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TIP. 나는 등받이의 각도를 정할 때, 식탁 의자처럼 팔걸이가 없는 의자는 7도,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의자는 14도 이상으로 하는 편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재량이며 역량이다. 소파 사용에 관한 ‘휴먼 인터페이스’는 이미 많은 문헌에서 다루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영미권에서부터 시작한 전통적인 다리 길이와 등받이 각도 등을 찾아볼 수 있고, 한국인의 인체 통계에 따른 수치들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수치들을 적용해도 되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담긴 치수가 있다면 그것을 따라도 된다.
그 수치들에 따라 소파의 측면 디자인은 달라질 것이다. 가령 소파 등받이가 등허리쯤이 아니라 머리도 받쳐주어야 한다면 등받이 길이를 길게 해야 할 것이고, 좀 더 편안하게 등을 받치고 싶다면 등받이 각도가 더 커져야 한다.
등받이나 좌판의 쿠션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서도 모양이 바뀐다. 좌판의 경우 두꺼운 쿠션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쿠션이 두께만큼 소파 다리가 짧아져야 한다. 등받이 쿠션에 따라서도 좌판의 세로 길이가 바뀐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디자인의 과정이고 그 결정이 끝나는 순간이 디자인이 완결되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완성된 디자인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작품인 것이다. 앞 페이지에서 본 소파의 측면 도면은 이 모든 것을 결정한 상태에서의 결과물이다. 이런 결과물이 있어야 간섭 없는 레일을 그려낼 수 있다.
레일의 라운드 값
꺾이는 부분에서 주름문이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는 라운드 값을 만들어내야 한다. 위쪽 그림을 보면 레일이 꺾이는 부분의 라운드 값을 볼 수 있다. 이 값은 주름문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원호를 구한다. 라운드 값이 클수록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반대로 라운드 값이 작으면 주름문 조각의 폭도 작아져야 해서 작업성도 좋지 못하고 심미성도 떨어진다. 최적의 경우를 살펴 만들어낸 라운드 값은 전면과 상면은 지름 117mm, 뒤로 숨은 부분은 지름 123.6mm이다.
레일에 들어갈 문의 작동 여부 테스트
위쪽 도면은 주름문이 해당 라운드 값의 레일에서 잘 작동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주름문의 세부 조각 크기는 두께 6mm, 폭 13mm로 만들어 이어 붙일 생각이다. 이를 미리 도면에 그려보면 만들려고 하는 주름문이 이 라운드 값에서 과연 무난하게 움직일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제일 작은 라운드 값인 지름 117mm 레일 위에 주름문 조각을 연결시켜본다. 이때 레일과 주름문 조각에 간섭이 없다면 이 라운드 값에서는 주름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만약 간섭이 생긴다면 주름문 조각 폭을 줄이거나 라운드 값을 더 크게 수정하여 작업해야 한다.
길이
레일을 통해 들어오고 나갈 주름문의 길이를 말한다. 문이 닫혀 있을 때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문을 열었을 때는 완벽하게 열려야 한다. 문을 닫았을 때의 주름문과 레일의 길이를 미리 계산해놓아야 불필요하게 주름문 조각을 더 만들고 붙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아래쪽 도면의 빨간색 라인은 적당한 레일 길이를 측정한 것이다. 숫자를 합한 929.2mm(28.2+56+687.9+157.1)로 주름문을 만들면 된다.
레일을 디자인할 때 지금까지 설명했던 간섭, 라운드 값, 주름문의 길이를 미리 염두에 두면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주름문 작동 여부에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레일 디자인 관련해서는 뒤에서 주름문을 만들 때 다시 한 번 설명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이 정도에서 넘어가기로 하자. (주름문만들기 참조)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 디자인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 디자인은 아래 도면과 같다. 의자의 전체 길이를 1600mm 잡았기 때문에 측면 다리의 두께(40mm×좌우 2개)을 고려하면 등받이의 가로 길이, 즉 사람이 앉는 범위는 1520mm가 된다.
