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4일 : 70호
너무 많은 찡그림을
관념으로서의 날씨와 실제 체험하는 날씨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습니다. 저의 관념적인 눈부신 날씨의 이데아는 '한강 공원에 돗자리 펴놓고 누워서 와인 먹다 책보다 한숨 잠'인데요. 막상 실제로 해보면 바람 불어서 눈도 따갑고... 물결에 빛 반사되면 눈이 시리고... 체력 이슈로 다음 날 잔병치레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서윤후의 다섯번째 시집의 제목이 품은 대비의 이미지가 심정적으로 와닿습니다. 눈부신 나날은 참 좋지요. 하지만 그 눈부심을 향해 뛰어들려면 나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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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으로서의 날씨와 실제 체험하는 날씨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습니다. 저의 관념적인 눈부신 날씨의 이데아는 '한강 공원에 돗자리 펴놓고 누워서 와인 먹다 책보다 한숨 잠'인데요. 막상 실제로 해보면 바람 불어서 눈도 따갑고... 물결에 빛 반사되면 눈이 시리고... 체력 이슈로 다음 날 잔병치레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서윤후의 다섯번째 시집의 제목이 품은 대비의 이미지가 심정적으로 와닿습니다. 눈부신 나날은 참 좋지요. 하지만 그 눈부심을 향해 뛰어들려면 나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기도 합니다.
4부의 첫 시는 「킨츠기 교실」, 시집 말미에 실린 송현지의 해설의 제목은 「우리들의 킨츠기 교실」입니다. 쪼개진 도자기를 이어붙여 금분으로 장식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킨즈키'라고 하는데요, 이렇듯 시집은 깨어진 기억들을 이어붙여 교실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깨진 자리는 씻은 듯 낫지 않았고, 우리는 어떤 손상이 가해졌는지 잊지 않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음의 산산조각을 이어 붙인 자만이 취할 수 있는 쓰라린 유머'로 그 깨진 자리를 봅니다. 순응하지 않는 자만이 비로소 햇볕을 쏘아볼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다이내믹한 5월엔 잔병치레를 감수하고 길바닥을 쏘다녀볼까 합니다. 짐작하지 않고 실제로 삶에 쏘이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덜 좋은데? 후회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도 만끽하고 싶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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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쪽 :
책 속에는 슬픈 일이 일어날 때마다 공원과 해변과 숲을 찾아가는 네가 나오지. 나는 이미지를 통해 짐작하는 장소였는데 너눈 악몽이 물어다 놓은 난장 위를 기어서라도 가는 곳이었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네 옆을 걷게 되는 주소이기도 했었는데
<견본 생활> 부분
Q :
<악마대학교>의 악마들은 인간을 괴롭게 하는 것으로 점수를 얻어 지옥 대기업에 스카우트되기를 바랍니다. 악마가 되어도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웃프게’ 읽혔는데요. (사랑, 돈, 영생이 아닌) 이 경쟁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김동식 작가를 소소하게 괴롭게 한 작은 사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정말 소소한 대답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는데…… ‘소화력’입니다. 젊은 시절의 저는 멋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치킨을 시키면 혼자서 한 마리를 다 먹었습니다. 짜장면은 무조건 곱빼기고,식당 메뉴판의 ‘특’이 기본값이었습니다. ‘메인 메뉴 + 미니 메뉴’ 세트를 보면 흥이 났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소름 돋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다 먹으려면 ‘특’ 말고 보통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닐지 고민하는 사람 말입니다. 부디 젊은 여러분은 위장에 물음표가 없을 때 많이 먹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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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악마대학교>의 악마들은 인간을 괴롭게 하는 것으로 점수를 얻어 지옥 대기업에 스카우트되기를 바랍니다. 악마가 되어도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웃프게’ 읽혔는데요. (사랑, 돈, 영생이 아닌) 이 경쟁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김동식 작가를 소소하게 괴롭게 한 작은 사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정말 소소한 대답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는데…… ‘소화력’입니다. 젊은 시절의 저는 멋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치킨을 시키면 혼자서 한 마리를 다 먹었습니다. 짜장면은 무조건 곱빼기고,식당 메뉴판의 ‘특’이 기본값이었습니다. ‘메인 메뉴 + 미니 메뉴’ 세트를 보면 흥이 났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소름 돋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다 먹으려면 ‘특’ 말고 보통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닐지 고민하는 사람 말입니다. 부디 젊은 여러분은 위장에 물음표가 없을 때 많이 먹으시길.
Q :
대학생 ‘김남우’나 ‘보그나르’ 가문처럼, 김동식 월드 독자에게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악마대학교>를 읽은 후 이 책도 읽어보시라고, 김동식 작가 작품 중 한 권을 더 권해본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요.
A :
과연, 제 전략이 먹히고 있는 걸까요? 저는 제 글이 가진 휘발성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조금은 장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부스러기 없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과자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인상은 남기고 싶죠. 제가 항상 같은 이름을 쓰는 건 독자의 기억에남고 싶은 발악입니다. 그러니 전 앞으로도 김남우를 잔뜩 쓸 예정인데, 반대로 쓰인 제 책이 하나 있습니다. 『인생 박물관』입니다. 제 소설집 중 최초로 이름 중복이 없는 책이죠. 제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서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한 번 봐주시면 어떠실지요?
