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줄리아나 마이너 Julianna Miner
조지메이슨대학교 공중보건학 겸임 교수로 20년간 보건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앨라배마 주 보건부에서 소셜 마케팅을 책임졌고, 페어팩스 카운티 보건부에서는 전략기획을 담당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자녀교육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자 육아 블로그 ‘마미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블로그는 매거진 「페어런츠」와 디즈니 양육 웹사이트 ‘배블’에서 가장 재미있는 블로그로 선정되었다. ‘양육, 보건, 기술’을 주제로 한 글은 「워싱턴포스트」에 실리기도 했다. 현재 워싱턴 D.C 근교에서 남편과 아이 셋,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최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국제지역 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밥 아카데미 출판 번역 과정을 수료한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마음속 네 개의 방 정리하기』, 『긍정 훈육』, 『시유 어게인 in 평양』 등이 있다.
Raising a Screen-Smart Kid:
Embrace the Good and Avoid the Bad in the Digital Age
Copyright © 2019 by Julianna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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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푸른 숲을 이루듯이
청림의 책들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네트워크가 상용화되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또 다른 ‘멋진 신세계’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멋진 신세계’가 말처럼 항상 ‘멋지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저지른 실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위험천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10대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이 크고 작은 실수의 위험성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고 안이하다. 멋진 신세계가 순식간에 디지털 멍에가 되어 현실의 시간이 ‘나락’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상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불특정 다수가 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상에 개인 정보가 담긴 게시물을 올릴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나 실상 그 말이 우리 자녀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어른들조차도 온라인에 어떠한 것은 올려도 되고, 어떠한 것은 올리면 안 되는지 판단 못할 때가 많은데, 아이들이 이를 명확히 판단하기란 더욱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조심하라는 막연한 말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더 중요하고,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자녀들이 온라인상에서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들을 사례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방안을 제시한다. 청소년과 그의 부모를 대상으로 종종 ‘온라인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방법과 잊혀질 권리’를 강의하는데, 그때마다 당부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상세히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내 강의 노트를 누군가 흘렸나 싶어 놀랐다.
칼릴 지브란이 “부모란 아이들이라는 화살을 쏘기 위해 있어야 하는 활과 같다. 활이 잘 지탱해주어야만 화살이 멀리, 그리고 정확히 날아갈 수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디지털 시대, 자녀의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올바르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
아이에게 첫 스마트폰을 쥐여주기 전에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담은 책.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모든 것을 공유하던 시간을 지나 새롭게 디지털 시대를 살게 된다. 아이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두 시대를 동시에 살게 되는 셈이다. 부모도 아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부모가 흔들릴 수는 없다.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을 수 없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적절한 답을 이 책을 통해 미리 볼 수 있다. 충분히 미리 본 후에 대비하면 디지털 시대는 오히려 아이의 재능을 깨울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아이의 미래는 둘 중 하나다.
“활용할 것인가, 활용당할 것인가.”
김종원,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저자
온라인상에서 아이들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한 현실적이고 믿을 만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부모들이 막연한 공포에 휘둘리는 대신 위험을 제대로 판별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탁월한 책이다.
