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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자의 꿈을 사랑하고,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도구를 세상에 내놓는다.
나의 첫 메타버스 수업
초판 1쇄 발행 2021년 11월 1일 ┃ 지은이 이재원
펴낸곳 (주)원앤원콘텐츠그룹 ┃ 펴낸이 강현규·정영훈
책임편집 안정연 ┃ 편집 오희라 ┃ 디자인 최정아
마케팅 김형진·이강희·차승환 ┃ 경영지원 최향숙 ┃ 홍보 이선미·정채훈
등록번호 제301–2006–001호 ┃ 등록일자 2013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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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11,100원 ┃ 전자책 ISBN 979–11–6002–816–4 0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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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가상현실 안에 살고 있다.
“We’re living in science fiction”.
•젠슨 황엔비디아 CEO•
메타버스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쯤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막 나올 즈음 저도 몸담고 있는 유튜브 채널 <티타임즈TV>에 메타버스를 개괄하는 첫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메타버스를 소개하는 초기 영상이었던 덕에 30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모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를 다뤘습니다. 유튜브와 지상파를 가리지 않고 메타버스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했고, 수혜주를 언급했습니다. 테크기업들도 “메타버스는 미래의 인터넷”이라며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메타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도 많은 독자들의 요청으로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여전히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메타버스가 그래서 뭘 바꾸는데?” “메타버스가 꼭 필요해?” “그래서 메타버스가 돈이 돼?”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이런 질문에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 메타버스 게임도 쏟아지고, 우리가 즐겨 하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까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하려면 뭘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기업에 다니는 분들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메타버스와 관련한 사업 기획안을 마련해야 하는 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여전히 명쾌한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 사이 메타버스는 반짝 유행하는 마케팅 용어, 즉 ‘버즈워드Buzzword’ 취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최신 기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판매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메타버스 세상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막 땅을 뚫고 올라온 새싹이 눈에 띄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은 메타버스에 대해 취재하면 할수록 강해집니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SNS로 정의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간단하게 정의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콘텐츠 한두 개, 서비스 한두 개로 완성될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엄청난 산업의 변화가 따라올 기술의 진화입니다. 화려한 몇몇 완성품에 가려진 이면을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자동차 산업’이라고 하면 완성차 업체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의 현대차, 기아차, 미국의 포드, GM, 독일의 아우디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회사들 말이죠.
하지만 자동차 산업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자동차를 제어하기 위한 전장(전자ㆍ전기장치) 기업, 전기차의 시대가 오면서는 배터리 회사까지 자동차 산업에 포함됩니다. 자율주행차가 발달하면서 자율주행차를 위한 반도체 회사와 인공지능 개발 회사까지 자동차 산업군에 편입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산업이 태동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산업이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동반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에도 많은 기회가 따라옵니다. 이 기회를 제대로 잡아내는지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결정되기까지 합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과 기술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발전해 온 게임과, 그 게임을 구성하는 철학들. 함께 발전해온 컴퓨터 그래픽, 그리고 이를 한데 연결하는 5G 네트워크 등 수많은 기술이 얽히고설켜 메타버스 세상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세상과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는 갖은 아이디어가 소환되고 있습니다. 마치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던 2007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속으로 자신의 서비스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집어넣었습니다.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기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기업들은 더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그저 자신을 스마트폰에 욱여넣은 것에 불과했죠.
메타버스 세상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올라타려는 이들이 우선은 세상 이곳저곳에 묘목을 심고 있습니다. 이들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의 문법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많은 것들이 탈중앙화decentralized되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를 만족시킬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겠죠.
기업들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혁신의 본질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기술은 곁가지일 뿐이죠. 메타버스 세상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지, 어떤 효용을 건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산업에 투자해보고 싶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정확히 알고,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메타버스를 다시 정리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어떤 기술의 물줄기가 모여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강을 만들었는지 정리했습니다. 메타버스의 어떤 요소들이 모여 어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메타버스 흐름 속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최대한 모으고 정리해보았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제안을 주시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메이트북스 관계자 여러분과, 많은 도움을 준 <티타임즈> 팀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더운 여름, 지난한 집필 과정 내내 옆에서 응원해준 사랑하는 아내 유연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재원
2030년 시장규모 1,770조!