등받이 및 좌판 프레임 도면(등받이와 좌판 도면은 동일함)
3인용 소파치고는 조금 작은 감이 있다. 보통 다인용 의자의 경우 성인 남성의 어깨 넓이와 그 사이 간격을 계산하여 만드는데, 기성 가구의 3인용 의자를 살펴보면 1600mm, 1700mm, 1800mm, 1900mm처럼 어깨 넓이를 제외하더라도 꽤 여유롭다. 특히 쿠션이 깊은 의자는 앉는 동작과 일어서는 동작이 크기 때문에 폭이 넓지 않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고 3인용 소파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누워서 TV를 볼 수 있는 사이즈를 원해 일반적으로는 조금 큰 사이즈로 제작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1520mm의 소파는 조금 작은 치수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작가가 결정할 부분이다. 내가 제작하고자 하는 3인용 소파는 우리집에 있는 세 마리의 반려 고양이 혹은 우리 세 식구가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도록 하나의 소파이지만 개별 영역을 구분했다. 무엇보다 미니멀한 사이즈로 제작할 수밖에 없던 근본적인 이유는 주름문의 처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소파가 너무 크면 주름문의 가운데 부분이 처져 양쪽 끝 레일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목 보관대 옆 각도절단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보자. 설계 과정을 통해 도면이 최종 완성되었다면 그 도면을 활용하는 첫 작업은 부재를 준비하는 것이다. 부재를 준비하는 방법은 직선 가구든 곡선 가구든 동일하다. 짜맞춤 가공 또는 형태 가공 직전까지 부재 준비 과정은 모두 같다.
내 공방의 작업 동선을 보면 주차장과 연결된 후문이 있다. 후문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첫 번째로 자리를 잡은 것이 바로 원목 보관대이다. 원목 보관대 옆에는 가재단 작업에 필요한 각도절단기가 있다. 이와 같은 세팅은 약 14년 전 창업했을 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이런 구조로 세팅하면 나무를 사입할 때 주차장에 화물차를 주차하고 계단 아래에 있는 원목 보관대로 바로 원목을 옮겨 정리할 수 있다. 원목을 보관함에 채우고 꺼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 취한 조치인 것이다. 예비 창업자가 공간을 선택할 때나 공방을 세팅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부재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적당한 나무를 각도절단기를 이용하여 가재단하는 것이다. 이때 ‘적당하다’라고 하는 것은 나무의 길이, 폭, 두께 등을 고려하여 되도록 나무의 손실 없이 효과적으로 가공할 수 있게 재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재단을 하려면 어떤 두께의 나무를 어느 정도의 길이로 자를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부터 원목 보관대로 가서 나무의 휨과 폭 그리고 두께 등을 고려한 적당한 나무를 고른 후 각도절단기를 이용하여 가재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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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도면과 부재 준비표
집사 소파 제작에 필요한 설계 도면 총정리
설계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도면이다. 보통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명시하는데, 가구 도면은 정면, 측면, 윗면 정도만 그리면 대부분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업처럼 복잡한 구조의 가구는 다음과 같이 필요한 부분만 따로 떼어내 도면을 확장해 적시하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진다.
집사 소파 작업에 필요한 도면은 크게 3부분이다. 측면 다리 프레임,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동일 도면), 주름문. 그 외에에는 굳이 도면으로 그릴 필요 없는 등받이와 좌판의 45도 보강목과 가죽으로 된 손잡이 정도이다.
측면 다리 프레임 도면
등받이(=좌판) 프레임 도면
주름문 도면
디자인을 확정하고 치수까지 결정된 후 혼자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이런 치수와 설명이 있는 도면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협업을 하거나 디자인한 시점과 작업하는 시점이 크게 다르다면 자세한 치수와 설명을 써놓은 추가 도면이 필요하다.