존 F. 클라크John F. Clark, 제9대 미국 연방보안국 국장,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 회장
아이들은 부모들보다 인터넷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자녀를 안전하게 지키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존 월시John Walsh,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 공동 설립자
줄리아나 마이너는 디지털 기술과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학문적 연구 속도가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저자의 차분하고 상식적인 접근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키스 캠벨W. Keith Campbell, 조지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들에게 인터넷은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겉보기에 무해한 웹사이트를 방문했다가도 예상치 못한 끔찍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대들의 풍부한 경험담과 전문가의 조언은 물론 복잡하고 위험한 디지털 세상에서 청소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스티브 살렘Steve Salem,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단체 칼 립켄 시니어 재단 회장
이 책을 통해 부모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자녀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통찰에 기대어 부모들은 불안과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자녀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데보라 하이트너Deborah Heitner, 미디어사회학 박사, 『스크린와이즈Screenwise』저자
풍부한 유머 감각과 공감 능력을 갖춘 줄리아나 마이너는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자녀와 함께 디지털 시대를 헤쳐나가는 일이 생각만큼 두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질 스모클러Jill Smokler,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육아 멘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부모로서 우리가 자녀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을 부정적으로 인식시키는 대신,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 도구들을 잘 활용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저자의 현실적인 제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델 안토니아KJ Dell’Antonia, 『행복한 부모가 되는 법How to Be a Happier Parent』저자
프롤로그
우리 아이들은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쪽지를 쓰는 대신 문자나 스냅챗Snapchat(미국 10대들이 사진이나 동영상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SNS로 메시지를 읽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 있다–옮긴이) 메시지를 보낸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인스타그램에서 누가 무엇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누가 누구에게 ‘좋아요’를 누르는지 잠자코 살핀다. 우리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먹는지 신경을 쓴다. 위치 추적으로 자녀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자녀들이 친구와 어울릴 시간을 정해 직접 데리고 가기까지 한다. 지금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와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올바른 지침을 찾아 책과 인터넷을 뒤졌다. 그 결과 깨달은 것은 아이를 키울 때 어떤 방식으로 양육하든 남들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현대적인 양육 방식을 둘러싼 무언의 규칙과 냉엄한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말 많고 탈 많은 엄마 블로거 중의 한 명이 나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이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걸음마를 떼고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성장 과정을 기록할 때만 해도 유아기의 보편적인 행복감과 좌절감을 담은 이야기는 나중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주제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그 글이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점차 내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느새 훌쩍 커버려 10대가 된 아이들의 모습에 아쉬움이 들지만, 한때 내 일부였던 꼬마들을 서서히 놓아주는 것이 순리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최근 양육 문화 내에서 겪은 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차마 댓글을 읽기 힘들 때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는 인근 대학의 겸임 교수로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학개론 강의를 맡았다. 이 일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됐다. 일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복잡한 정보를 친숙하게 전달하고, 학생들을 억지로 공부시키는 대신 동기부여를 해주고, 수업 시간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주기도 해야 했다.
간단히 말해 강의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엄마로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본모습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교사로서는 더욱 사려 깊은 사람이 되어 내가 가르치는 어린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했다. 그 결과 오늘날 ‘멋진 신세계’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성과 정신력, 직업윤리에 관해 올바른 인식을 하게 됐다.
이 모든 여건을 고려해볼 때, 나는 내 아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잘 헤쳐나가도록 거드는 일에 적임자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실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하면 자녀를 효과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지 몰라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인터넷 사용자 대열에 합류하길 원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에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지 고심했다. 나는 일이나 사교 활동을 위해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장시간 사용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무작정 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실현될 리 없는 일에 대한 막연한 걱정 때문에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중 절반은 내 청소년기를 지배했던 한심한 행동과 어리석은 장난 등 지나치리만큼 생생한 기억에서 비롯됐다. 나머지 절반은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 속을 태우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연일 들려오는 끔찍한 뉴스는 불안감을 부추겼다. 육아 블로거 엄마를 둔 아이들이 마침내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자유자재로 온라인에 접속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심호흡을 한 후 가장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점에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블로거이자 보건학 겸임 교수라는 경력 덕분에 소셜 미디어가 인간의 행동주의적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부모들의 의식에 스며들어 끔찍한 결론을 내리게 하는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청소년들이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거들어줄 보호인자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했다. 더 나아가 10대들의 사고방식을 파악해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위험인자와 보호인자
위험인자는 건강에 해롭거나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흡연은 폐암의 위험인자다. 보호인자는 위험인자의 잠재적 유해 효과를 떨어뜨리는1 동시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왕성한 신체 활동은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을 줄여주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위험인자와 보호인자는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는 물론 또래 집단과 공동체 내에서도 상호작용한다.
