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이자 심리치료사, 30여개 국어로 번역되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행복의 함정》의 저자.
의사 생활 초창기부터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감정’이라는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특히 무엇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고, 또 진실한 행복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했다. 그 여정 끝에서 만난 것이 바로 수용전념치료다. 이 모델을 만난 이후 그는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지혜롭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타인과 자신을 더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충만한 삶을 일구는 방법을 발견했다. 수용전념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입지를 굳힌 그는 국제적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에게 이 치료법을 훈련시켰으며, 7만 명이 넘는 의료 전문가에게 수용전념치료 교육을 제공했다. 《행복의 함정》 이외에 《행동으로 사랑하라》 《ACT 상담의 난관 극복하기》 등 수용전념치료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을 집필했으며, 《스탠드 업 스트러머(Stand Up Strummer)》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옮긴이 우미정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책과 외국어를 좋아해서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일했고, 출판사에서 편집과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외국의 양서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몬테소리 감정의 기술》 《내 마음에 긍정 한 스푼》 《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 《최고의 교실》 《일을 버려라!》 《서트푸드 다이어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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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Life Hits Hard by Russ Harris
Text Copyright © Russ Harris
Exisle Publishing Ltd.
All rights reserved.
This Korean edition was published by E*PUBLIC in 2022
by arrangement with EXISLE Publishing Ltd. through Hobak Agency.
이 책은 호박 에이전시(Hobak Agency)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계약으로 ㈜이퍼블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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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9, 10, 11, 12장의 연습 및 권말의 부록은 다음 주소에서 원어 오디오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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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현실이 당신의 따귀를 때릴 것이다. 예상치 못한 죽음, 질병, 배신 또는 다른 모양의 불행이 찾아와 삶의 기반을 흔들 것이다. 그 순간 손이 닿는 곳에 두어야 할 지혜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넘어 이 책은 당신이 현재를 살게 하고, 당신을 안내하고, 당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자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통을 품위 있게 만들고, 심오한 교사로 변모시킬 수는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그들도 현실의 고난을 맞닥뜨릴 것이기에.
— 스티븐 C. 헤이즈Steven C. Hayes
네바다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저자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의 세계적인 선구자인 러스 해리스 박사는 인생의 폭풍과 고요의 시간을 지나는 우리에게, 그 여정을 가볍게 해주는 연민 가득한 선물을 건네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통찰의 순간을 경험했다. 기쁘고 어깨가 펴지고, 배움을 얻는 순간이었다.
— 폴 길버트Paul Gilbert 박사
《연민의 마음The Compassionate Mind》 저자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오한 통찰력이 있으며, 무엇보다 대단히 실용적이다. 삶이 불공평하게 굴러가거나 일이 제대로 안 풀릴 때 우리 모두가 겪는 고통의 시간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러스 해리스는 참다운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삶의 고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재에 더 집중하며 의미 있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또 한 권의 탁월한 책을 썼다.
— 앤서니 그랜트Anthony Grant 박사
시드니대학교 코칭심리학 부서 책임자, 《행복으로 가는 8단계8 Steps to Happiness》 저자
어떤 일을 시도하든 고통과 고난은 필연적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기에,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유치원에서 가르칠 법한 단기간에 행복을 얻는 방법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라. 하지만 삶에 마음챙김, 의미, 목적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플랫폼을 만들고, 고통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계발하고 싶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신의 삶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토드 B. 카시단Todd B. Kashdan 박사
《궁금한가요?Curious?》, 《긍정 심리학 설계Designing Positive Psychology》 저자
러스 해리스는 수용전념치료 분야에서 크게 존경받는 세계적인 전문가다. 과학적인 발견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삶에서 마주친 고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대화로 모두를 초대한다. 이 책을 읽고, 즐겨라. 삶 속에 있는 진정한 보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니클라스 퇴네케Niklas Törneke 박사
《인간 행동의 ABC》 저자
눈을 떼지 못하게 사로잡는다. 이혼, 질병, 직업 변경,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삶의 전환을 겪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드문 책이다.