스마트폰처럼 우리 삶을 바꿀 것이란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전 세계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율 1위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의 선언입니다. 우리에게 메타버스 세상을 활짝 열어젖힌 한마디였습니다. 여기에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고 말한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한마디가 기름을 부었죠. 그리고 지금 온 세상이 메타버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의 이 발언은 2020년 10월 6일에 열린 자사의 개발자 이벤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October 2020’ 기조연설의 일부였습니다.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는 가장 먼저 메타버스를 꺼내들었죠.
그는 메타버스에 대해 한참 설명하면서 앞으로 메타버스가 엔비디아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20년이 놀라웠다면, 앞으로 20년은 SF(공상과학)와 다름없을 것”이라면서요. 향후 20년간의 엔비디아의 새로운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콕 집은 것입니다.
그 뒤로 메타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그해 겨울을 넘기기도 전에 전 세계 언론은 물론 투자업계에서도 메타버스와 관련한 리포트를 쏟아냈습니다. 이후 반년 넘게 메타버스는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많은 테크 뉴스의 헤드라인에 메타버스가 등장했고, 메타버스 기업을 자청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났죠.
2021년 들어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습니다. 2020년 주식 활황 속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테크 종목 선제 투자로 주가를 올린 투자자 캐서린 D.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예측보고서 <2021 빅 아이디어스2021 Big Ideas> 때문이죠. 총 15개의 챕터 가운데 세 번째인 ‘가상세계Virtual World’ 챕터에서 다시 한 번 메타버스가 등장합니다.
보고서에서는 ‘비디오 게임, 증강현실, 가상현실’로 구성된 가상세계와 우리가 매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미래엔 이것이 모두 메타버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죠. 물론 경제적 효과도 어마어마하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리 먼 미래도 아닙니다. 2025년만 돼도 메타버스와 관련한 매출이 3,650억 달러, 한화로 41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돈이 되는 시장이란 건 확실하죠.
2021년 3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 상장 당일에만 54.44% 급등하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Roblox
메타버스가 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일은 한 번 더 있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절정을 찍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미국의 게임회사인 로블록스Roblox의 미국 나스닥 상장입니다. 2021년 3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상장 당일에만 54.44% 급등하며 시가총액 460억 달러(약 52조 원)를 달성했습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을 한참 낮은 300억 달러(약 34조 원) 수준으로 예측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죠.
<로블록스>는 2004년 창업해서 2006년 서비스를 개시한 게임 플랫폼이자, 플랫폼 게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그러니까 <로블록스>는 접속해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며 즐기는 ‘게임’이기도 하면서 스스로 게임을 만들거나 남이 만든 게임을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의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남이 올려둔 영상을 볼 수도, 업로드할 수도 있는 유튜브와 같죠. 이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인기가 있는지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으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주위에서도 메타버스 이야기를 하면 “어, 그거 <로블록스>”라고 답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정도이죠. 하지만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대명사가 되면서 오히려 대중들의 관심은 식었습니다.
구글 검색량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서비스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검색량이 로블록스 상장 이후 곤두박질쳤음을 보여줍니다. 로블록스 상장 주간의 검색 지수가 82였는데요, 한 달 뒤인 4월에는 49로, 두 달 뒤인 5월에는 39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대명사가 된 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식었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Z세대(1996~ 2013년생)가 주 이용층이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물론 이런 평가가 거짓은 아닙니다. 로블록스는 자신들의 공식 회사 소개에서 “우리의 미션은 게임을 통해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분명히 게임이죠.
〈로블록스〉 한국어판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로블록스〉의 미션. “게임을 통해 세상의 모든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Roblox
이용자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로블록스>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 그러니까 30일 이내에 앱에서 일종의 행동을 취한 이용자의 수가 1억 5천만 명에 달하는데요, 이 중 3분의 1이 16세 미만이라고 합니다. 미국 9~12세 어린이 중 3분의 2가 <로블록스>에 가입되어 있다고도 하고요. <로블록스>에 붙는 대표적인 수식어인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이란 표현이 꼭 맞죠.
이런 특징을 가진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대표주자가 되다 보니 오해가 시작됩니다. “메타버스가 뭐야?” 하고 찾아온 이들에게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하려면 너무 어렵습니다. 결국 잘나가는 <로블록스>에 비유해서 메타버스를 설명하게 되죠. 그럼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합니다.
“아, 그러니까 게임이라는 거지?”
결국 메타버스라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아직 곳곳에 남아 있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생각과 ‘구매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세상’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있던 관심도 급속도로 식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긴 것입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매출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이들도 있지만, 심지어 투자를 하고 있는 분들조차 ‘메타버스=게임’이라는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의 확장성에 대해 설명하면 “그럼 이것도 메타버스네?” “여기도 메타버스네?” 하는 식의 조롱 섞인 답변도 종종 돌아옵니다.