달라진 환경을 인정하자
오늘날 부모들은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를 양육해야 하는 책임을 진 동시에 다음 세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기준을 세워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다. 부담을 주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 대입해볼 만한 상황도 겪은 적이 없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에게 게임 중독과 온라인 집단따돌림에 대처하는 법을 물어볼 수도 없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는 셈이다.
우리는 인터넷 등장 이전의 삶을 경험한 부모들 중 마지막 세대다. 요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성connectedness을 지닌 채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 반대로 요즘 아이들은 무선통신 기술이 일상에 파고들기 이전의 삶이 어땠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이 아이들이 다음 세대의 부모가 되어 10대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기 시작할 때면 온라인 세상에서 자란 경험이 그들 자신의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건학을 공부하며 깨달은 점 한 가지는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세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 세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지의 요인들이 난무하는 어수선하고 뒤죽박죽인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있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술과 문화, 사회적 결정 요인, 생태, 정치, 인간이 늘 추구하는 성가신 자유의지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가 우리의 선택(그리고 미래 우리 아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 첨단 기술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에 속속들이 배어든 지금의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질 리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대책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왜 달라졌을까?
많은 사람이 과거 자신과 부모들이 유년기를 보냈던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과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한다. 1970~1980년대의 10대들은 친구들과 오랜 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함께 자유롭게 쏘다니며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어른들은 보통 우리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적어도 요즘 부모들만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점은 양육 문화에 기술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미국의 아동 및 청소년 대부분은 부모 세대만큼의 자유를 누리지도, 사생활을 보장받지도 못하는 처지다. 그 이유야 수만 가지도 더 댈 수 있지만, 그중에서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단연 첨단 기술이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나 쉽게 연락이 가능하다. 만약 딸의 귀가가 늦어지더라도 나는 집안을 서성이며 무슨 사고가 난 건 아닌지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졸이지만.) 딸에게 문자를 보낼 수도 있고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할 수도 있으며 아이가 SNS에 게시물을 올렸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든 자녀에게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로서 안도감을 느낀다.
내 어머니 역시 저녁이 되어 가로등이 켜진 이후에도 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불안해했다. 그건 어머니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과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면 우리 어머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도 엄마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놀도록 허락했고, 당시에는 이런 일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이다. 요즘 세상에 열 살짜리 자녀를 친구와 함께 멀리 떨어진 놀이터에 보낸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방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이런 행위를 법으로 금지한 지역도 있다). 아이가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한 예도 적지 않다. 그에 반해 열 살짜리 아이가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있는 것은 허용한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기에 참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야외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터득하고 독립적으로 자랐던 우리의 어린 시절이 더 행복했을까? 아니면 단지 우리 모두가 극도로 운이 좋아서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걸까? 그럼 지금 우리 아이들의 삶이 훨씬 더 나을까? 아니면 그들의 휴대폰 안에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솔직히 나도 정답을 모른다. 우리 세대는 더 많은 자유를 누렸고 임기응변에 뛰어났다. 물론 실수도 훨씬 많았다. 자유 시간과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요즘 10대들은 술이나 약물에 노출되거나 임신을 할 가능성은 30년 전 10대보다 낮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불안과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고1의 음주율과 약물 남용율
출처: Johnston, L. D., Miech, R. A., O’Malley, P. M., Bachman, J. G., Schulenberg, J. E., & Patrick, M. E. (2018). Monitoring the Future national survey results on drug use, 1975~2017: Overview, key findings on adolescent drug use.
10대 1,000명 당 임신, 낙태, 출산 건수
출처: Kost, K., Maddow–Zimet, I., & Arpaia, A. (2017). Pregnancies, births and abortions among adolescents and young women in the United States, 2013: national and state trends by age, race and ethnicity.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자
아동기 생활 모습과 양육 방식이 과거와 급격히 달라진 원인을 논의할 때 주로 거론되는 것은 첨단 기술이지만, 사실상 변화는 휴대폰의 등장과 무선통신 혁명 이전인 1980년대 초반 사회적ㆍ경제적 지각변동과 함께 시작됐다. 우선 40년 전 자녀를 기르는 방식은 어땠는지 알아보자.