부재 준비표
부재 준비는 준비된 도면을 해석하는 첫 과정이다. 올바르게 준비된 부재는 전체 작업의 밑바탕이 된다. 이 작업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미리 작업하는 것이 ‘도면에 따른 부재 준비표’이다. 꼭 이 명칭이 아니더라도 설계된 대로 가구를 만들기 위해 얼마만큼의 재료가 필요하고 가공해야 하는지 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재 준비표는 각 공정별로 작업하는 것이 통례이고 재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을 만들기 위한 측면 다리 프레임,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 주름문의 부재 준비표를 살펴보자.
측면 다리 프레임 부재 준비표
등받이(=좌판) 프레임 부재 준비표
주름문 부재 준비표
부재 준비표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것은 ‘길이’다. 부재 준비에 있어 길이란 결 방향의 길이를 의미하고, 폭은 결의 직각 방향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길이가 폭보다 긴 경우가 많지만 설혹 길이보다 폭이 길다고 해서 폭 방향으로 나무의 결을 배치해 재단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부재 준비표를 작성할 때 길이 방향이 폭보다 작거나 같을 때는 어느 쪽이 길이 방향으로 쓰여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명시해주어야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두께(T)’는 작업을 시작하는 기준이 된다. 여러 항목으로 준비되는 부재들은 대부분 각 항목별로 유사하거나 동일한 두께를 갖는다. 제법 복잡한 작업에서도 같은 두께들은 동일한 범주의 작업을 의미할 때가 많다. 현재 작성된 부재 준비표에서도 측면 다리 프레임의 두께는 40mm이고, 등받이와 좌판의 두께는 28mm이고, 주름문은 6mm 두께이다.
치목이 안 된 나무를 다듬는 것에서 시작하는 목공은 부재의 두께를 만드는 작업이 재료 준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된다. 부재의 두께를 만든 다음 폭과 길이로 재단하는 것이다. 작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같은 두께끼리의 부재를 모아 그 두께를 한 번에 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사 소파는 측면 다리 프레임을 먼저 작업한다. 측면 다리 프레임부터 작업하는 이유는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이 측면 다리 프레임과 결합되고 그 결과 값으로 주름문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도면을 보며 어떻게 작업 개요를 잡을지를 해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면을 해석할 때는 대개 결합면이 많은 부분 먼저 작업하고, 독립적인 부분은 나중에 작업해야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물론 치수를 반드시 맞추어야 해서 가장 먼저 작업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최종 도면의 수치들을 살펴보자. 여기서 유의할 점은 도면에 적힌 수치는 부재를 가재단하는 수치가 아닌 정재단 수치라는 점이다.
측면 다리 프레임 부재 준비표
나는 가재단할 때 아래 사진처럼 설계 도면을 출력해 빈 공간에 부재의 가재단 치수를 한 번 더 적어서 사용하는 편이다. 사진 상단을 보면 필요한 부재의 수치와 개수를 미리 적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원목 보관대에 어떤 나무가 있을지 모를 일이니 현장에 가서 나무 상태를 파악한 후 좀 더 효과적으로 작업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가재단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여유 치수로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재의 거친 면을 다듬은 후 정재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재단 치수보다 약 20~30mm 여유를 두고 재단한다. 또한 같은 두께로 만들어야 하는 부재끼리는 가급적 한 번에 재단하여 준비하는 것이 오차가 적다.
이번 작업은 ‘측면 다리 프레임 →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 → 주름문’ 순으로 작업할 것이므로 측면 다리 프레임의 좌우 부재를 한꺼번에 가재단하고, 이 작업이 끝나면 등받이와 좌판 프레임을 한 번에 작업하고, 그 다음 주름문을 작업하는 순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부재를 만들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작업해야 집중력 있게 일을 마칠 수 있다.