Q :
월급사실주의 2025 작품집도 출간됩니다. 남은 2025년 김동식 작가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
오 맞습니다. 올해는 특히 상반기에 많은 출간이 몰렸습니다. 단독 저작만 벌써 네 권이 나왔고, 월급사실주의 이후로는 주니어 소설 『우주학교』의 후속편도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척 왕성한 2025년을 보내게 될 것 같은데, 하반기는 아직 무계획입니다. 야구로 치면 15대 2로 이긴 경기네요. 좀 나눠서 치지, 한 경기에 몰아 쳐버려가지고……. 다음 경기에 타선이 좀 잠수를 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이렇듯 좀 느슨한 무계획이지만, 일단 인간적인
경험은 늘릴 생각입니다. 올해 혼자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두 번이나 도전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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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독립출판물로 먼저 알려져 정식출간 후 큰 울림을 전한 <경찰관속으로>의 원도가 첫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불키드 작가가 참여한 표지 이미지의 주인공들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무래도 실적으로는 내세울 게 없는 우당 파출소의 동기 송구, 해랑, 대복은 환상의 팀워크로 실적이 되지 않는 일만 주구장창 하며 사람들을 구합니다. 새 경찰서장이 부임한 후 통폐합의 위기에 처한 파출소를 구원해야 합니다.
1장 첫 타석은 데드볼, 2장 잘 쳐봐야 3할, 3장 평균 자책점, 4장 스토브 리그, 5장 우천 취소, 6장 삼진 아웃, 7장 퍼펙트게임, 에필로그 영구 결번으로 이어지는 목차가 재미있습니다. 야구 경기의 흐름으로 조직사회를 서술하는 활달한 이야기로 소설가 원도의 일면을 만나봅니다.
요즘은 뭐든 두 번씩 말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이 가요 가요. 정말 좋아요 좋아요. 그래도 그래도 할래요. 왠지 두 번 연이어 말하면 진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작업에 몰두해 있는 탓이겠지요. 제목에 서술어를 반복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건 시인 박소란과 핀드의 두 마음이기도 할 거예요. 그만큼 진심이고, 그만큼 간절합니다.
김명순의 에세이집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를 묶으면서 이미 김명순 소설집 준비는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 권만으로 끝내기엔 김명순이라는 작가의 내면이 너무 넓고 깊었습니다. 시, 소설, 에세이, 희곡의 세계가 서로를 넘나들며 확장되고 확고해지는 것을 보면서 김명순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들고 만 것입니다. 이 작업을 이어갈 사람은 단연 박소란 시인뿐이었습니다. 김명순의 문장을, 그 문장을 쓴 ‘명순 언니’의 마음을 박소란 시인만큼 세심하게 들여다본 사람도 없을 거예요. 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이 자리에 구두점은 왜 넣었는지, 백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김명순의 손끝이 되어 문장을 짚어나갔습니다. 그렇게 고심해 고르고 다듬은 14편의 작품이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에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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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뭐든 두 번씩 말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이 가요 가요. 정말 좋아요 좋아요. 그래도 그래도 할래요. 왠지 두 번 연이어 말하면 진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작업에 몰두해 있는 탓이겠지요. 제목에 서술어를 반복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건 시인 박소란과 핀드의 두 마음이기도 할 거예요. 그만큼 진심이고, 그만큼 간절합니다.
김명순의 에세이집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를 묶으면서 이미 김명순 소설집 준비는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 권만으로 끝내기엔 김명순이라는 작가의 내면이 너무 넓고 깊었습니다. 시, 소설, 에세이, 희곡의 세계가 서로를 넘나들며 확장되고 확고해지는 것을 보면서 김명순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들고 만 것입니다. 이 작업을 이어갈 사람은 단연 박소란 시인뿐이었습니다. 김명순의 문장을, 그 문장을 쓴 ‘명순 언니’의 마음을 박소란 시인만큼 세심하게 들여다본 사람도 없을 거예요. 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이 자리에 구두점은 왜 넣었는지, 백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김명순의 손끝이 되어 문장을 짚어나갔습니다. 그렇게 고심해 고르고 다듬은 14편의 작품이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에 담겼습니다.
이 제목은 수록된 소설 「돌아다볼 때」의 한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소설 안에 시 두 편이 등장하는데, 그중 「만일에」라는 짧은 시가 잊히질 않았습니다. “만일에 봄이 나를 녹이면/돌 틈에서 파초 열매를 맺지요 맺지요/만일에 만일에.//만일에 좋은 때를 얻으면/바위를 열어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만일에 만일에.” 수많은 최초의 타이틀을 쥐고 있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자유를 꿈꿨다는 이유로 뜻을 펼치지 못한 명순 언니에게 “좋은 때”를 보여주고 싶어졌습니다. 그 시간이 백 년이나 걸릴 줄을 언니는 알았을까요. 올해는 김명순이 ‘한국 여성 작가 최초의 작품집’ 『생명의 과실』을 출간한 지 꼬박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쏟고 있어요. 101년은 아무래도 너무 늦는 것 같아서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김명순이 펼치고자 했던 무한대한 사랑을 함께 꿈꿉니다. 그 심오한 마음을 이어가고 싶어요. 백 년이 지나도 공명하는 마음은 흐른다는 걸 명순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불확실하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희망할 수는 있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쏟고 있습니다. “만일에 만일에” 그럴 수 있기를, 진심이 닿기를 바라요 바라요.
- 핀드 대표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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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구조가 비슷한 두 시집을 나란히 놓아봤습니다. 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활동을 시작한 여한솔의 첫 시집,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보나의 첫 시집입니다. 활달하게 삐져나가는 제목이 첫 시집의 감각과 잘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나는 보여주고 싶다 독서기록장에는 쓰지 못한 문장 혹은 어린 토끼에게 건초를 부어 주며 쏟아낸 마음 <나의 모험 만화> 부분 어떤 정원이나 인터넷을 길을 잃기 쉽지만 배롱나무 이파리처럼 내려앉는 사랑이란 단어는 셀 수 있어요 거기에 누군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인터넷 친구> 부분 얼마 전 소라 네오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를 보았는데요, 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