1980년대 초반 미국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었다. 그 결과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가족의 생활양식도 완전히 바뀌었다. 제조업계의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미국 내 공장들은 문을 닫았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자 (특히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들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1950~1990년 사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58% 이상 증가했다.2 온종일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양육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누군가가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이 말은 또 다른 가족이나 아이돌보미, 보육교사 등이 주 양육자 노릇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1960~1980년 사이 미 전역의 이혼율이 기혼 여성 1,000명당 9.2명에서 22.6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3 그 결과 한부모가정이 전례 없이 크게 늘어났다.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한 데는 앞에서 언급한 경제적 환경 변화는 물론 1969년 도입되어 각 주마다 널리 퍼진 이혼무책주의No–fault Divorce(상대 배우자의 귀책사유 유무에 관계없이 이혼을 인정하는 것–옮긴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사회혁명과 같은 문화적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사회적 변동으로 부모들은 자녀를 곁에서 돌보며 종래의 관습에 따라 제대로 가정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데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고, 새로운 경제적ㆍ사회적 환경에 어울리는 체계적인 양육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아이들의 놀이 문화 자체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모든 아이들이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과 밖에서 어울려 놀 수 있었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모습은 빠르게 모습을 감추었다. 대신 구조화된 놀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줄리 리스콧 하임스Julie Lythcott–Haims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신의 저서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를 망친다』에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엄마들이 직장을 갖게 되면서 효율적인 일정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플레이데이트playdate(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놀 수 있도록 부모들끼리 약속을 잡아 만나는 것–옮긴이)가 급부상했다··· 일단 놀이 일정을 짜고 나면, 부모들은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기 시작하고 결국 놀이에까지 관여하게 된다.”4 한때 황금기를 구가했던 국가교육제도에 대한 인식 또한 바뀌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어떻게 미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특히 수학ㆍ과학 과목)가 타국에 비해 뒤처지게 되었는지를 서술한 (1983년 발간된 보고서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를 포함해) 의미 있는 책과 보고서가 여럿 발간되었다.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자기존중감 운동Self–esteem movement 열풍이 불면서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 태도를 갖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는 메시지가 널리 퍼졌다. 즉, 자기존중감(자존감)이 건강과 학업성적, 행복감 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존감을 키우고 보호하려 애를 쓰기 시작했고, 결국 학업과 체육 활동은 물론 친구 관계와 사회생활에까지 점점 더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1979년 에탄 파츠 실종 사건(뉴욕에서 여섯 살 소년 에탄 파츠가 등교 중 유괴ㆍ살해된 사건으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파츠가 실종된 5월 25일을 실종아동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옮긴이)과 1981년 아담 월시 유괴ㆍ살인 사건(유명 방송인 존 월시의 아들 아담 월시가 플로리다 시어스 백화점에서 실종된 지 보름 만에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으로 실종아동의 수색과 발견을 위한 ‘코드 아담’ 프로그램이 시작된 계기가 됐다–옮긴이)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비극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유괴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담 월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TV 드라마는 1983년 방송되어 에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여러 해 동안 수차례 재방송됐다. 그 뒤를 이어 1984년에는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 NC–MEC가 설립됐다.
