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정원'은 어느날 지나는 길에 우연히 인간이 개간한 땅의 저 끝에서 꽃들이 만발한 어떤 정원을 보고 쓰게 된 작품이다. 거기서 한 여자가 바람 속에서 머리에 수건을 쓰고 일을 하다가 얼굴을 들고 난처해하면서도 애원하는 듯한 시선으로 지나가는 나를 오래도록 따라오고 있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그 시선은 내가 그의 말을 들어줄 때까지 여러 해 동안, 어쩌면 우리들 모두가 다 침묵의 저 깊숙한 곳에서 바라고 있는 바를 내게 요구하고 있었다. 내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주오, 라고.