— 조셉 치아로키Joseph Ciarrochi 박사
울런공대학교 부교수, 《일상 속의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 in Everyday Life》 저자
하나뿐인 나의 아들에게.
함께한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너는 내게 가장 위대한 선생님이었단다.
내게 삶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내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해주었어.
내 삶에 수많은 기쁨과 사랑을 가져다준 네게 정말 고맙구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를 사랑해.
고통이 삶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현실이 당신의 따귀를 때리고, 삶을 뒤집어놓고,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 때를 대비해 당신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현실에 따귀를 맞는’ 일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심각한 병이나 부상, 끔찍한 사고, 이혼, 배신, 폭행, 불륜, 폭력적인 범죄, 실직, 파산, 전쟁, 화재, 홍수, 지진, 전염병…… 목록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의 고난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하지만 충분히 오래 산다면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런 상황을 겪게 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난의 강도가 셀수록 고통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대면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충격, 슬픔, 분노, 두려움, 불안, 공포,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고, 심지어는 증오, 절망, 혐오감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 고통이 너무 강하고 견딜 수 없어서, 신경체계가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우리를 무감각하고 텅 빈 상태 또는 우울증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운이 좋고, 타격이 지나치게 크지 않은 고난이라면 상당히 빨리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일으켜 먼지를 털어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며 계속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배우자가 떠나거나, 직장을 잃는다면? 큰 부상을 입거나,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폭력적인 범죄를 경험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고통을 겪는다면? 세상이 전염병 때문에 혼돈의 상태에 빠진다면?
현실에 따귀를 맞을 때는 언제나 상실이 따라옵니다. 우리는 죽음, 이혼, 별거 또는 갈등으로 인해 중요한 인간관계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건강, 직업, 독립성을 잃을 수도 있고, 안심, 신뢰, 안전의 감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자유, 지지, 소속감 또는 마음 깊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른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현실에 따귀를 맞을 때면 대개 위기가 찾아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 부딪혀 극심한 곤경과 불확실성을 겪지요. (특히 심리학자들이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삶을 짓밟고 영혼을 파괴하는 고난이 닥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니면 그 후에 곧바로 비통함이 뒤따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비통함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심각한 상실에 반응하는 심리적인 과정입니다. 비통함을 겪을 때 우리는 수면장애, 피로, 무기력, 무관심, 식욕부진과 같은 신체적인 반응을 보이고 슬픔, 불안, 분노, 죄책감 등의 광범위한 감정을 느낍니다.
비통함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이라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 박사의 ‘비통함의 다섯 단계’는 유명하지요. 박사는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다섯 단계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는 모든 종류의 상실과 위기, 트라우마에 적용됩니다. 또 단계를 나누긴 했지만 각각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섯 단계를 전부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각 단계의 순서가 고정된 것도 아닙니다. 단계들은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고 서로 뒤섞이곤 합니다. 또 때로 ‘끝난’ 것처럼 보이는 단계가 ‘다시 시작’되기도 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상실했든 이 단계 가운데 적어도 몇 가지는 분명히 경험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정’은 일어난 현실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척하거나, 무감각해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지 상태가 되거나 비현실감에 사로잡힙니다. 멍한 채로 돌아다니면서 이 모든 것이 나쁜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분노’ 단계에서는 자신이나 타인, 혹은 삶 자체에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분노와 밀접한 원망, 분개, 격분, 격노 또는 강한 불공평함과 불의의 감정도 자주 찾아옵니다.
‘협상’은 현실 상황을 바꾸려는 거래 시도를 의미합니다. 신에게 위험에서 구해줄 것을 간구하거나 외과 의사에게 수술 성공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등의 행동도 협상에 속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바라는 상황에 대한 수많은 생각과 ‘이 일만 일어났더라면’, ‘이 일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과 같은 대체 현실에 대한 환상이 빈번하게 수반됩니다.
‘우울’ 단계는 명칭이 부정확합니다. 이 단계의 감정은 ‘우울증’으로 알려진 일반적인 임상적 장애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엄청난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간 반응인 슬픔, 비애, 후회, 두려움, 불안, 불확실성 등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용’ 단계는 새로운 현실을 붙잡고 씨름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그 현실과 화해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을 만큼 자유로워진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고 해도 말이지요.