가재단된 부재는 수압대패를 이용하여 기준면을 잡은 후 자동대패로 두께를 맞춘다(➊, ➋ 사진 참조). 여기서 부재의 오차가 생기기 시작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수록 오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부재의 미세한 두께 변화는 도면 수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지만 부재의 직각이 틀어지면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철저하게 신경 써서 작업해나가야 한다. 이는 반드시 몸으로 익혀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아래 QR 코드를 이용해 동영상을 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수압대패 작업의 중요성과 작업 방법에 대한 영상이니 꼭 시청하길 바란다.
➊ 수압대패로 기준면 잡기
➋ 자동대패로 두께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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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수압대패에서 부재를 세워 직각 측면 잡기
➍ 테이블 쏘로 판재 재단하기
두께를 맞춘 부재들은 ➌처럼 다시 수압대패를 이용해 직각 면을 잡는다. 펜스를 기준으로 하여 부재를 세워 측면의 직각 면을 잡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작업 전에 펜스가 바닥면과 직각으로 세팅되어있는지 반드시 직각자로 체크해 올바른 세팅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패 작업을 통해 판재가 만들어지면 테이블 쏘를 이용해 판재를 재단하여 치수에 맞는 부재를 만들어낸다.
공방 내에 두께별로 모든 부재를 보유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 수종의 나무를 두께별로 쌓아둘 공간적 여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개의 공방은 자주 쓰는 나무를 중심으로 표준적인 두께를 가진 부재를 비치해두기 마련이다. 만일 자신이 보유한 부재보다 두꺼운 부재를 사용해야 한다면 두 개 이상의 부재를 집성해 원하는 두께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해당 두께를 만들기 위해 몇 벌의 같은 부재를 가재단해야 하는지 계산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두께를 만들기 위한 두께 집성을 할 때도 폭의 여유 치수가 필요하다. 가령 지금 작업하는 측면 다리 프레임에 필요한 부재 중 폭 120mm, 두께 40mm의 부재를 만들려면 1인치 판재를 가공하여 20mm 두께의 부재 두 장을 만들고 이를 집성하여 두께 40mm를 만드는 식이다.
➎ 두께 집성하기
이때 두 장의 부재를 붙이기 위해 ➎처럼 클램프로 조이는데, 접착제의 점성 탓에 부재가 미세하게라도 틀어지게 된다. 이를 수압대패로 다시 기준면을 잡고 자동대패 또는 테이블 쏘를 통해 정재단 폭을 가공해야 한다. 즉 오차를 감안하여 부재의 폭을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작업해야 한다는 뜻이다. 숙련자라면 3mm 정도, 초급자라면 그보다 더 여유를 두어 작업해야 실수를 면할 수 있다.
TIP. 부재와 판재와 각재
하나의 가구가 완성되려면 각각 여러 개의 나뭇조각들이 서로 결합하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테이블을 예로 들면 다리 4개 다리를 잡아주는 보 4개와 상판의 결합으로 구조가 완성되는데 이들 하나하나를 ‘부재’라고 한다. 다리, 보처럼 나무의 폭이 두께보다 2배 이상 넓으면 판재, 그것보다 적으면 각재라고 한다.
집성에는 넓은 판재를 만드는 ‘판재 집성’과 필요한 두께를 만드는 ‘두께 집성’이 있다. 지금 과정은 측면 다리 프레임에 필요한 두께 집성이다. 두께 집성을 할 때는 20mm의 부재 두 장이 잘 붙을 수 있도록 촘촘하게 필요한 만큼 클램프로 고정하는 것이 좋다. 몇 개의 클램프로 고정하는 것이 좋은가? 말하자면 길다. 아래에 준비한 두께 집성 영상을 보자.