그래서 메타버스를 단지 또 한 번 지나갈 유행으로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명확한 합의나 정의 없이 유행하는 ‘버즈 워드Buzz Word’라는 오명도 썼죠. 마치 온갖 음식에 다 붙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웰빙’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웰빙 열풍이 지나간 뒤 단어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건강한 음식과 삶에 대한 관심은 남았습니다. 웰빙이란 단어 없이도 이 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죠.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메타버스가 특별한 서비스, 눈에 띄는 기술이지만 우리 생활 전반에 메타버스가 스며들고 나면 메타버스란 단어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그리고 곧 상용화할 기술들이 우리 삶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면서 우리 삶을 다채롭게 바꾸고 난 뒤에 말이죠.
실제로 이미 메타버스에 익숙한 세대인 Z세대에겐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합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의 댓글창을 보면 꽤 많이 보이는 댓글이 “뭐야? 맨날 하는 건데 이게 메타버스임?ㅋㅋㅋㅋ”입니다. Z세대 입장에선 마치 숨 쉬듯 접속하던 세상에 갑자기 어른들이 관심을 갖더니 메타버스로 정의한 것입니다. 메타버스 원주민이라는 Z세대는 어른들의 그런 반응 자체를 신기해합니다. 자신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특별한 세상으로 취급받으니 웃음이 나오겠죠.
실제로 마케팅 에이전시 대학내일의 부설 연구 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온도차가 드러납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메타버스에 대해 물어봤을 때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1.8%, ‘들어본 적 있지만 잘 모른다’는 응답이 37.1%였습니다.
하지만 <모여봐요 동물의 숲>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지를 물었을 때에는 73.3%가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이 중 45%는 실제로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도 했고요.
메타버스는 Z세대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하나의 생활이자 일상이 될 것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생활 곳곳에 메타버스가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에이, 저게 뭐야, 게임 아니야?”라고 거리를 두던 어른들조차 자신이 메타버스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그 세상 속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절대 안 쓰실 것 같던 우리 부모님도 지금은 능숙하게 터치스크린을 다루며 잠금을 해제하고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오듯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메타버스의 정의를 다시 차근차근 살피며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립된 메타버스의 조건과 형태,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까지도 하나씩 살펴봐야겠죠. 그 후엔 메타버스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다양한 영역과 산업의 사례에 대해서도 살피며 우리 삶에 녹아들고 있는 거대한 메타버스 흐름을 조망해보겠습니다.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가상세계 ‘메타버스’.
그리고 이를 시각화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이게 전부일까?
메타버스의 정의부터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진 세계 혹은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간의 아바타와 소프트웨어, 즉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 캐릭터가 섞여 살아가는 가상의 공간이죠.
단어 그 자체를 쪼개서도 한번 해석해보겠습니다. ‘메타Meta-’는 초월ㆍ가상을 뜻하는 접두사인데, 여기에 우주ㆍ세계를 뜻하는 영단어 ‘유니버스Universe’가 더해진 합성어입니다. 직역하면 초월세계, 가상세계가 됩니다. 현실을 초월한 세계,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우주 등 여러 해석이 가능하죠.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일종이라는 인식 역시 여기서 출발합니다. 반대로 메타버스가 현실과 또 다른 어떤 ‘세계’라는 오해 역시 단어에서 비롯됩니다.
1992년 출간된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최초로 언급된 작품이다.
이 단어는 누가 가장 먼저 사용했을까요? 무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메타버스는 1992년 출간된 미국의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는 주민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접속해 살아갈 수 있는 가상현실세계가 존재합니다. 현실의 직업과는 무관하게 가상현실세계 속에선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죠. 소설 속에서 이 가상현실세계를 부르는 이름이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소설 속에선 이 메타버스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빌딩들을 짓고, 공원을 만들고, 광고판들을 세웠다. 그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들도 만들어냈다. 가령 공중에 여기저기 흩어져 떠다니는 조명쇼, 삼차원 시공간 법칙들이 무시되는 특수 지역, 서로를 수색해서 쏘아죽이는 자유 전투 지구 등.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들은 물리적으로 지어진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더 스트리트 자체가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스트리트는 다만 종이에 적힌 컴퓨터 그래픽 규약일 뿐이었다. 아니, 그것들은 광섬유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소프트웨어 조각들일 뿐이었다.