크나큰 고난을 마주할 때 우리는
현실의 고난이 몰고 오는 모든 혼돈 속에서 사람들은 불쾌한 신체적 반응을 경험합니다. 우리 모두는 잘 알려진 ‘투쟁 또는 도피fight-or-flight’ 반응을 경험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일부는 아직 덜 알려진 ‘경직freeze’ 반응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반응이 무엇이고,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떠나봅시다. 고대 조상인 원시인 한 명이 혼자서 토끼를 사냥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가 갑자기 거대한 어미 곰과 마주칩니다. 그는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어미 곰 옆에는 지켜야 할 새끼 곰 두 마리가 있고, 그래서 더 우악스럽게 경계합니다. 어미 곰이 원시인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돌진합니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단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뿐입니다. 도망치거나 그 자리에 남아서 싸우거나. 그래서 자율신경계가 의식적인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키를 잡습니다. 알다시피 ‘자율성’이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자율신경계’라는 이름도 여기서 왔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자율신경계는 무엇이 당신에게 유리한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어미 곰에게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당신은 ‘이런, 싸울지 도망갈지 어서 정해야겠군’ 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입력되기도 전에 자율신경계가 결정을 내리면 몸은 즉시 ‘싸울 준비나 도망갈 준비’를 합니다.
다시 고대의 조상에게로 돌아가보죠. 그의 몸에서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이 시작됩니다. 팔과 다리, 가슴과 목의 대근육이 투쟁이나 도피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긴장합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혈액을 근육으로 펌프질합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창을 최대한 세게 던지는 것으로 투쟁 반응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이 빗나갔네요. 곰을 살짝 스치면서 작은 상처만 냈습니다. 이제 곰은 단단히 화가 났고 그에게는 아무런 무기가 없습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며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도망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미 곰은 사람보다 더 빠릅니다. 곰이 그를 잡아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칩니다. 이제 그에게는 곰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고, 도망쳐 빠져나갈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인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율신경계가 다시 그를 조종합니다. ‘투쟁 또는 도피’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의 몸을 ‘경직’ 상태로 전환합니다. 왜냐고요? 곰은 먹이가 저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가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칠수록 곰은 그를 더욱 잔혹하게 공격할 겁니다. 살아남을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려면 죽은 듯 누워 있어야 합니다.
바로 그래서 ‘경직’ 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미주신경(신체에서 척수 다음으로 가장 큰 신경)이 적극적으로 그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만듭니다. 미주신경은 그의 근육을 마비시켜서 그야말로 옴짝달싹못하게 만듭니다. 그와 동시에 감정을 ‘차단’합니다. 그가 고통을 덜 느낄수록 비명을 지르거나 몸부림치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완전히 ‘얼어붙은 것처럼 뻣뻣하게’, ‘공포로 마비된 채’, ‘두려움으로 인해 무감각한’ 상태로 거기에 누워 있게 됩니다. 만약 운이 좋다면 그렇게 조용히 누워 있는 동안 곰이 흥미를 잃고 가버리거나, 누군가가 와서 그를 구해줄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신경계와 신체는 모든 위협에 대해 ‘투쟁 또는 도피 또는 경직’ 반응이 일어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든 포유류뿐만 아니라 조류, 파충류, 어류 대부분의 신경계는 공통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지닙니다.) 현실의 고난은 우리에게 위협이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날 때 우리는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을 보일 겁니다. 대개는 두려움과 불안(도피)이 나타나지만, 분노(투쟁)가 우세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 신경계가 투쟁도 도피도 소용없다고 인식하면 경직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때 당신은 움직이지도 말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얼어붙은 상태가 됩니다. 심지어 의식을 잃거나 넋이 나갈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 따귀를 맞으면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투쟁, 도피 또는 경직 반응이 반복해서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러한 반응은 해당 사건을 상기시키는 모든 것에 의해 쉽게 촉발됩니다. 기억, 생각, 감정, 감각처럼 우리 내면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한 사람, 장소, 음식, 음악, 사진, 물건, 책, 뉴스 보도 등 외부적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쟁’은 분노, 좌절, 짜증으로 나타납니다. ‘도피’는 두려움, 불안, 걱정으로 나타납니다. ‘경직’은 무감각, 무관심, 피로, 잠, 분리로 나타나고, 대부분 무력감, 절망, 체념이 따라옵니다.
