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은 읽고 또 읽기, 쓰고 말하고 다시 읽기. 아주 단순하지만, 박솔뫼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가장 정확한 요약일 것이다. 저자는 훌륭한 소설을 읽을 때 만나는 감각적 체험에 기대어 기꺼이 반복해 읽기를 택한다. 책을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박솔뫼는 끊임없이 소설을 헤매고 헤매다 얻은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의 이름들을 읽어 나가기를, 더불어 소설가 박솔뫼를 책요정 삼아 그의 글에서 더 읽을 힘을 얻어가기를 바란다.
폐건물에서 사망한 고 3 수험생 ‘현유정’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용의자들>은 유정의 실종 당일부터 사망까지의 행적을 쫓으며,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담임선생님, 남자친구와 그의 엄마, 그리고 아빠까지.. 주변 인물 5인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간다. 다섯 명의 용의자가 말하는 '그날'의 기억 속에 유정을 살해한 자가 숨어 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몰입과 끝까지 읽은 뒤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단서를 찾게 만드는 정교한 스토리텔링이란 작가의 특장점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다시 한번 ‘믿고 읽는 정해연’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평생을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엄마는 원래 꿈이 간호사였다. 20대에 간호대학 입학 기회가 있었지만, 집안 형편(과 가부장제의 영향)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엄마는, 회사 동료와 대화를 나누다가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다시금 떠올린다. 딸 기린(작가1)과 다른 가족의 응원에 기대어 그간의 후회와 망설임을 떨쳐내고, 이번에는 고등학교 성적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한 ‘만학도 입학 전형’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한다. 뒤늦게 알게 된 캠퍼스 라이프의 짜릿함,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본 요즘 젊은 세대의 모습, 배움의 기쁨과 더욱 당당해진 인생관이 엿보이는 늦깎이 대학생이 된 엄마의 찬란한 해방 일지.
일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여성과 퀴어의 삶을 그려온 조우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싶은 공무원들과 요란하게, 평범하게 결혼하고 싶은 레즈비언 부부 101쌍이 지금 이곳,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펼치는 작은 승리를 위한 세리머니.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건 이미 다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 몇 번이나 쓰러지고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여도 “계속 쏘다 보면 언젠가 죽겠지” 하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신나게, 너무 비장하지 않게 싸움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