현실과 같은 빌딩과 공원, 그리고 광고판이 설치된 메타버스 속 공간 ‘더 스트리트’에 대한 묘사입니다. 현실과 같은 공간에 배치된 가상의 요소들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떠다니는 조명과 삼차원 시공간 법칙이 무시되는 공간들이죠.
이 소설의 주인공은 히로 프로타고니스트입니다. 현실에서는 피자 배달부이지만 메타버스 속에서는 검객劍客으로 활약하던 청년이죠. 어느 날 그는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들을 위한 마약 ‘스노 크래시’가 퍼져나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마약이 아바타의 주인, 즉 현실세계의 사용자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추적해 세계를 구해냅니다.
『스노 크래시』는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기술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당시에도 전 세계 SF 독자들과 컴퓨터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각종 소설, 영화, 게임에서 메타버스 세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하죠.
『스노 크래시』에 등장한 메타버스를 시각적으로 우리 앞에 선사한 영화도 있습니다. 2011년 출간된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18년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입니다. SF 장르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맡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예고편
이 영화는 2045년의 지구를 다룹니다. “1번 플레이어 준비”라는 게임 시스템 메시지를 차용한 제목답게,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은 게임 <오아시스Oasis>입니다. 주인공 웨이드는 VR 헤드셋 안에 펼쳐진 오아시스 세상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고, 돈을 벌고, 세상을 탐험합니다. 심지어 비밀 창고를 만들어 친구와 함께 로봇을 만들기도 하죠. 물론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가상세계의 친구와 말입니다.
소설 속 공간인 메타버스를 시각적으로 재현해낸 2018년 개봉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Warner Bros. Pictures
영화 속 ‘오아시스’는 작중 대형 게임사인 GGGregarious Games에서 운영하는 초거대 가상현실 게임입니다. 말이 게임이지 사실상 또 다른 세계인 메타버스입니다. 주인공뿐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아시스를 즐깁니다. 회사에서도 오아시스에 접속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접속해 있습니다. 접속한 이들의 모습은 현실과 전혀 다릅니다.
건담, 로보캅, 배트맨, 닌자거북이··· 무엇이든 원하는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다칠 걱정 없이 거친 레이싱을 즐길 수도 있고, 돈 걱정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휴가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막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뭐든지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세상입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의 주인공 웨이드의 아바타 퍼시벌과 동료들의 아바타. ©Warner Bros. Pictures
주인공인 웨이드도 현실은 컨테이너 빈민촌에서 이모와 함께 사는 가난한 청년입니다. 접속에 필요한 최신 장비를 구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죠. 하지만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VR기기를 뒤집어쓰면 매력적인 메타버스 속 인물인 퍼시벌로 변신합니다. 이 퍼시벌이 오아시스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현실과 연결된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답게 가상세계에서 퍼시벌과 경쟁하는 회사 IOIInnovative Online Industries는 현실세계의 퍼시벌, 다시 말해 웨이드를 살해하려고도 합니다. 결국 퍼시벌은 오아시스를, 웨이드는 현실세계를 구해내면서 영화가 끝나죠.
주인공만이 아닙니다. 영화 속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공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표현한 웨이드의 대사처럼 말이죠. 하늘을 날아다니며 파티를 열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바꾸기도 하죠.
이처럼 영화 속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는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글로 등장했던 메타버스 세상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마치 “이것이 메타버스이다”라고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이 두 작품 『스노 크래시』,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우리가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예시입니다. 아마 이 책을 보기 전에도 두 사례를 많이 접해봤을 겁니다. 개념이 모호한 메타버스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예시이다 보니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레디 플레이어 원>은 시각적으로 많은 메타버스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 입문을 위한 필수 교보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오해가 발생합니다. 마치 메타버스란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속의 게임인 오아시스 세상처럼 완벽하게 현실과 분리된 가상현실세계라는 인식을 줍니다. 메타버스라 함은 마치 화려한 아바타와 완벽한 3D 세상이 있어야 한다는 착각을 가지게 하죠. 즉 메타버스라는 단어에서 ‘세상’, 그러니까 유니버스Universe란 것을 현실세계와 대척점에 있는 가상현실로 생각해버리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메타버스=가상현실’이라는 정의를 내리고서 메타버스 사례들을 보다 보면 혼란이 발생합니다. 완벽한 가상현실 세상을 구현하지 않았는데도 메타버스라고 하고, 현실세계와 거의 차이가 없는데도 메타버스라고 하니까요. 결국 메타버스란 것은 억지이자 또 하나의 마케팅 용어라는 결론에 도달하죠. 그렇게 메타버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아직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메타버스 세상.