지금까지 현실의 고난을 맞닥뜨렸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정말로 중요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역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하여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 대부분은 이러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합니다. 고통스러운 생각, 느낌, 기억, 신체적인 반응에 쉽게 사로잡히고 말지요. 그래서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합니다. 이를테면 약물이나 알코올을 남용하고,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즐기던 활동에서 손을 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싸우고,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리고, 침대나 소파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요.
이 모든 행동은 정상이고 매우 흔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행동이 대개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기보다는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반응을 바꿀 수 있습니다. 슬픔, 상실, 위기에 반응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수용전념치료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수용전념치료는 1980년대에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Steven C. Hayes가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만든 이론입니다. 2020년 현재 최고의 과학저널들에 소개된 수용전념치료 관련 논문은 3,000개가 넘는데, 슬픔, 우울증, 불안, 중독, 만성질환과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이 이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수용전념치료는 역경 속에서도 고통과 괴로움을 극복하고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하고도 실용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당신을 이 방법으로 한 걸음씩 부드럽게 안내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기 전에 반드시 강조해둬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실이 일격을 가할 때, 그에 대응하는 ‘올바른’ 또는 ‘적절한’ 반응이란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다 제각기 반응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어떤 감정을 반드시 느껴야 한다거나, 느끼지 않아야 한다거나, 아니면 그 감정을 얼마나 오랫동안 품고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모든 선입견을 버리세요. 며칠 혹은 몇 주를 울면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반응 모두 정상입니다. 두 번째는 슬픔, 상실, 위기에 대처하는 단 하나의 ‘가장 좋고’ ‘가장 옳은’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대처합니다. 또한 어떤 이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유용성이 입증된 수많은 조언, 도구, 전략, 계획을 제시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지는 않기에, 이 책에 나오는 방법을 실험하고, 수정하고, 조율해서 당신만의 고유한 상황과 그로 인한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나가기 바랍니다. (당신에게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은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내 나이쯤이 되면 사람들은 대개 현실에 몇 번이고 타격을 입습니다.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일격은 어린 시절 수년간 가까운 친척 두 명에게 반복해서 학대를 당한 것입니다. 이후 살아가며 부모님의 죽음, 친구와 가족의 죽음, 고통스러운 이혼, 만성질환을 야기한 심각한 부상 등을 겪었지요. 그리고 아들이 어릴 때 지속적인 집중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지독하게 힘들었던 4년도 경험했습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매우 운이 좋은 편이지요. 이 책을 읽을 독자 모두가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다는 걸 잘 압니다.) 이런 힘든 일을 겪으면서 수용전념치료가 내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고, 다른 사람을 돕는 데도 이 방법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수용전념치료 모델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범용성입니다. 2015년에 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요청으로, 난민캠프에서 사용할 수용전념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세계보건기구는 터키, 우간다, 시리아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쟁, 박해, 폭력,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 난민캠프의 암울한 생활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 등 수많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난민들을 돕는 데 말이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이 그런 엄청난 역경에 처한 사람들을 얼마나 도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 후 세계보건기구가 그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에야 마침내 안도하고 기뻐했지요. 난민들은 이 프로그램을 좋아했을 뿐 아니라 가혹한 삶의 환경에 대처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매우 비슷합니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하게’에서는 고난을 겪은 후 자신을 재정비하고 평정을 되찾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어떻게 자신을 돌보고, 이 모든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 대처할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2부 ‘파도가 지나간 후 다시 일어서기’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 번에 한 걸음씩 당신의 삶을 재건하는 방법을 살펴볼 것입니다. 삶의 고난이 남긴 잔해가 아무리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할지라도 말이지요. 3부는 ‘의미 있는 삶으로 나아가기’입니다. 여기서는 에너지와 활력을 되찾는 방법 그리고 삶이 여전히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들에 감사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이 말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요).
