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에서 <쓰게 될 것>까지, 고통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그 고통에게 결코 꺾이지 않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적는 작가 최진영의 장편소설을 소설의 주요 소재인 '편지'와 어우러지는 새 표지로 만난다.
<내가 되는 꿈>을 꾸는 이들은 편지를 주고 받고, 일기를 쓴다. "말은 사라지고 기억은 희미해져도 글자는 남"(86쪽)는다. 쓴다는 일은 그 어느 시간에 아직 머물러 있는 나를, 모욕당하고 잊힌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기억하는 일.
"괴팍한 불안이 혼자 지껄이도록 내버려두고 소설을 쓸 수 있다. 쓰다 보면 견딜 수 있다"(작가의 말)라고 말하는 작가의 단단함과 함께 최진영의 숲에 머무른다.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쓰게 될 것』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진영 작가의 책은 차가운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따듯하지 않지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위로.
비참한 상황에서도 동정으로써 던지는 위로가 아닌 무던함만이 줄 수 있는 그런 위로. 힘든 상황에서 힘내라는 말이 아닌 힘든 상황을 그 상황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화를 시킬 수 있는 힘이 되는 그런 위로를 건네는 글을 읽는 건 여러번 곱씹어 볼 때 더 좋을 거것같다.
앞으로 생각 날 때마다 종종 찾을 거 같은 그런 차가운 온도의 따듯한 책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