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30분. 피오르 해안의 작고 고요한 마을. 닐스 비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찾아 입고, 커피를 끓이고, 아침 식사를 마련한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를 탈 것이다. 일생 반복하며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진 그 모든 일들이 끝나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닐스는 평생을 마을과 도시, 섬과 육지를 오가며 무수한 사람들을 배로 태워 날라 온 페리 운전수였다. 하지만 그의 이날의 승객은 조금 특별하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반려견 루나를 시작으로, 한때 닐스의 배를 탄 적이 있는, 그러나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이들이 차례로 배에 오른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닐스 역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를 스쳐 간 수많은 삶과 죽음들, 그리고 가운데 단단하게 자리 잡은 먼저 떠난 아내에 대한 기억. 그가 되돌아본 삶이란 그 모든 것의 총합이었다.
노르웨이 최고 권위의 브라게 문학상 2023년 수상작. 노르웨이 문학계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새로운 작품을 출간할 때마다 현지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프로데 그뤼텐의 10여 년 만의 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피오르 해안가 곳곳에서 서로 긴밀하게 또는 느슨하게 연결된 채 살아온 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며 닐스의 배에 올랐던 이야기들, 그들 삶의 찬란했던 혹은 비루했던 순간들과 죽음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깎아지는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피오르의 바다로 나아가는 동시에, 시간을 거슬러 삶을 되짚어가는 닐스의 초현실적인 마지막 항해를 따라 먼바다에 이르는 사이에 독자들은 그 끝에서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경외로 가득한, 한 사람이 온 생을 통해 선명하게 남긴 사랑에 대한 이야기. - 소설 MD 박동명
피오르는 어떻게 건너왔나요? 그가 물었다. 자전거를 타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