그래도 메타버스를 정의하기 위한 ‘제1원칙’은 존재한다.
메타버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메타버스를 다시 정의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살기 위해서, 그리고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죠.
그럼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우선 메타버스의 개념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한 이들의 의견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는 소설 『스노 크래시』의 출간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넷과 웹의 보급 이후 높아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메타버스의 모습부터 활용 방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논의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연구자들은 메타버스를 접하는 이들에게 ‘메타버스가 가상세계’라는 지나친 단순화에서 벗어나기를 주문합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동떨어진, 아무 상관없는 가상세계는 아니라는 말이죠. 메타버스가 상상의 것들이 마음껏 펼쳐지는 가상의 공간인 것은 맞지만 현실과 단절된 도피처, 탈출구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메타버스를 연구하고 로드맵을 제시해온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 ‘가속연구재단ASF,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의 의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메타버스 연구자들에게 바이블처럼 인식되는 ASF의 <메타버스 로드맵>에서도 “메타버스를 현실세계의 대안 또는 반대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대신 물리세계(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교차점junction, 결합nexus, 수렴convergence으로 이해할 것을 주문하죠.
그럼 메타버스는 어떤 세상일까요? 이 부분에서는 연구자들도 명확히 정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메타버스라는 개념 그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확실한 예시가 등장하지도 않았고, 완벽한 메타버스를 구현할 만한 기술이 완성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떤 과정을 통해 가상과 현실이 융합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기술이 준비되어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란 세상을 만들어낸 소설 『스노 크래시』의 한 부분에서죠. 이 부분을 한번 보고 가겠습니다.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삼차원적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일초에 일흔두 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삼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이 킬로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이 움직이는 삼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연구자들이 이 묘사에서 주목하는 메타버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고글과 이어폰’입니다. 이용자들은 ‘시각의 한계 내에서 가장 선명한’ 그림을 만들어주는 고글과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을 재생해주는 이어폰 덕에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기술을 통해 완성되는 또 다른 세계인 것입니다.
고글과 이어폰은 지금으로 치면 VR헤드셋입니다. 1992년의 상상력에서는 둘을 따로 착용해야 했지만 최근엔 둘의 기능이 하나로 합쳐져 있죠. 이런 기술 혹은 기기를 실감기술●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가상의 요소들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실감나게 구현해주는 기술이죠. 현실에 사는 우리가 가상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실감기술
실감기술(Immersive Technology)이란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부터 넓게 보면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미디어, 홀로그램 등도 이에 포함된다.
물론 『스노 크래시』가 출간되었던 1992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지금의 실감기술은 소설에서 언급된 것과 같은 VR헤드셋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땐 VR 기기가 상상할 수 있는 최신의 기계였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VR 외에도 인간의 오감을 뛰어넘어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많은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죠.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그래픽 기술, 통신 기술까지 넓은 의미에서는 실감기술일 것입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인간의 뇌가 근육에게 보내는 전기신호까지 실감기술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감기술도 필요하지만, 이를 매개로 현실세계와 소통하며 제3의 세계를 만들어낼 가상세계도 필요합니다. 메타버스의 재료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아직 미완의 메타버스이긴 하지만 게임, SNS, 가상사무실 등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최근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바로 가상세계입니다.
이처럼 실감기술의 발달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 서비스의 유형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메타버스의 제1원칙은 뛰어난 몰입감입니다. 완전한 가상현실이든, 현실 위에 가상의 요소가 더해진 상태이든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을 때 메타버스가 완성됩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겠습니다. 메타버스란 단순한 가상공간이 아닙니다. 고도화한 실감기술을 매개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긴 제3의 세계이자,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의 왼쪽은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을 나타냅니다. 실감기술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메타버스를 현실세계의 대척점에 둔 형태입니다. 그림의 오른쪽은 다시 내린 메타버스의 정의입니다. 실감기술을 매개로 물리적 실재와 가상의 공간이 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인 것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인식 재정의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의 대척점에 둔 인식(왼쪽)과 실감기술을 통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결합으로 보는 인식(오른쪽).