여기까지 읽고 당신은 어쩌면 이의를 제기할지 모릅니다. 당신의 상황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이 책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당신 삶은 텅 비거나 견딜 수 없는 상태로 남을 것이라면서 말이죠. 그렇다면 안심하십시오. 그런 생각은 매우 자연스럽고, 이 접근 방식을 처음 접할 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이 책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반드시 그러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보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의구심 때문에 지금 책 읽기를 멈춘다면, 이 책이 제공하는 이점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의 마음에 의심이 생겨났다면, 그저 마음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놔두세요. 무엇이든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말하게 하세요. 하지만 읽는 것을 멈추도록 놔두지는 마십시오. 배경에 틀어놓은 라디오처럼, 마음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말하게 하고 그런 다음 함께 탐험해봅시다. 큰 고난을 만났을 때, 견뎌내고 계속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요.
서장 고통이 삶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 비통함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
크나큰 고난을 마주할 때 우리는
역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하여
1부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하게
1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누구도 혼자인 사람은 없다
일단 해보고 지켜보기
사소하지만 중요한 자기 돌봄
2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하기
• 헛소리는 집어치워요!
자기자비에 대한 오해
고통 인정하기
: 친절하게 말하기 연습
3 고군분투 내려놓기
• 통제하거나 통제당하지 않고
: 그저 내려놓기 연습
4 감정의 폭풍 앞에서 닻 내리기
• ACE 공식: 인정하고, 연결되고, 집중하기
: ACE 공식 연습
닻은 폭풍을 통제하지 못한다
현재로 돌아오기
폭풍이 불어오기 전에
5 심리적 스모그에서 벗어나기
• 마음은 왜 내게 가혹하게 구는가
이길 수 없는 전쟁
짙은 안개 속에서
생각이란 무엇인가?
: 지나가게 두기 연습
6 알아채고 이름 붙이기
• 이름 붙이기의 기술
: 생각에 이름 붙이기 연습
패턴에 이름 붙이기
이야기에 이름 붙이기
마음에 감사하기
무력화하기
7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
• : 숨을 들이쉬고 참았다가 내보내기 연습
: 숨 들이쉬고 셋 세기 연습
8 우리 안에 있는 협력자와 화해하기
• 감정의 목적: 소통, 동기부여, 조명
감정을 차단할 때 놓치는 소중한 것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몸과 마음의 연결
9 호기심으로 관찰하기
• 느낌, 감정, 감각
감정을 위한 공간 마련하기
: 감정 알아채기 연습
10 친절한 손으로 안아주기
• : 친절한 손 연습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가장 작은 것이 만드는 큰 차이
11 기억이 아픔이 될 때
• 상실 인정하기
자신을 지지해주기
: ‘어린 시절의 나’ 지지하기 연습
2부 파도가 지나간 후 다시 일어서기
12 삶을 의미 있게 만들기
• 가치에 따라 살기
: 가치 생각해보기 연습
가치와 목표의 차이
: 숨은 지혜 찾기 연습
: 연결하고 깊이 생각하기 연습
: 6개월 전 돌아보기 연습
가치, 관계, 의미
13 작은 한 걸음 내딛기
• 한 번에 벽돌 한 장
풍미를 더하고 음미하기
14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
• 도전 공식
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의지를 갖고 입장 취하기
15 원망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기
• 나를 자유롭게 하는 용서
16 너무 늦은 때란 없다
•
17 나쁜 습관 깨뜨리기
• 행동 패턴 바꾸기
새로운 습관 유지하기
옛 습관으로 돌아간다면
3부 의미 있는 삶으로 나아가기
18 삶이라는 무대 전체를 조망하기
• 감사의 기술
: 다섯 가지 물건 응시하기 연습
: 손에 감사하기 연습
: 호흡에 감사하기 연습
19 온전히 경험하기
• 몰입의 순간
: 소리에 집중하기 연습
: 사람들에게 주의 기울이기 연습
: 즐거움에 집중하기 연습
20 기쁨도 슬픔도 있는 그대로
부록부록 A 생각의 힘 무력화하기
부록 B 호흡으로 하는 마음챙김
부록 C 목표 설정하기
닻을 내린다고
폭풍우가 사라지거나
폭풍우를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 대신 내려진 닻은
폭풍우가 제멋대로 오가는 동안
배를 단단히 잡아줍니다.