두께를 집성한 부재의 접착제는 약 40분 정도면 굳는다. 이후 끌이나 대패로 삐져나온 접착제를 제거한 다음 다시 수압대패와 자동대패를 이용하여 정재단 각재를 만들어낸다. 이때 접착제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하게 굳은 접착제가 대패날을 상하게 하거나 대패날 사이로 접착제가 끼어 대패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재단하여 부재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은 어떤 가구를 만들더라도 공통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므로 숙지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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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다리 프레임 정재단하기
아래 도면은 [측면 다리 프레임 가재단하기]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상세한 정보가 담겨있다. 가재단 시에는 부재의 폭과 길이만 알아도 되지만 정재단 시에는 부재를 정밀하게 가공할 모든 정보가 담겨있어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가재단을 통해 폭은 맞추고 길이는 가공에 대비해 여유롭게 가재단했다. 이번에는 길이와 각도까지 도면의 치수에 맞추는 정재단을 할 것이다.
도면과 같은 부재를 만들기 위해 정재단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90도 각도부터 작업을 진행한다
부재 준비 작업을 통해 모든 부재는 일이 방향을 제외한 4면의 각도가 직각인 각재, 또는 판재가 되어있을 것이다. 정재단의 시작은 이렇게 각이 잡혀있는 부재를 이용해 빠르게 작업할 수 있는 90도 각도부터 작업한다. 테이블 쏘(또는 슬라이딩 쏘)를 이용하여 길이 정재단을 하면 되는데 먼저 톱날이 90도로 세팅되어있는지 확인한 후 부재 한쪽 면이 90도인 부재 모두를 가공한다. 기준면을 잡는 것과 같다. 테이블 쏘를 이용하여 길이 정재단을 한다면 반드시 마이터 펜스를 이용하여 작업한다.
둘째, 작은 각도부터 가공한다
90도로 가공된 한쪽 면이 생기면 그 면을 기준으로 반대쪽의 각도 및 길이 가공을 한다. 이때 도면상 가장 작은 각도부터 가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90도부터 가공하고 이후 작은 각도 순으로 가공하라는 이야기다. 각도 가공은 크게 톱날을 기울여 가공하는 방법과 마이터 펜스 각도를 이용하여 가공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나는 가공될 부재 높이가 테이블 쏘 톱날 최대 높이보다 낮다면 ➊과 같이 디지털 각도 게이지를 이용하여 톱날 기울기를 세팅한 후 작업한다. 경험상 디지털 각도 게이지를 이용한 각도 가공이 제일 정확했기 때문에 이를 믿는다. 디지털 각도 게이지는 소수점 한 자리까지 세팅이 가능하며 그만큼 정확하다.
➊ 디지털 각도 게이지를 이용한 톱날 각도 세팅
만약 부재 높이가 톱날 최대 높이보다 높다면 ➋와 같이 마이터 펜스 각도를 세팅하여 가공한다. 마이터 펜스 각도 세팅이 디지털 각도 게이지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좀 더 신뢰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니 어떤 방법이든 본인이 결정하면 된다.
➋ 마이터 펜스 각도 세팅
마이터 펜스는 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펜스 자체에 세팅된 각도 치수선을 이용하여 가공한다. 이를 좀 더 정확하게 사용하려면 먼저 직각자를 이용하여 톱날과 펜스가 90도가 되도록 세팅한 다음 90도 치수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간격을 파악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 치수선 두께까지 포함해 적용하는 편이다. 간격을 파악했다면 그것을 적용한 각도로 세팅하여 가공한다.
➌ 마이터 펜스 각도 치수선
➍와 같은 자유자 형태의 디지털 각도 게이지도 있다. 먼저 필요한 각도를 디지털 눈금을 보며 세팅하고,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상태에서 톱날에 게이지의 한쪽 면을 고정하고, 펜스를 움직여 펜스 면이 게이지에 닿도록 세팅한 후 작업하면 된다.
➍ 자유자 형태의 각도 게이지
셋째, 각도 가공과 함께 길이 정재단을 한다
한쪽 면이 90도이든 다른 각도든 기준면이 만들어졌다면, 이후 반대쪽 각도를 가공할 때는 길이 정재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