이 모든 요인이 한꺼번에 부모와 사회 전체의 의식에 흘러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학자들은 1990년 ‘헬리콥터 부모’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양육 문화의 측면에서 우리는 199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부모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일했고, 이혼으로 한부모가정이 될 가능성도 높았지만 자녀들과 함께 보낼 시간은 더 적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놀 시간은 줄어든 반면 부모의 감독하에 미리 계획된 활동을 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안위와 관련해 전에 없던 걱정거리도 생겼다. 자녀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생산직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고등학교 졸업장만 가진 아이들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까? 우리의 불안감이 아이들의 의식에 침투해 그들의 자존감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부모들은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자녀 교육에 더욱 힘을 쏟았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혹은 그 변화의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10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청소년기는 연장되어 갔다. 『기회의 시기Age of Opportunity』의 저자이자 템플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로렌스 스타인버그Laurence Steinberg 박사는 심리학 전문 잡지 《오늘의 심리학Psychology Today》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소년기의 시작은 생물학적이지만 그 끝은 문화적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즉, 청소년기는 사춘기와 함께 시작되어 결혼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었을 때에야 끝이 난다. 통계자료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청소년기가 연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뜻이다.”5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1990년대 초 등장한 인터넷은 1995~2000년 사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생활 방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그로부터 10년 후 무선 기술 혁신은 인터넷 세상을 손안으로 끌어들였다. 신기술은 미국 전역을 휩쓸며 빠르게 수용되어 사람들의 생활과 업무, 의사소통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런 현상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회학자와 인문학자 들도 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마이스페이스와 나: 인터넷 세대, 어떻게 키울 것인가Me, MySpace, and I: Parenting the Net Generation』의 저자이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래리 로젠Larry Rosen 박사는 요즘 젊은 세대는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변화를 겪으며 빠른 속도로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기술이 사용자 5,000만 명을 끌어들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보여주기 위해 보급률이라는 소비자 행태 조사 방법을 활용했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라디오: 38년
•전화: 20년
•TV: 13년
•케이블 TV: 7년
•휴대폰: 12년
•인터넷: 4년
•아이팟: 4년
•블로그: 3년
•마이스페이스: 2년 반 만에 사용자 수 약 1억 2,500만
•페이스북: 2년
•유튜브: 1년
•앵그리버드: 35일
•포켓몬고: 19일6
또한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신기술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은 대부분 돈을 벌어 오는 어른들이었지만 최근의 기술적 진보를 주도하는 쪽은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이폰은 2007년 최초 출시되어 첫해에만 1,400만 대가 팔렸고 2016년에는 약 2억 100만 대가 팔렸다.7 2008년에는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출시됐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인 1억 700만 명 이상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소유한 것으로 추산된다.8 이후 미국 스마트폰 시장은 2011년 말 혹은 2012년 초에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9 다시 말해 5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인구 대부분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본질을 파악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그 폭넓은 영향력을 대강 이해하고 있을 뿐 장기적 관찰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지는 추세다. 미국 아이들은 보통 만 10~12세 사이에 처음 스마트폰을 갖게 된다.10 우리가 좋든 싫든, 아이가 준비됐든 아니든 상관없이 미국 아이들 사이에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부모들이 대응할 만한 기준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이 과도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보낼 수 있겠지만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다.
특히 다수의 10대들이 처음 휴대폰을 갖게 되는 시기가 몸과 뇌의 발달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와 맞물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아이들은 사춘기와 두뇌 발달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고를 겪으며 짧은 시간 내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는다. 이 시기의 신체적ㆍ정서적 변화로 아이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충동적이고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휴대폰을 갖게 되는 때가 바로 이 불운한 시기인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책임감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980년대에 주고받던 쪽지가 2010년대에는 스냅챗 메시지로 바뀌었지만 기술 개입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누구나 후회할 만한 어리석은 짓을 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실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행동은 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실수를 하고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에 책임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모든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손에 넣은 후 그 기기로 미처 예상치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과 지식, 이미지에 접근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기대치를 정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완벽하길 기대하는 대신 실수하리라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실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라인에서 저지른 실수는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SNS상에서 한 실수가 전 세계 사용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우리는 이미 수없이 보았다. 자녀들이 섣부른 짓을 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데는 솔직히 말해 타당한 면이 있다.
미국 10대들 대다수는 이미 인터넷상에 디지털 발자국을 남겼다. 2018년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 결과 만 13~17세 사이 미국 청소년 95%가 휴대폰을 소유했으며 45%는 “거의 끊임없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1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부모들은 많지만 자녀와 같이 SNS를 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부모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인터넷 사용에 주의하라고 당부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안전하게 인터넷을 활용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거나 관리ㆍ감독을 하지는 않고 있다. 명확한 지침하에 신중하게 범위와 규칙을 정하려고 노력하는 가정도 많지만 아이들에게 휴대폰만 쥐여주고 나 몰라라 하는 부모도 있다.