집중하기
● First Things First
나탈리의 얼굴은 겨울 달처럼 창백했습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 블라우스에 후드득 떨어졌고, 울먹임에 온몸이 흔들렸습니다. 열흘 전 그녀의 십 대 아들이 뺑소니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아직도 범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은 백만 갈래로 찢어졌어요.” 흐느끼는 와중에 나탈리가 가까스로 말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실 또는 트라우마가 우리 세상을 찢어 큰 구멍을 낼 때, 대부분은 거의 혹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을 받아들이려고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번 장에서는 현실의 고난과 함께 찾아오는 즉각적인 여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몇 가지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감정은 삶을 무너뜨리는 위협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사건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일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그다음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등 통제할 수 없는 모든 일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 집착하고 방향을 잃어버리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고통스러운 사건들을 떠올리고 다른 대처 방법은 없었는지, 그랬다면 지금 벌어진 일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지 상상하고, 비난할 사람과 대상을 찾으려고 합니다. 문제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면 할수록 더 절망적이고 불안하고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든 상실, 위기 또는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면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반응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 생각과 감정도 통제할 수 없지요. 모든 고통스러운 감정과 기억을 제거하고 그걸 마법처럼 기쁨과 행복으로 바꾸어주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서 우리 팔다리 그리고 손발로 ‘하는’ 일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행동은 통제할 수 있기에 관심과 에너지를 그쪽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실의 고난을 견뎌내려면 나의 행동을 통제해야 합니다. 몇 가지 방법을 함께 탐험해봅시다.
샨티는 남편이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와 2년 동안이나 바람을 피우고 결국 자기 곁을 떠났을 때,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엄청난 분노의 홍수, 슬픔의 폭우, 불안, 수치, 당혹감의 돌풍이라는 감정의 폭풍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외부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고 집에만 머물렀습니다.
미셸이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후 보인 반응도 비슷합니다. 데이브가 직장을 잃은 후에 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샨티, 미셸, 데이브 모두 비슷한 이유로 자신을 고립시켰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을 피했습니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면 너무 불편해질까 봐, 그리고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감정과 기억이 되살아날까 봐 두려웠습니다.
헬렌과 필립의 이유는 조금 달랐습니다. 헬렌의 남편은 치명적인 심장마비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했고, 필립의 남편은 췌장암으로 몇 달간 투병생활을 하며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이 상실을 경험한 후 헬렌과 필립은 특히 친구들과 가족들에게서 멀어졌는데, 그저 지쳤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지 않았던 것이지요.