다시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가를) 초월한 세계라는 뜻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무조건 현실을 초월한 것이 메타버스는 아닙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가상의 요소와 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메타버스와 관련된 몇 가지 단어들도 여기서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최근 부쩍 많이 이용되는 ‘메타버스 기술’이라는 것 역시 실제로는 실감기술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는 주로 하드웨어 영역을 포함합니다. 각종 휴대용 디바이스부터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3D모델링 기술과 물리엔진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죠.
최근 ‘메타버스 콘텐츠’ 혹은 ‘메타버스 서비스’라고 불리는 것들도 있습니다. 흔히 메타버스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아직 미완이니 이들을 완성된 메타버스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실감기술이 도구라면, 이들은 메타버스가 되기 위한 재료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말하는 가상세계들이죠. 유형은 다양합니다. 게임이 될 수도, SNS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실감기술을 매개로 현실세계와 소통하며 완벽한 메타버스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타버스 세상을 제대로 알고 관련 산업을 살피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살펴야 합니다. 하나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인 실감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재료인 가상세계이죠. 아직 태동하는 메타버스의 도구를 알고 재료를 파악한다면, 앞으로의 가능성과 방향까지 파악하기가 더 수월할 것입니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데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현실, 가상,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켜 줄 실감기술.
이제 우리는 메타버스의 제1조건, 몰입감에 대해 이해했습니다. 실감기술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융합해야 한다는 것도요. 지금부터는 메타버스의 또 다른 조건들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메타버스라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딱 세 가지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세계’, 그리고 두 세계를 융합하는 촉매제가 될 ‘실감기술’입니다.
실감기술이 갖춰야 할 조건은 ‘극한의 몰입감’입니다. 현실인지 가상인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실감나게 만드는 것이 실감기술의 조건입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일 자체는 어렵겠지만, 가야 할 길은 명확합니다.
가상세계라는 요건 역시 간단한 편입니다.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여야 합니다. 물리적 제약도 없고, 모습에 제약도 없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의 세계 속에서 주민들은 자신이 꿈꾸는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행동에 제약도 없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은 게임이나 SNS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이미 구현된 상태입니다. 여러 유형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충족이 되어 있죠.
이 둘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현실세계입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세상이 되려면 가상의 요소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요소들도 중요합니다. 메타버스의 구성과 유지 여부는 참여자들의 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는 참여자들이 메타버스를 즐기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에 집중될 것입니다.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오고 락인Lock-In●하는 것은 결국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달렸습니다.
락인(Lock-In) 효과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이용이 다른 선택을 제한해 기존의 것을 계속 구매하는 현상.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에서 ‘락인 효과’라고 불린다. ‘잠금 효과’ ’자물쇠 효과’ ‘고착 효과’ 등으로도 불린다.
지금의 유튜브를 생각하면 됩니다. 유튜브는 플랫폼만 제공합니다. 물론 영상 감상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각종 기능들을 제공하고, 또 업데이트하죠. 하지만 결국 유튜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유튜버(크리에이터)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유튜버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와서 시간을 보내죠.
이처럼 메타버스가 참여자들을 꾸준히 붙잡아두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현실세계의 요소들입니다. 아무리 가상세계를 화려한 그래픽과 볼거리로 채우고 실감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잠시 즐길 거리에 불과하다면 메타버스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럼 현실세계의 어떤 요소가 메타버스에 그대로 이전되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커뮤니티와 경제 그리고 항상성입니다.
메타버스는 결국 현실에서 출발한 세계입니다. 아바타로 변신해 접속하기는 하지만 그 반대편 끝에는 실제 사람이 있습니다. 아바타는 어떤 방식으로든 실제 존재하는 나의 모습을 투영해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리 지구의 인간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듯, 메타버스에서도 커뮤니티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메타버스라는 하나의 세상은 마치 현실처럼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면서 직접 가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메타버스 사회도 지속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지속가능성은 메타버스의 성공 여부와 직결됩니다.
메타버스에 구현되는 현실의 또 다른 특징은 항상성persistency입니다. 우리가 자는 사이에도,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보고 있는 사이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로그인을 해 있든, 해 있지 않든 세계는 계속해서 운영되죠. 사람들은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를 느낍니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메타버스와 그 안에 꾸려진 커뮤니티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가상세계에 커뮤니티가 꾸려지려면 현실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더라도 친구를 사귈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 친구들과 활동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현실세계의 친구와 가상세계의 친구를 구분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통화로 친구와의 첫 인사를 나눈 코로나 세대, 즉 ‘C세대’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간과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