미국 10대들의 SNS 사용 비율
‘어떤 SNS를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중복 응답이 가능했기 때문에 응답 비율 합계가 100% 이상이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복수의 사이트를 사용한다고 한 응답자에게만 답변을 요구했다. 최종 결과는 오직 하나의 사이트만을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무응답자는 표시하지 않았다.
출처: 퓨 리서치센터 ‘2018년 10대의 SNS와 기술 활용 현황’ 조사(기간: 2018년 3월 7일~4월 10일)
부모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이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12 부모의 흡연이 자녀들의 흡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인 것처럼, 부모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기기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가정 내에서 정상적이고 허용되는 행동 기준이 정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 중독은 큰 문제다. 2013년 노키아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150번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들은 하루에 80번 정도 아이폰을 잠금 해제한다.13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들은 주기적인 사용을 유도하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띵’ 하는 알림이 울리면 새로 올라온 게시물이나 신규 메시지를 확인하고 조건반사적으로 클릭하거나 게시물을 쭉쭉 훑어 내려가며 도파민을 분출할 만한 자극을 찾는다.
이런 순환과정이 반복되면 인지 발달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에 대인 관계 및 중독, 주의력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특히 청소년기 두뇌 발달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제는 이 새로운 기술이 전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추론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히 밝힌 연구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서 청소년기와 인지 뇌 발달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우리의 의문에 관한 해답을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14
1시간에 여러 번 휴대폰을 확인하는 미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
출처: 갤럽(기간: 2015년 4월 17일~5월 18일 / 대상: 스마트폰 사용자 1만 5,747명)
‘띵’ 스마트폰에서 알림이 울리면 우리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켜보기’보다 ‘이끌어주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단순히 구분 짓지 않는다. 기술은 1995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학습과 업무, 의사소통 방식에 아주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오프라인’ 생활 또한 기술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게임기를 매개로 이뤄지는 사교 활동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연구자들은 소셜 미디어가 기본적으로 10대들이 사회규범과 행동규범을 이해하는 데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치는 ‘슈퍼 피어’super peer15(10대들에게 또래peer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 영향력은 더 강력하다는 의미–옮긴이)라고 지칭한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은 의상부터 음주, 데이트까지 모든 면에서 정상적이고 멋진 행동이 무엇인지 그 기준을 세우는 ‘슈퍼 피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 부모/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점점 또래/친구의 영향권에 들게 되는 것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우리 부모들도 10대 시절 같은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슈퍼 피어’의 존재다. 부모로서 나는 사회규범을 둘러싼 그들의 대화를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적어도 지속적으로 관여할 필요는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현실 생활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의 온라인 사교 생활에 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독립적으로 활동하길 원하는 것은 발달상으로 볼 때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책임감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엄마가 애정과 관심을 갖고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랐다. 또 현실 생활에서 규칙과 귀가 시간, 행동에 대한 대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온라인 삶에 비슷한 제약을 두고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갖고 성취감을 느낄 기회를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시 말해 ‘온라인 활동 감시’가 아닌 ‘자녀 양육’으로 관점을 바꿔나갔다. 소셜 미디어 전문가이자 『스크린와이즈: 자녀가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법Screenwise: Helping Kids Thrive and Survive in Their Digital World』의 저자인 데보라 하이트너Devorah Heitner는 이런 접근을 ‘지켜보기’Monitoring가 아닌 ‘이끌어주기’Mentoring라고 칭했다. 지켜보기는 내가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이끌어주기는 평소 아이들을 대하는 내 행동의 연장선상인 셈이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지나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유익한 면을 활용하기보다 악영향을 막는 데 급급했다. 우리 아이들에겐 무엇을 예측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등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줄 부모가 필요했다. 우리 아이들이 내 바람대로 예의 바르고 존중받을 만한 태도를 갖춘 사람으로서 인터넷 세상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기를 갖추도록 지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 다음 서서히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두려움은 우리가 긍정적인 요인을 장려하기보다 부정적인 요인을 막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보건학 전공자로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적이었다. 우리는 장단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위험인자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보호인자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이끌어줄 지도를 그리게 해준다.