때로 우리는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둡니다. 보통은 우리에게는 이제 없는 걸 그들은 여전히 가지고 있을 때 그렇습니다. 우리 삶과 그들의 삶이 보이는 큰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뇌막염으로 딸을 잃은 요코는 아이를 둔 그녀의 모든 친구들과 멀어졌습니다. 알라나도 유산을 겪은 후에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아이가 있는 다른 가족들과 어울리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라다는 섬유근육통(섬유염)이라고 불리는 질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통, 몸의 경직,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양팔의 윗부분, 양 어깨, 목, 등, 복부에 타는 듯하고 욱신거리는 강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이 병은 그녀가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일상적인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했습니다. 라다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져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선택을 했는데, 그 이유는 a) 사람들과의 교류가 그녀를 너무나 지치게 만들고 b)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육체적으로 너무 고통스럽고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유로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에게서 멀어집니다. 때로는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합니다. 그들을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거리를 둡니다.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하고 우리와 어떻게 함께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는 것처럼 보여서 그러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들뿐 아니라 우리도 당연히 불편합니다. 혹은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해.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라는 식의 극기심에 사로잡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모두 완전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미 여러 번 이 말을 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반응이 이상하다거나 결함이 있다거나 ‘틀렸다’고 곧바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타인에게서 멀어지면 대개 고통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잘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삶이 따귀를 때릴 때 우리는 너무나 자주 우리를 가장 아끼는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멀어지지만, 불행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단절되면 고통이 커질 뿐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아끼고 걱정하는 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당신에겐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어떻게 연락할 건가요? 직접 만날 건가요? 전화를 할 건가요? 영상 통화를 할 건가요? 문자메시지를 보낼 건가요?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언제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지, 함께 무엇을 하고 싶은지 표현하십시오. ‘그냥 다시 연락하고 지내고 싶어서 전화했어’, ‘5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 ‘응, 물론 집에 와도 되지만 지금은 30분 정도만 시간을 낼 수 있어’, ‘너만 괜찮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아. 그저 네가 나를 안아주면 좋겠어’, ‘그냥 함께 영화나 보자’라고 말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제안을 거절해도 물론 괜찮습니다. 만약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그 마음을 존중하십시오. 초대를 거절하십시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이제 그만 혼자 쉬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얼마든지 그 자리를 떠나도 됩니다. 그냥 사람들에게 알리세요. ‘미안해요, 좀 쉬고 싶어요. 감정을 주체하기가 좀 힘드네요.’ 그런 다음 산책을 하거나 다른 방으로 가세요.
불행히도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모릅니다. 우리가 마주치는 큰 문제 가운데 하나지요. 그들은 우리를 도우려고 하지만 그런 시도는 너무나 자주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라며 진부한 위로를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강해져야 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성적으로 굴어야지’ 하며 우리를 몰아붙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묻지 않으려고 애쓰고,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려서 우리 생각을 전환하려고 하기도 하죠.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고 말하거나, 문제 해결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신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며 설교하기도 합니다.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돕고 지지해주려고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구글을 열고 검색하면 현실의 고난에 대처하는 방법이 가득 든 방대한 조언 창고가 나옵니다. 매우 훌륭한 조언도 있고 완전한 쓰레기도 있죠. 그런데 당신이 발견한 그 조언들 가운데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조언을 실험해보고 내게 무엇이 효과적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이 주의사항과 더불어 두 가지 실용적인 조언을 나누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밖으로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많은 사람에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하는 산책은 보통 큰 위로가 되는데, 더 큰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칩거 생활의 어려움에서 잠시 탈출구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요. 자연 속에서는 수월하게 내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습니다. 풀, 나무, 하늘 앞에서는 씩씩한 얼굴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걷고, 숨 쉬고, 주변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상태일 때도 큰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현실의 곤경에 처했을 때는 두 배로 힘이 드는데, 우리의 정신적 능력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삶에 따귀를 맞은 시기, 우리는 보통 지쳐 있거나 잠이 부족합니다. 온전히 생각하기 힘든 정신 상태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 시기를 늦추는 게 낫지 않은지 고려해보거나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당신 대신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하십시오. 만약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결정을 내리기 전에 스스로를 단단하게 세우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4장에 나오는 ‘닻 내리기 연습’을 하십시오.
슬픔, 상실, 트라우마에 대한 대중적 대처 방법은 상식에 호소하지만 사실 과학적 타당성은 없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감정은 표현해야만 한다’는 생각입니다. 음, 사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대부분은 감정 표현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그 방법이 당신에게 유용하다면 감정을 표현할 방법은 많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친구, 가족, 지원 그룹 또는 치료 전문가에게 솔직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감정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또 자신의 감정을 일기에 쓰는 방법도 매우 인기 있습니다. 창의적인 편이라면 시, 산문, 음악, 그림, 조각, 혹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 방법이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 표현은 분명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감정에 대해 말하거나 글로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현실의 고난을 견디고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정 표현이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신할 수 없다면, 최선의 선택은 일단 시도해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도움이 되면 계속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멈춥니다.
‘자기 돌봄’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신음을 크게 내뱉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스스로를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