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 다양한 소설을 통해 다정하지만 단단한 마음의 힘을 보여줬던 김금희 작가가 이번엔 한겨레 특별 취재기자 자격을 부여받아 지난 2024년 2월부터 약 한 달 간 남극 세종 기지에 체류한 기록을 이 한 권에 담았다. 제목 그대로 남극에서의 하루하루를 그린 '일지'의 성격을 가진 이 에세이는 소설가의 눈과 언어로 우리 세계의 끝, 남극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체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책은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과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김금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깊이 있는 통찰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남극의 경이로움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생생히 전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삶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끈질긴 탐구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특별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 에세이 MD 도란
떠올리니 그동안 나는 대체로 혼자 여행하는 편이었다. 책 한 권을 내고 나면 한국어가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났다. 능숙한 외국어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이국을 걷고 있으면 고독과 고립 사이에 마음이 재조정되면서 다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남극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일단 2인 1조가 아니면 기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