보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양적ㆍ질적 자료를 파고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자료를 통해 얻어낸 수치들이 실제 사례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내야 한다. 자료와 연구 결과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가끔은 편향된) 시각을 통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할 때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책은 각 가정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 좋았거나 나빴던 개인적 경험과 연구 자료,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본 전문가의 조언을 소개한 후 이 모두를 아울러 실천 가능한 대책을 모색해볼 것이다. 각 장은 주제와 관련된 누군가의 개인적 사연으로 시작된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다양한 시각과 배경을 가진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사연 가운데 일부를 토대로 각 사연에 담긴 문제점을 논의하면서 기존 자료와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교사, 상담사, 경찰, 심리학자, 연구원, 부모, 청소년 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그리고 자녀들의 정상적인 발달단계에 맞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도해볼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아들에게 언제 휴대폰을 사줘야 할까요?” 또는 “딸에게 스냅챗을 허락하면 섹스팅(청소년들끼리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나 사진 및 동영상을 주고받는 행위–옮긴이)을 하게 될까요?”와 같은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는다. 한 가정이나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괄적인 답변이 어떻게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때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꼽는 것이 아이들은 저마다 다 다르고 성장하면서 계속 달라진다는 점일 것이다. 한 가족 안에서도 첫째 아이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둘째 아이에겐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당신이 가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먼저 보건학적으로 접근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문제의 성격과 범위를 규정해보기로 하자. 일단 피해야 할 점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얻고자 하는 바람직한 성과에 초점을 맞춰 살펴볼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아이를 상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당신 자녀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자, 어디 한번 알아보자.
들어가기 전,
부모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 |
★ 질문 1.소셜 미디어에 가입하기 위한 최소 나이를 알고 있는가?
★ 질문 2.아이가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가?
★ 질문 3.아이가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가?
★ 질문 4.아이에게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만 경고하고 있지는 않은가?
스무 살 재클린의 이야기
2012년, 중학교 2학년 새 학기를 앞두고 나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예쁘고 착한 데다가 모두들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과 내 친구들에게 만족했다.
그해는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 모든 아이들에게 애스크에프엠ASKfm의 해였다. 애스크에프엠은 가입된 사람들끼리 서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SNS다. 내게 질문을 남긴 사람이 누군지 알 수도 있지만 익명으로 질문하면 모를 수도 있다. 처음엔 아무도 애스크에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애스크를 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좋은 글들이 올라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넌 좋은 사람이야’, ‘넌 친구가 많구나’와 같은 메시지를 읽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2주쯤 지나자 짓궂은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름을 밝히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 점점 더 많아졌다. 내 경우 최악의 상황까지 가진 않았다. 하지만 괴롭힘을 심하게 당한 여자애가 있었다. 심각한 상황이 몇 달간 이어지다 결국 학교와 부모님까지 개입해야 할 지경이 됐다.
우습게도 온라인상에서 서로 비열한 말을 주고받던 모습과는 달리 학교에서 만나면 모두가 친절했다. 밤마다 애스크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에서는 서로 친절하고 온화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남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만약 학교에서도 모두가 못되게 굴었다면 적어도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다만 그런 말을 누군가 했다더라 하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복도에서 만나면 “안녕!” 하고 인사하며 꼭 껴안아주던 친구가 바로 전날 밤 애스크에 ‘너는 뚱뚱하고 못생겼고 모두가 널 싫어하기 때문에 친구도 없다’고 악담을 퍼붓던 사람일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한동안은 전교생이 애스크에 올라온 모든 글을 읽고 모든 아이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항상 감시당하는 기분이었고 일거수일투족이 온라인에 언급되었으며 기록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 교실에서 바로 옆에 앉는 친구나 복도를 지나가는 아이들을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내가 뭘 하고 뭘 입고 무슨 말을 하든지 누군가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의식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하루는 하교 후에 한 남자애와 함께 집까지 걸어온 적이 있었는데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그 일에 관한 글이 벌써 올라와 있었다. 솔직히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둘 다 버스 타는 걸 싫어해서 함께 걸어온 것뿐이었는데··· 별일도 아니었다.
그해 봄, 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약 2주간 학교를 떠났고 온갖 신경전에 관심을 끊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이 모든 상황에 초연해질 수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나는 애스크에 올라오는 글들이 정말 잔인할 뿐만 아니라 개인 신상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쓴 글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나를 꽤 잘 아는 사람이거나 그들의 주변 친구들이었을 것이다.
확신이 든 것은 한 해가 끝나갈 즈음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였다. 내가 믿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익명으로 악의적인 글을 썼을 것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전해 들은 누군가가 썼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 글에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신뢰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내가 상대방을 더는 믿지 않는다고 느끼면 상대방도 나를 믿지 않는다. 그 지점에 이르면 우정은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해 나는 꽤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중학생 시절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 자신에게 별것도 아닌 일로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시 여중생 중 나만큼 자신감 있는 아이도 드물었다. 더 오랫동안 자신감 있는 모습을 유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별 볼 일 없는 아이였음에도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애스크 사건처럼 하찮은 일로 남을 의식하고 자괴감을 느낀 것이 그래서 더 안타깝다.
웃기게도 결국 모든 일이 순조롭게 끝났다. 중학교 2학년이 지나고 나서는 누구도 애스크나 애스크에서 언급된 일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심각하게 느껴지는 일도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깨닫길 바란다. 허무맹랑하고 시시한 이야기 때문에 자신에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1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아마도 “왜 그런 일에 신경을 썼지? 왜 그걸 좋다고 생각했을까?”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자녀가 (온라인이든 현실에서든)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부모들은 골치 아픈 듯 머리를 감싸 쥐거나 대성통곡하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배꼽티같이) 문제가 될 만한 옷을 입거나 애스크 같은 SNS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재클린 사연의 배경인 2012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애스크는 아이들 사이에 왕따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가끔은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10대 시절 바보 같은 짓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 나는 아직도 민망함에 몸서리를 친다. 30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비교적 별 탈 없이 그 시기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요즘 10대들의 삶을 규정하는 디지털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청소년기를 지나온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때로 아이들은 그들 자신의 행복과 이익에 철저히 어긋나는 듯한 행동과 요구를 한다. 그럴 때면 평소 모습답지 않게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인다. 아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 때도 종종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가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 행동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이론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피사니Elizabeth Pisani는 에이즈와 성 노동자를 연구하는 전염병학자다. 그는 선택하는 당사자에게는 합리적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가 스냅챗을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다 말고 웬 뜬금없는 소린가 싶겠지만 참고 들어주길 바란다.
피사니 박사는 이 개념을 (성매매를 하거나 오염된 주삿바늘을 사용하는 등) 객관적으로 볼 때 건강에 위협을 주는 행위와 관련지어 설명했다. 나처럼 평범한 엄마의 눈으로 볼 때 오염된 주사기를 통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새 주사기를 쓰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피사니 박사가 연구를 위해 면담한 인도네시아의 헤로인중독자 입장에서 보면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하기로 한 결정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이 주제에 관한 피사니 박사의 테드TED 강연은 꼭 한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가 강연에서 언급한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삿바늘을 소지한 채로 체포되면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이 경우 상황은 달라지겠죠?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사기를 돌려쓰면 지금부터 약 10년 후에 치명적인 질병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늘 새 주사기를 쓰면 내일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마약중독자들은 자신을 HIV 감염 위험에 노출하는 것도 불쾌하지만 당장 HIV에 감염될지도 모를 교도소에서 다음 해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다고 여깁니다. 그럼 주사기를 돌려쓰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거죠.”
이 강연을 보고 난 후 내 생각도 바뀌었다. 또한 의사결정에 관해 판단할 때 내 입장이 아닌 결정을 내린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10대들이 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 무엇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